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톡톡] 남북협력 투입되는 軍수송기, 장거리비행은 제한

입력 2018-11-24 07:00  

[김귀근의 병영톡톡] 남북협력 투입되는 軍수송기, 장거리비행은 제한
A-400M 도입론 '솔솔'…수송기-훈련기 교환판매 '빅딜' 성사될까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머나먼 이국땅에서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타국 공항에서 태극마크를 단 우리나라 항공기를 목격해도 마치 고국 땅을 밟은 것 같은 안도감이 밀려온다. 지난 10월 태풍 '위투'가 휩쓸고 지나간 사이판에 태극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우리 공군 수송기가 급파됐다. 사이판에 발이 묶였던 우리 국민들도 긴급 수송 임무를 부여받고 투입된 우리 공군 수송기를 목격하고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장거리 공중 수송과 원거리 해상전력 전개 능력은 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할 때 자주 거론된다. 재정이 막강한 국가일수록 다양한 장거리 수송 수단이 있고, 세계 어디든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능력은 곧 국력으로 평가되곤 한다.
우리 공군 C-130 수송기도 지난달 27~29일 사이판과 괌을 10차례 오가며 고립된 국민 799명을 안전하게 이송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보여줬다. 당시 시설물과 항행 안전시설이 파괴되고 활주로 상태도 매우 나빴던 사이판 공항에 수송기를 보낸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고 한다.
사이판에 도착한 공군 수송기 조종사들은 공항 관제탑의 기능 정지로 관제 도움을 받지 못해 육안 비행(시계비행)을 했고, 끼니도 조종석에서 빵과 바나나로 때우며 임무를 수행했다.

◇ 공군 수송기, 알래스카 가려면 최대 4곳 경유해야
이번에 사이판에 급파됐던 C-13O 수송기는 최대 114명을 태울 수 있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 짐도 실어야 해서 무게 때문에 한 번에 80여명씩 수송했다. 공군은 64년 전 양산된 C-130H(허큘리스)가 수송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고육지책을 썼다고 한다.
이 수송기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탄차량을 북한에서 싱가포르까지 운송한 수송기보다 탑재량이 떨어진다. 당시 옛소련제 IL-76 수송기는 김 위원장의 전용 방탄차(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 가드)와 이동식 화장실 등을 실어 날랐다. 이 수송기는 C-130H보다 탑재량도 많고 항속거리도 길다.
더구나 우리 공군 주력 수송기인 C-130 계열은 연료를 한 번 채우면 베트남 정도까지 비행할 수 있다. 더 먼 지역까지 비행하려면 중간 기착지에 내려 연료를 보충해야 한다.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27일까지 알래스카에서 실시된 '레드플래그' 다국적 연합훈련 때 지원 병력과 물자를 실은 C-130H 수송기 2대가 파견됐다.
김해기지를 출발한 수송기는 에릭슨 기지와 알래스카 앵커리지 인근의 엘먼도프 기지를 경유해 기착지인 아일슨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장거리 비행으로 인해 급유를 받으려면 중간 기지에 반드시 들러야 한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경유지가 4곳으로 늘어난다.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에서 출발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외곽 트래비스 공군기지, 하와이 호놀룰루 히캄 공군기지, 태평양 마셜제도의 버콜즈 육군기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경유해 김해기지로 복귀한다.


10월 1일 국군의 날에 6·25전쟁 당시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국군 유해 64구가 68년 만에 하와이를 거쳐 조국의 품에 안겼다. 이때도 C-130 특별수송기가 임무를 수행했다.
하와이 히캄기지에서 출발해 버콜즈 기지와 괌 앤더슨 기지를 거쳐 서울공항까지가 애초 비행 코스였다. 하와이에서 출발하는 수송기는 원래 이런 코스로 비행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태풍 '콩레이'가 길목을 막아서면서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우회하는 경로가 추가됐다. 예순네분의 호국영웅들은 장장 1만1천500㎞의 기나긴 여정 끝에 고국의 품에 안겼다.

