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모은 한국인 삶의 기록을 한자리에 펼치다

입력 2018-12-04 14:33  

10년간 모은 한국인 삶의 기록을 한자리에 펼치다
국립민속박물관 '아카이브 만들기' 특별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유 민속자료는 하나씩 둘씩 인멸(湮滅)하여 간다. 승계자의 생명에는 한이 있어 한 번 타계(他界)로 가면 귀중한 자료는 영원히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민속학회를 만든 석남(石南) 송석하(1904∼1948)는 국내 최초 민속학 학술지 '조선민속' 창간사에서 자료 수집의 중요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석남이 서술한 대로 사람들의 풍속과 관습을 연구하는 민속학에서 자료 수집은 가장 기본이 되는 작업이다. 일상이 급속도로 변하는 현대에는 자료 모으기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07년 '아시아 최고의 민속학종합정보센터 구축'을 목표로 민속학정보센터인 민속아카이브를 개설하고, 자료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를 통해 사진과 동영상 90만여 점을 포함해 도서, 문서까지 총 100만여 점을 민속아카이브에 축적했다.
박물관이 5일 개막해 내년 3월 11일까지 진행하는 특별전 '아카이브 만들기'는 민속아카이브에 차곡차곡 쌓은 각종 삶의 기록 가운데 240여 점을 추려 선보이는 자리다.
민속아카이브 자체가 기록 보관소를 의미해 눈길을 사로잡는 유물은 없지만, 박물관이 10여년간 벌인 사업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기획자인 김형주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4일 간담회에서 "민속학을 하려면 수집에 미쳐야 한다"며 전시실에 걸린 모자 하나를 소개했다.
일부가 불에 탄 이 모자는 김창호 학예연구사가 2009년 정월대보름에 창녕 화왕산 들불축제를 조사하러 갈 때 썼다. 당시 화왕산에는 큰불이 났고, 김 연구사도 화상을 입어 6개월간 휴직했다.
전시는 이처럼 자료 수집에 열정적인 태도를 보인 연구자들의 노력과 뒷이야기, 성과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제1부에서는 '수집광'이었던 석남과 1세대 민속학자인 월산(月山) 임동권(1926∼2012)의 자료를 바탕으로 민속아카이브 설립 과정을 설명한다.
나무로 만든 사진카드 보관함, 지역과 내용을 분류해 담은 192.5㎝ 높이 민요카드 함, 월산이 수집 지역을 표시하기 위해 만든 도장을 볼 수 있다.
이어 제2부에서는 민속아카이브 사진으로 만든 벽면을 배경으로 기증자와 박물관 직원이 전하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자료 갈무리가 소주제인 제3부는 돌잔치, 학창 시절, 결혼식, 회갑연, 장례식 등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경험하는 다양한 풍경을 사진과 영상으로 구성했다.
한 인간의 삶은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의식을 치르는 모습이 바뀐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제4부는 도서관(Library), 아카이브(Archives), 박물관(Museum)의 합성어인 '라키비움' 형태로 꾸몄다. 의식주와 생업, 의례, 신앙, 세시풍속, 놀이, 축제 등 박물관 분류 체계에 따라 자료를 배치했다.
아울러 민속아카이브 인기 자료 1∼5위인 '독일인 헤르만 산더의 여행', '찰스 버스턴 기증 사진집', '모자와 신발 특별전-머리에서 발끝까지', '하피첩', '생활문물연구' 관련 도서를 차례로 진열했다.
김형주 연구사는 "이번 특별전은 10여년간의 자료 수집 활동을 되돌아보고,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바쁜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우리 삶을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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