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미국의 '배신'에 절망한 쿠르드족의 '내 나라' 꿈

입력 2018-12-24 16:31   수정 2018-12-24 19:39

다시 미국의 '배신'에 절망한 쿠르드족의 `내 나라' 꿈
70년대 미국의 보증 믿었다가 버림받고 90년대도 외면 받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국의 완전 철수를 전격 지시한 후 터키군이 23일(현지시간) 시리아 서북부의 쿠르드 민병대 거점인 만비지의 인근에 병력과 화력을 증강 배치했다고 블룸버그닷컴이 보도했다.



터키는 그동안 이곳을 공략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면서도 미군 때문에 실제 군사 행동을 감행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미군이 떠나고 나면 쿠르드 민병대는 그대로 터키군의 공격에 노출될 운명이다.
시리아내 쿠르드 민병대는 지난 2014년부터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 퇴치 군사작전을 벌이는 미군과 동맹을 맺고 사실상 미군 대신 지상 전투를 감당하며 막대한 사상자를 내왔다.
갑작스러운 미군의 철수로 터키군과 시리아 아사드 정부군 사이에 끼여 협공을 받을 처지로 몰린 쿠르드족이 미국의 배신으로 위기에 몰린 것이 처음은 아니다.
1972년 미국의 보증을 믿고, 이라크내 쿠르드 자치정부 수립을 위해 이라크 군과 3년 동안 싸우며 수천 명의 희생자를 냈으나, 결말은 이라크군의 토벌 공세에 쫓겨 20만 명이 이란으로 탈출했다가 그중 4만 명이 강제송환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를 맞았었다.
당시 중동에서 미국과 손잡은 팔레비 왕조 이란의 요청을 받고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헨리 키신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란과 국경분쟁을 벌이는 이라크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쿠르드족에 무기와 자금을 대는 비밀공작을 보증했다.
그러나 3년 뒤 이란이 이라크와 비밀협상을 통해 국경분쟁에 합의하고 쿠르드족 지원에서 손을 떼고 미국도 용도 폐기된 쿠르드족의 도와달라는 간절한 요청을 외면해버렸다.
미국은 쿠르드족을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쿠르드 반군이 이라크 정권을 무너뜨리지는 않고 괴롭히는 수준에 머물도록 한계를 뒀다.
"우리의 운동과 인민들은 모든 사람들의 침묵 속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되고 있습니다. 각하, 미국은 당신네 나라의 정책에 헌신해온 우리 인민에 대한 도덕적이고 정치적 책임이 있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당시 쿠르드족 지도자 무스타파 바르자니가 1975년 3월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에게 보낸 지원 호소문의 한 대목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1991년 4월 7일 자에 이 서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마수드 바르자니가 부시 대통령에게 썼을 것 같지만" 마수드의 아버지 무스타파가 키신저에게 보낸 서한이라고 설명했다.
1991년에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사막의 폭풍 작전을 통해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을 격퇴한 후 사담 후세인 축출을 겨냥한 이라크 내부의 봉기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호응해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과 남부의 시아파가 무장투쟁에 나섰으나 미국은 끝내 이들에 대한 군사지원을 외면했다.
결국 봉기는 진압됐고, 수많은 피난민 행렬이 이라크 북부 산악지역에서 만들어내는 참상이 세계 여론을 들끓게 했으나 당시 부시 행정부는 여전한 베트남전 악몽 때문에 이라크 내부 사태 불개입 정책을 고수했다.
1975년의 무스타파 바르자니의 호소문은 앞으로 시리아내 쿠르드족이 트럼프 행정부에 보내는 호소문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 결정이 알려진 후 시리아의 코바네 읍에서 수천명이 참가한 가운데 철군에 반대하는 쿠르드족의 시위가 열렸다.
민병대원이었던 딸을 잃은 한 어머니는 "딸이 미군 편에 섰다가 죽었다. 이제 미군이 떠난다니 나도 죽을 것이다"라고 외쳤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0일 전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에 반대하면서 특히 시리아에서 미국을 도왔던 쿠르드 민병대의 손을 뿌리치면 아프가니스탄, 예멘, 소말리아 등에서도 민병대와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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