◇ 북한에 귤 수송…남북협력 임무에 투입되는 수송기
군의 한 고위관계자는 24일 "요즘 우리 공군 수송기가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수송기가 남북협력 임무를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남북 통일농구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단과 정부 대표단 등 101명을 태운 C-130 수송기 2대가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발해 70분간 서해 직항로를 날아 평양에 내렸다. 우리 군 수송기의 북한지역 방문은 분단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평양 순안공항에 우리 방북단을 마중 나온 북측 인사들은 "수송기 타고 와서 깜짝 놀랐다", "왜 수송기를 타고 온 겁니까', "수송기는 원래 짐을 싣는 건데…"라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군 수송기를 이용한 방북은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빠른 속도로 달라지는 남북관계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지난 11일에는 C-130 4대가 제주산 귤 200t을 싣고 제주공항을 출발해 평양 순안공항으로 비행했다. 귤은 10㎏ 상자 2만개에 담아 11~12일 이틀에 걸쳐 하루에 두 번씩 모두 네 차례로 나눠 운반됐다.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북측이 송이버섯 2t을 선물한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남측이 답례를 한 것이었다.
수송기가 군사 임무 뿐 아니라 남북협력을 위한 '사절'의 역할도 해냈다.



◇ 대형 수송기 도입의견 많아…軍 "장거리 수송임무 계속 증가"
군 안팎에서 대형수송기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공군 수송 임무가 한반도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고 있어서다. 사이판에 고립됐던 우리 국민 수송 임무 이후 이런 의견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리 군의 국외 파병 확대에 따른 항공 수송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재 장거리 수송 능력이 있는 군 수송기가 없어 국외 파병지역으로 떠나는 병력은 민항기를 타고 가는 실정이다. 그러나 때론 파병지역의 불안정성으로 민항기 이용이 어렵고, 대형 군용장비 수송 소요 등을 고려할 때 장거리 대형수송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군은 애초 C-130급 이상의 수송기 19대를 필요로 했으나 예산 문제 등으로 16대만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임무 증가를 고려해 애초 계획됐다가 보류된 3대 추가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어차피 추가로 도입할 바에는 재난구호와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재외국민 보호 등의 임무 수행을 고려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대형수송기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1대에 이어 내년 3대가 추가 도입되는 공중급유기 'A330 MRTT'를 장거리 공수 임무에 투입하자는 의견도 제기한다. 그러나 공중급유기와 대형 수송기는 임무가 완전 딴판이다. A330 MRTT는 민항기를 개조했기 때문에 화물 수송 능력이 제한된다. 동체 후미에 램프 도어(Ramp Door)가 없어 대형 화물은 실을 수도 없다고 군은 설명한다.
군 관계자는 "A330 MRTT는 환자가 누울 병상 장착이 어려워 환자 수송도 거의 불가능하다"며 "군 수송기의 기본적인 기능인 공중투하도 할 수 없고, 유사시에는 전투기 공중급유가 급하기 때문에 공수 임무에 투입할 여력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이 지난 12~13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열린 한국-스페인 방산군수공동위원회 회의 기간 자국 보유 대형수송기와 한국산 공군 훈련기의 맞교환을 공식 제안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페인은 유럽 에어버스사로부터 A-400M 수송기 27대를 주문했으나 이 중 13대를 운용하지 않기로 하고, 에어버스와의 추가 협상을 거쳐 13대를 다른 나라에 판매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스페인 측은 대형수송기 A-400M 4~6대를 우리나라에 판매하는 대가로 KT-1 30여대와 T-50 고등훈련기 20여대의 구매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럽 간에 군수장비를 맞교환하는 사상 유례없는 '스와프 딜'(swap deal)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추진 방침에 대해 다른 나라들도 같은 방식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 일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방산수출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워낙 많아 양측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성사 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 우리 공군과 스페인 측의 '희망 사항'이 어느 정도 공통분모를 이루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 관련 부처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을 잘 해주길 기대해본다.

three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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