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가야사 조사·연구 시동 걸었다

입력 2018-12-23 12:49  

소외된 가야사 조사·연구 시동 걸었다
쌍릉 비롯한 백제 유적도 관심…고려 건국 1천100주년 행사
남북 문화재 교류 재개…해외 소재 유물 잇달아 환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경북 고령 대가야 지산동 고분군에서 나온 각종 무구(武具)부터 경남 함안 아라가야 말이산 고분 덮개돌에서 드러난 별자리 구멍인 성혈(星穴)까지.
정부가 국정과제로 선정한 가야사 문화권 조사·정비가 올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가야는 그동안 문헌에 남은 기록과 연구자가 많지 않아 신라·고구려·백제에 밀려 소외된 왕조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재청과 지자체는 가야 유적 발굴을 잇달아 시작했고, 가야사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열어 학계 연구 현황과 과제를 점검했다. 또 국립연구소와 대학 간 업무협약과 가야 기획전도 이어졌다.
가야에 대한 관심은 1월 고령 지산동 고분군 탐방로 조성 과정에서 5세기 중반부터 6세기 후반 사이에 조성한 고분 74기와 유물 1천여 점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졌다.
그중 일부 무덤에서는 철제 투구를 비롯해 등자(발걸이), 재갈, 말안장, 말등 기꽂이, 말방울 등 가야 기마무사 모습을 복원하는 데 도움을 줄 자료가 나왔다.
아라가야 중심지인 함안에서는 여름에 왕성 실체를 드러내는 8.5m 높이 토성이 확인된 데 이어 토기 생산시설인 11m 길이 계단식 등요(登窯·오름가마)와 토기 폐기장이 나타났다.
직경 40.1m 높이 7.5m에 달하는 아라가야 최대급 고분인 말이산 13호분에서 1천500여 년 전 별자리를 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 125개가 발견되면서 가야는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호남 가야 유적 중 최초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이 됐고, 경남 창녕 가야 세력의 성장과 소멸 과정을 보여주는 계성고분군도 사적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가야 유물 보물 지정조사를 통해 37건을 조사 추진 대상으로 선정하고, '고령 지산동 32호분 출토 금동관', '부산 복천동 22호분 출토 청동칠두령(靑銅七頭領)', '부산 복천동 38호분 출토 철제갑옷 일괄'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익산 쌍릉을 비롯한 백제 유적에서도 발굴조사 성과가 연이어 나왔다. 함안 말이산 13호분과 마찬가지로 100년 만에 발굴조사가 시행된 쌍릉 대왕릉은 규모와 축조 방식, 축조 시기를 볼 때 익산에 미륵사를 세운 무왕(재위 600∼641) 왕릉일 가능성이 커졌다.
길이 378㎝·너비 176㎝·높이 225㎝인 육각형 현실(玄室·시신을 넣은 널이 안치된 방)과 길이가 21m에 달하는 묘도(墓道·무덤길)가 드러났고, 무덤 안에서 수습한 상자에 담긴 인골을 분석한 결과 "60대 전후 남성 노인, 키 161∼170.1㎝, 사망 시점은 620∼659년"으로 추정됐다.
웅진도읍기(475∼538) 백제 도읍인 공주에서는 삼국시대 사찰 가운데 건립 연대와 장소를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절인 대통사(大通寺)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단서가 될 글자 새김 기와가 발견됐다.
아울러 공주 교동에서는 일제강점기 미완성 무덤으로 규정한 백제시대 전축분(塼築墳·벽돌무덤)이 다시 출현했고, 무덤 혹은 제사시설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송산리 고분군 능선 정상부 석축(石築)에 대한 발굴조사가 30년 만에 이뤄졌지만 성격을 알아낼 명확한 자료를 찾지 못했다.
하남 감일동에서는 4세기 중반∼5세기 초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횡혈식 석실분(橫穴式石室墳·굴식 돌방무덤) 50기가 발견돼 화제를 모았다.



올해 건국 1천100주년이었던 고려를 재조명하는 학술·문화재 행사도 많이 개최됐다. 지자체와 학술단체는 고려를 돌아보는 학술대회를 열었고, 국공립 박물관이 마련한 고려 기획전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강화도에서는 희종(재위 1204∼1211)이 묻힌 강화 석릉 주변 무덤과 흥왕리 이궁터 발굴이 진행됐다.
고려 문화행사 백미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내외 45개 기관이 소장한 고려 문화재 450여 점을 한데 모아 소개한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평소에 보기 어려운 고려시대 불화, 불교 목판, 경전, 청자, 불상, 불감(佛龕·소형 휴대용 법당), 나전칠기, 금속공예품이 전시실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박물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북한 소재 고려 유물 대여는 실패해 사제 간 만남을 기원하며 할애한 공간에 스승인 희랑대사좌상만 전시됐다.



비록 왕건상과 고려 금속활자는 서울에 오지 않았지만, 남북 문화재 교류는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2015년 이후 중단된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가 재개됐고, 남과 북이 따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신청한 씨름은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이라는 명칭으로 공동 등재됐다.
남북 공동 등재는 세계유산·인류무형문화유산·세계기록유산을 통틀어 첫 사례로, 비무장지대의 세계유산 공동 등재를 비롯해 관련 사업에서 속도를 낼 계기로 평가됐다.
전국 7개 사찰로 구성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은 우리나라의 13번째 세계유산이 됐다. '한국의 서원'과 '한양도성'이 연달아 등재에 실패한 뒤 3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올해는 해외 문화재가 돌아왔다는 소식이 유독 많이 들려오기도 했다. 14세기 말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금동불감과 관음보살상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의 양봉 교재로 알려진 '양봉요지'(養蜂要誌) 유일본, 150여년간 행방이 묘연했던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孝明世子嬪 冊封 竹冊)이 귀환했다.
조선시대 불화인 '청도 운문사 칠성도'와 '봉은사 시왕도', 덕온공주 인장, 백범 친필 '광명정대'(光明正大)도 한국으로 왔다.
일제가 1910년 국권을 침탈한 뒤 헐값에 인수했다가 2012년 우리 정부가 매입하면서 102년 만에 되찾은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지난 5월 복원공사를 마치고 정식 개관해 미국 워싱턴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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