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싱가포르]①기초과목 학습도 생생한 경험으로

입력 2018-12-02 10:00   수정 2018-12-03 11:29

[해외교육-싱가포르]①기초과목 학습도 생생한 경험으로
스파이더맨 장난감으로 '물질의 특성' 수업
"기초가 튼튼해야 더 많은 것 배워…직접 말하고 실험해야 진정한 학습"




(싱가포르=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와! 스파이더맨이 문에 딱 붙었어. 멀리서 던졌는데 안 떨어지나 봐. 우리 이번에는 칠판에 던져보자"
지난달 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퀸스타운(Queenstown) 초등학교. 3학년 과학 수업이 한창이던 한 교실에서는 스파이더맨 장난감들이 공중을 날고 있었다.
책상에 앉아 연필을 쥔 학생은 없었다. 5∼6명씩 조를 이룬 학생들은 자유롭게 교실을 돌아다니며 고무로 된 장난감 스파이더맨을 던지고 또 던졌다.
이날 주제는 '물질의 특성'.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은 장난감 스파이더맨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재료가 어떤 특성을 갖는지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학생들이 장난감을 만지고 던지는 모습을 보며 '이번에는 스파이더맨이 왜 떨어졌을까?', '스파이더맨이 움직이네, 무엇 때문일까?' 등의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싱가포르는 흔히 '교육 강국'으로 평가된다.
공교육 중심의 교육 체제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모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등 여러 교육 평가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큰 만큼 다양한 교과 활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싱가포르의 학교 시간표는 주로 모국어·영어·수학·과학 등 기초과목에 집중돼 있다.



펄리 응 포 주(51) 퀸스타운 초등학교 교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읽고, 어떻게 숫자를 세는지 등은 모든 배움의 기초"라며 기초과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퀸스타운 초등학교의 경우, 1학년 학생들은 보통 일주일에 모국어(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 중 선택) 6시간, 수학 4시간, 영어는 7시간씩을 배운다. 세 과목의 주당 수업 시간을 합치면 전체 수업 시간의 68%를 차지한다.
기초 교과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체육, 음악, 인성·시민교육(CCE) 등으로 구성돼 있고, 과학은 읽기·셈하기 등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3학년이 돼서야 배운다.
펄리 교장은 "기초가 튼튼해야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서 "저학년의 경우 (학습의 기초가 되는) 호기심, 창의성, 자신감 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학년 학생들 역시 기초교과목에 '올인'하는 편이다. 학교 측에 따르면 5학년 학생들은 매주 모국어 총 6시간, 수학 4시간 30분, 영어 5시간 30분씩을 배운다고 한다.
여기에다 과학(주당 2시간 30분), 사회(1시간 30분)를 모두 합치면 전체 수업 시간의 약 80%를 기초교과목에 투자하는 셈이다.
모든 수업은 학생들의 '학습 경험'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선생님이 말하는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받아적거나 수학 공식을 달달 외우는 식의 수동적 방법은 진정한 의미의 '배움'이 아니라고 여기는 탓이다.
펄리 교장은 "영어는 말을 해보면서, 숫자는 손으로 수의 개념을 만져보면서, 과학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직접 경험해야만 제대로 지식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영어 시간에 '임금님을 위한 파티'라는 주제를 공부한다면 교과서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어떤 파티 음식을 준비할지, 어떤 옷을 입을지 상상하고 단어와 문장으로 직접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수학 시간 역시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나무 큐브를 하나하나 세어가며 숫자를 구체적으로 익히게끔 한다. 숫자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촉각 경험을 통해 배우는 셈이다.



펄리 교장은 "과학 시간은 실험하는 게 기본"이라며 "아이들이 직접 해보고 흥미를 느껴야만 더 깊은 지식, 더 큰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렇다 보니 수업 시간은 교사가 아닌 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학생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끝없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는 "수학 시간만 해도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시간이 아니다. 도형의 각도를 구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왜 이렇게 풀었는지 질문하고 이야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너의 생각도 맞아. 하지만 이 부분에는 동의하지 않아 왜냐하면∼' 등의 방식으로 대화가 끊임없이 오가도록 북돋운다"고 덧붙였다.
물론, 선생님의 역할도 막중하다. 단순히 칠판에 필기하고 교과서를 읽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재미난' 수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펄리 교장은 "교사가 된 뒤에도 교육은 계속된다"면서 "동료들끼리 수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서로 보완할 점을 피드백해주는 건 일상"이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교단에 선 펄리 교장은 공교육, 특히 학교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기술이 크게 발전하더라도 선생님의 역할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학교는 인간으로서의 기본 소양, 배움의 기초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글을 읽고 숫자를 세고, 과학적 사고를 하는 것은 늘 기본이 됩니다. 학교에서는 계속해서 이를 가르칠 뿐이에요."



yes@yna.co.kr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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