'붉은행성 지질학자' 인사이트호 모레 새벽 화성 착륙

입력 2018-11-25 08:00   수정 2018-11-27 07:21

'붉은행성 지질학자' 인사이트호 모레 새벽 화성 착륙
'공포의 7분' 넘어 40% 성공률에 도전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InSight)'호가 드디어 27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적도 인근의 엘리시움 평원(Elysium Planitia)에 착륙한다.
지난 5월 5일 발사돼 205일의 긴 여정 끝에 4억8천만㎞를 날아 최종 목적지에 다다랐지만, 화성 '대기권 진입·하강·착륙(EDL)'이라는 가장 어렵고 중대한 고비를 남겨두고 있다.
이 관문을 무사히 넘어야 화성 지하세계 탐사라는 원래 임무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제트추진연구소(JPL)의 관제소는 초긴장 상태로 들어갔다.
그러나 화성에서 지구로 빛의 속도로 상황을 알리더라도 무려 8.1분(486초)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철저히 준비하고 점검하는 것 이외에 지구 관제소에서 상황에 맞춰 대처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하겠다.
인사이트호가 대기권에 진입하기 전 지구 관제소에서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도 1시간 전에 끝나고 그 이후로는 무사히 착륙했다는 소식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 암석형 행성 '타임캡슐' 찾아간 '지질학자' = 인사이트호는 지구와 같은 암석형 행성인 화성의 지질조사를 제1임무로 하고 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지 않고 엘리시움 평원의 착륙지에서만 탐사 활동을 펴기 때문에 '큐리오시티(Curiosity)'를 비롯한 다른 로버들과 달리 바퀴도 장착되지 않았다.
착륙하면 우선 1.8m 길이의 로봇팔을 이용해 행성 표면에 지진계를 설치한다. 이 지진계는 화성에 있을지 모를 지진을 측정하고, 미세한 흔들림(wobble)을 계산해 행성 핵에 관한 단서를 얻게 된다.
또 지하 5m까지 자동으로 파고들어 가는 못에 열 감지기를 달아 행성 내부온도를 측정한다.
인사이트라는 이름도 이런 탐사 활동을 나타내는 '지진조사, 측지, 열 수송 등을 이용한 내부 탐사(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의 영문 앞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화성은 지질학적으로 지구보다 훨씬 덜 활동적이다. 이 때문에 화성 내부는 암석형 행성의 타임캡슐처럼 원래 만들어질 때의 상태에 가깝게 보존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ASA는 인사이트를 통해 화성의 속살을 들여다봄으로써 암석형 행성의 형성과 수십억년에 걸친 변화과정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쉽게 문 안 여는 화성…"공포의 7분" = 화성 탐사는 근접 비행부터 로버 착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임무 성공률은 40%에 불과하다.
특히 화성의 대기권이 지구의 1%밖에 안 돼 마찰력을 이용해 우주선의 하강 속도를 줄이는 것이 여의치 않은 편이다. 이 때문에 화성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화성 착륙의 어려움은 지난 2016년 유럽우주국(ESA)의 화성 탐사선인 엑소마즈(ExoMars)의 착륙선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가 착륙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불시착해 폭발한 사례에서 잘 드러나 있다.


인사이트호의 착륙지로 바위나 암석, 모래구덩이 등이 전혀 없는 광활한 평원을 택한 것도 불시착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NASA는 인류 최초의 화성 착륙선인 1976년 7월의 바이킹 1호(Viking 1)와 2008년 5월의 피닉스(Phoenix)호 착륙 때 이용했던 기술을 발전시켜 활용할 계획이다.
인류 최첨단 기술이 동원되지만, 하강 중에 돌풍이 불어 선체가 뒤집히거나 낙하산 줄이 꼬이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지난 여름 화성 전체에 휘몰아친 먼지 폭풍이 태양광 충전을 방해할 수도 있고, 탐사선의 다리가 휘어지거나 로봇 팔이 선체에 끼이는 등 화성탐사 첫 관문을 넘지 못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인사이트호가 비행 추진체를 분리하고 열 방패와 상부 덮개로 된 '에어로셸'로 된 진입체만으로 대기권에 진입후 착륙까지는 약 6분 30초가 걸린다. 모든 과정은 자동화돼 있지만 성공적 착륙을 위해 취해야 할 조치가 수십가지에 달하고 돌발변수도 많아 NASA 관제소는 이를 "공포의 7분"으로 부르고 있다.
◇ 톱니바퀴처럼 맞아 떨어져야 하는 EDL = 인사이트 관제사들은 화성 궤도를 도는 화성정찰위성(MRO)으로부터 날씨 정보를 받아 대기권 진입 3시간 전까지 EDL 단계별로 취해야 하는 조치들에 대한 프로그램 입력을 마쳐야 한다.


