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관객 '점박이' 속편 25일 개봉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우리 유전자에 고대 숭앙받던 거대한 존재에 대한 무의식적인 추종 같은 게 있지 않을까요?"
'왜 아이들은 공룡에 열광할까'라는 질문에 공룡 애니메이션 '점박이' 시리즈를 연출한 한상호 감독이 내놓은 답이다.
그는 현직 EBS PD지만, 10년 넘게 공룡에 몰두해 '공룡 박사'나 다름없다.
2008년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선보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2012년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를 개봉해 105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오는 25일에는 6년 만에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2:새로운 낙원'(이하 '점박이 2')을 선보인다.

'점박이 2'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한상호 감독을 만났다. "예전에 제가 만든 공룡 다큐를 TV에서 방영했을 때 '4살짜리 아이가 혼자 일어나 TV를 켜고 봤다', '무서워하면서도 소파 밑에 들어가 공포영화를 즐기듯 봤다' 등 많은 시청평을 들었어요. 아이들에게는 공룡이 무서우면서도 다가가고 싶어하는 존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점박이 2'에서 '다소 무섭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공룡을 정교하고 실감 나게 그린 것도 그 때문이다. 한 감독은 "그동안 귀여운 공룡이 나오는 작품은 흥행하지 못했다"면서 "아이들은 디테일이 살아있고, 다채로운 공룡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점박이 2'는 전편에서 한반도 제왕이 된 타르보사우루스 점박이(박희순)가 납치된 막내를 찾으러 아시아 전역으로 떠나는 모험을 그린다.
점박이 여정에는 딸을 찾는 또 다른 타르보사우루스 송곳니(라미란)와 초식 공룡인 사이카니아 싸이(김성균)가 동행한다.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아 극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는 데다, 어른들도 빠져 들만한 서사 구조도 지녔다. 국문학을 전공한 이야기꾼 한 감독이 각본을 직접 썼다.
"1편은 단둘이 살아남은 점박이와 막내가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뒷모습으로 끝나는데, 둘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저 둘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며 짧은 글을 썼는데, 그게 2편 토대가 됐죠."
그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 고전적인 이야기 틀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점박이의 여정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오디세우스 여정과 비슷해요. 또 동굴에 감금된 막내를 찾는 구조는 지하세계로 아내를 찾으러 간 오르페우스 이야기에서 착안했죠."


제작비는 90억 원대. EBS와 중국 헝셩그룹, 드림써치씨앤씨 앤디스튜디오 등이 공동 제작했다.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꽤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지만,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편당 제작비가 통상 2천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20분의 1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세계적인 수준 컴퓨터그래픽(CG)을 구현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특히 실사영화를 볼 때처럼 애니메이션 캐릭터들도 연기의 깊은 맛이 느껴지도록 표현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한 감독은 "애니메이션 팀을 꾸려 6개월 동안 작업했지만, 한컷도 '오케이 컷'이 나오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영화 '미스터 고'에서 고릴라 연기를 소화한 모션 캡처 전문가 김흥래 도움을 얻었다. 공룡 액션을 할 수 있는 배우들로 팀을 꾸려 촬영한 뒤 이를 토대로 애니메이터들이 움직임 등을 섬세하게 구현했다. 크리에이터 300여명 손길이 거쳐 갔다.
이 영화 또 다른 볼거리는 점박이 모험 길에 펼쳐지는 장대한 배경이다. 제작진은 중국 간쑤성 협곡, 네이멍구 사막, 후커우 폭포 등지를 직접 찾아가 촬영한 뒤 스크린에 구현했다. 3만4천㎞에 달하는 긴 여정이었다.


그동안 공룡을 소재로 한 작품은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비롯해 픽사의 '굿 다이노', BBC 다큐멘터리 등 수많은 작품이 있다. 우리 토종 기술로 만든 '점박이'만의 매력은 뭘까.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은 공룡을 낯선 타자로 여기고,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존재로 생각합니다. BBC 다큐를 봐도 3인칭으로 묘사하죠. 그러나 저는 공룡이 주인공이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게 우리 정서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또 티라노 사우르스 등 북미 공룡은 많이 본 만큼 아시아에서 자란 공룡이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타르보사우루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한 감독은 "과거에는 할리우드가 만든 이미지 중심으로 공룡을 봤다면, 이제는 우리 기술로 만든 공룡을 보며 우리 세대가 상상하고 꿈꾸게 해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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