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의인열전] ⑤길에서 쓰러진 뇌출혈 환자 구한 '어린 영웅들'

입력 2018-12-26 10:05  

[2018의인열전] ⑤길에서 쓰러진 뇌출혈 환자 구한 '어린 영웅들'
민세은·황현희양 "상 받아야 할 구조 앞장 어른 세분 꼭 소개해주세요"
"위급한 사람 돕는 일은 파란불에 길 건너는 것과 같이 당연한 일"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수피아여중 1학년 민세은(13)양, 풍암고 2학년 황현희(17)양이 '그 날' 이후 다시 만났다.
민양과 황양은 중년 남성이 뇌출혈로 길에서 쓰러진 것을 보고 침착하게 대응해 목숨을 살린 '어린 영웅'들이다.
지난 10월 24일 오후 4시 30분께 광주 남구 백운동 한 육교 주변 인도에서 길을 걷던 남성이 갑자기 차도 쪽으로 쓰러졌다. 머리에서는 피가 나기 시작했다.
학원에 가던 민양은 남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
황양은 방과후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한달음에 현장까지 뛰어갔다.



지혈을 도우며 발을 동동 구르던 이들은 구급차가 도착하자 동행할 사람이 없는 남성을 위해 병원까지 함께했다.
황양은 구급차 안에서 민양이 입은 교복을 보고 자신의 중학교 후배라는 것을 알아봤다. 서로 불안함도 달랬다.
학생들은 보호자가 병원에 나타나고 환자가 의식을 회복했다는 말을 듣고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LG 복지재단은 두 학생에게 LG 의인상을 줬고, BHC치킨은 황양을 '이달의 히어로'로 선정해 풍암고에 콜 팝 300개를 '쐈다'.
사회적 관심에 우쭐해질 법도 하지만 두 학생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환자의 노모를 업고 병원까지 뛰었다거나 심폐소생술로 환자를 회복하게 했다는 등 기사와 소문으로 과장된 미담이 이들을 억눌렀다.
황양은 "집으로 돌아가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현장에 있던 이모님(함께 도운 여성)이 학교에 연락하며 알려지기 시작했다"며 "(지나친 부담에) 체하고 열이 나기도 해 이모님이 한때 미안해하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모님이라 불린 여성은 물티슈를 가져다가 지혈을 주도했고, 다른 남녀 2명은 차도에 쓰러진 남성의 2차 사고를 막으려고 수신호로 차량 통행을 막았다.
민양과 황양은 현장에 있던 이들을 일일이 열거하고 "꼭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두 학생은 "저희가 주인공이 아니다"라며 "분에 넘치는 칭찬에 상까지 받고 보니 감사하기도 하지만 정작 상을 받을 분들은 다른 어른들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동생인 민양의 눈에는 안타까운 시민의식도 들어왔다.



민양은 "구급차가 왔을 때 환자를 옮기느라 구급대원들이 고생하시는데, 주변에 덩치 큰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황양은 민양의 말을 이어받아 '이모님'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사교성이 좋은 황양은 현장에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연락을 주고받았던 '의인'들과 아직 연락하고 지낸다.
황양은 "저희만 관심을 받아 미안한 마음도 들고 서운하실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모님이 명언을 남기셨다"며 "모두가 빨간불에 길을 건넌다고 한들 혼자 파란불에 건넜다고 해서 그게 칭찬받을 일은 아니라고 하셨어요"라고 힘줘 말했다.
위급한 사람을 돕는 일은 녹색 신호등에 길을 건너는 것처럼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민양과 황양에게 희망하는 직업을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민양은 유치원 교사가 돼 어린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황양은 작업치료사가 돼서장애인들의 재활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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