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육-프랑스]①모든 교과목의 기본은 모국어

입력 2018-12-02 10:00   수정 2018-12-03 11:27

[해외교육-프랑스]①모든 교과목의 기본은 모국어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15줄 문장 올바르게 쓸 수 있으면 된다"
"화학·생물 등 다른 과목과 연결하는 능력 길러주는 게 수학 교육 기본 목표"

(파리=연합뉴스) 오예진 기자 = 데카르트, 볼테르, 루소, 사르트르, 데리다, 라캉 등 수많은 사상가와 철학자들을 길러낸 프랑스.
프랑스 교육의 밑바탕에는 '국어'에 대한 존중이 자리하고 있다. 모든 과목의 기본은 국어라는 것이 프랑스 교육계의 확고한 신념이다.
지난 9월 발표된 2018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프랑스의 초등학교 과목별 수업 시간에서 국어의 비중은 자그마치 38%. 한국의 21%에 비해 거의 2배가량 많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말하기와 듣기, 읽기를 중심으로 국어를 익혀나간다. 저학년 때에는 쓰기를 숙제로 내는 것이 금지돼 있고, 독해 훈련에 집중한다. 학생들은 독해 훈련을 바탕으로 학년이 올라갈수록 고차원적인 작문 과정을 밟게 된다.
연합뉴스 기자는 지난 9일 방문한 파리 외곽의 공립 초등학교 르 느와이에 드 리마쥬 초등학교(Ecole le Noyer de l'Image)에서 이런 교육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찰할 수 있었다.




마르틴 르딕(Martine Leduc) 교장은 "저학년 단계에서는 글을 유창하게 읽도록 가르치고 이후 3∼4장짜리 글을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자법은 조금 더 어려워서 4학년 정도에 자리 잡는데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15줄 정도의 문장을 틀리지 않고 올바르게 쓸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설명했다.
철자법을 익히는 동시에 학생들은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는 훈련을 받는다.
르딕 교장은 "학생들은 어떤 글을 읽고 나서 자신만의 어휘를 통해 다시 한 번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쓰게 된다"고 말했다.
국어 수업은 대부분 학생이 자기 생각을 글이나 말로 표출하고, 주어진 지문에 대해 본인만의 시각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프랑스 국어 교육의 다른 특징은 언어능력의 평가가 다른 과목 수업에서도 진행된다는 점이다. 자기 생각을 논리적이거나 압축적으로 표출하는 국어의 활용은 역사, 윤리, 과학, 수학 등 전 과목에 걸쳐 이뤄진다.



프랑스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종합 사립학교 에꼴 알자시엔(Ecole Alsacienne)의 총괄 교장인 피에르 드 파나피유(Pierre de Panafieu)는 "쓰고 결론을 도출하고 시적인 어휘를 사용해 역사적으로 기술하는 능력은 국어 교사뿐 아니라 역사 교사도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림을 해석하려면 역사와 미술뿐 아니라 수학적으로 이미지를 구성하는 능력도 필요한데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게끔 하는 것인 프랑스 교육의 전반적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공립인 자크 다게르 중학교(College Jacques Daguerre)의 베티 파비엔(Vetie Fabienne) 교장은 "우리의 교육 목적은 생각하기다. 같은 작품을 읽어도 학생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이를 위한 각자의 전략을 뽑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어는 듣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 언어이고 굉장히 복잡한 언어이기 때문에 현재의 수업 시간도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초과목을 중시하는 프랑스 공교육은 국어 다음으로 수학을 중시한다.
프랑스의 수학 수업은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그 정답에 도달하는 과정에 방점이 찍힌다.
시험 때도 최종 정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정답을 도출한 문제풀이 과정을 함께 본다.
다게르 중학교의 수학 교사 베이유 제롬(Bailly Gerome)은 "학생들은 선생님이 칠판에 설명한 내용을 적는 노트와 문제를 푼 과정을 상세히 적는 노트를 각각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는 문제풀이 노트를 보고 학생을 지도한다"고 설명했다.



정답이 틀렸어도 문제풀이 과정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시험이나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파비엔 교장은 "우리는 답을 내는 것보다 생각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본다. 생각의 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각을 발전시키다 착오로 계산을 틀릴 수 있는데 이것은 학교에서 고쳐줄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학교들은 시험에서 틀린 문제에 대해 학생에게 왜 틀렸는지를 이해시킨 다음 같은 유형의 문제를 한 번 더 풀어오도록 시킨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개념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풀어와 문제를 맞히면 점수도 준다. 다만 첫 평가에서 성적을 잘 받은 학생들에게는 추가 점수를 부여함으로써 학생 평가에서 변별력을 유지한다.
프랑스 수학 교육의 다른 특징은 다른 과목과의 연계나 활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다는 점이다.
알자시엔에서 중·고교 수학을 담당하고 있는 스테판 보노(Stephane Bonot)는 "화학이나 생물 등 다른 과목과 연결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수학 교육의 기본 목표"라고 밝혔다.
수학교사 제롬 역시 "수학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리, 화학뿐 아니라 컴퓨터를 활용한 정보처리나 장보기, 월급 계산 등 삶의 모든 곳에서 수학이 쓰이기 때문에 항상 가치가 있다"며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수학적인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한국 언론학회-SNU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oh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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