▶ 대기권 진입 = 인사이트호는 대기권 진입 전 열방패가 전면을 향하도록 자세를 잡는다. 약 114㎞ 높이에서 시속 1만9천800㎞로 대기권에 진입하게 된다. 진입 각도는 화성 표면과 거의 비슷한 12도. 진입 각도가 너무 낮으면 우주로 튕겨 나가고, 너무 높으면 마찰열로 선체가 녹아버린다.
인사이트 선체는 1천500도까지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됐다.
▶ 하강 = 대기권에 진입해 11㎞ 상공에 도달하면 흰색 나일론으로 된 낙하산이 펴지게 된다. 이때 속도는 시속 1천400㎞. 낙하산을 편 직후 선체 하단을 감싸고 있던 열방패를 떼어내고 3개의 다리를 펴게 된다.
낙하산을 타고 2분가량 하강한 뒤 약 2㎞ 상공부터는 레이더를 가동해 속도와 고도 등을 조절한다.
착륙까지 1분이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속도는 시속 215㎞로 줄고, 1㎞ 상공에 도달하면 선체 상단을 보호하던 덮개와 낙하산도 뗀다.
▶ 착륙= 낙하산을 떼는 것과 거의 동시에 12개의 하강(역추진)엔진을 가동해 하강속도를 줄이고 낙하산에 매달려 떨어지는 덮개와도 거리를 두게 된다. 50m 상공에서 착륙했을 때 태양광 패널이 동서 방향으로 펼쳐지고 로봇 팔은 남쪽으로 향할 수 있도록 자세를 잡는다. 이때 속도는 시속 27㎞. 화성 표면에 닿을 때의 속도는 시속 8㎞를 목표로 하고 있다.
표면에 닿는 순간 3개의 다리에 장착된 센서가 작동해 엔진이 꺼지고 착륙도 마무리된다.
◇ 착륙 '낭보' 언제, 어떻게 받나 = 인사이트호의 화성 착륙 시간은 유동적이기는 하나 현재까지는 새벽 4시 54분께 착륙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이 시간은 화성에서 지구까지 송신하는데 걸리는 8.1분도 포함돼 있다.
화성 시간으로는 오후 2시 무렵이다. 맑은 날이면 대략 영하 8도 정도로 예상되지만, 밤에는 영하 96도까지 내려간다.


인사이트호는 착륙과정에서 극초단파(UHF) 안테나로 위치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그린뱅크천문대와 독일 에펠스베르크의 막스플랑크전파천문학연구소의 전파망원경 2대가 대기하고 있다가 포착해 관제소로 전달하게 된다.
이 신호는 위치신호 이외에 많은 정보를 주지는 못한다.
이보다는 착륙 7분 뒤 X-밴드 안테나를 이용해 '삐'하는 신호를 발신하게 되는데 착륙이 제대로 이뤄졌을 때만 진행되기 때문에 착륙 성공 여부를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이번 착륙과정에서는 미래 우주임무에 이용할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인사이트호와 함께 발사한 서류가방 크기의 큐브샛 마르코(MarCO) 2대가 1만㎞ 뒤에서 따라가고 있어 착륙 신호를 지구로 중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월(WALL)-E와 이브(EVE)라는 애칭이 붙은 이 큐브샛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인사이트가 착륙하고 불과 수 분 안에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RO는 인사이트호의 착륙과정을 비행기의 블랙박스처럼 기록하게 되지만 화성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가 한 바퀴를 돌아온 뒤에 송신하기 때문에 착륙시간보다 3시간가량 늦은 오전 8시쯤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화성 궤도를 도는 오디세이(Odyssey)는 인사이트가 태양전지판을 완전히 폈는지 확인하게 되는데 그 시간은 오전 10시30분쯤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사이트호 착륙 진행 과정에 대한 전문가 코멘트와 관제소 상황 등은 NASA TV를 통해 생방송될 예정이다.
[로이터 제공]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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