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찰 '제야의 종' 낮에 울린다…'소음' 항의 늘어

입력 2018-12-27 10:39  

일본 사찰 '제야의 종' 낮에 울린다…'소음' 항의 늘어
섣달 그믐 낮 시간에 치는 절 증가, 연말 전통 풍물시에 변화
전문가, "'제야의 종'은 전후 문화, 심야 고집할 필요 없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의 연말 풍물시의 하나인 사찰의 '제야의 종'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제야의 종'은 섣달 그믐 자정에 치는게 전통이지만 신자 고령화로 심야 참배자는 줄어든 반면 '소음 공해'라는 진정이 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심야에 쳐야할 제야의 종을 낮시간으로 앞당겨 치거나 아예 타종행사를 중단하는 사찰이 늘고 있다.
도쿄도(東京都) 고가네이(小金井)시에 있는 센주인(千手院)은 2014년부터 제야의 종 타종을 중단했다.
사찰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주택가로 둘러싸여 있는데 절 경내 공사로 종을 사찰 밖으로 옮기자 인근 주민들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종이 울리면 고령인 어머니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는 등의 진정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신청한 민사조정에서 방음판을 설치한 후 지정된 시간에 한해 종을 칠 수 있다는 결정이 나왔지만 방음판 설치비용이 많이 들어 포기했다.
연말 제야의 종은 쳤으면 좋겠다는 진정도 들어 왔지만 사찰 측은 "지역 주민이 기대하던 행사를 그만두게 돼 유감이지만 사찰은 중생의 생각을 들어주는 곳인 만큼 인근 주민들이 안도한다면 그만두는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시즈오카(靜岡)현 마키노하라(牧之原)시 주택가에 있는 다이타쿠지(大?寺)도 10년 전 제야의 종 타종을 일단 중단했다. 섣달 그믐 심야에 종을 치자 "도대체 언제까지 칠거냐"는 주민의 항의전화가 걸려온 것을 계기로 주지가 중단을 결정했다. 이후 종을 치는 당목을 로프로 묶어 고정시켰다.
이 절의 종은 2차 세계대전 중 금속수거령으로 징발돼 없어졌다가 60여년 전 신자의 기부로 다시 주조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이마이 가즈미쓰(今井一光. 60) 현 주지는 "선대의 추억이 서린 종을 방치해 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 2014년 타종시간을 오후 2시로 앞당겨 타종한데 이어 2015년부터는 정오에 타종을 시작하고 있다. 타종행사에 많을 때는 300여명이 모인다고 한다. 이마이 주지는 "새해를 앞두고 모두가 기쁨을 나누자는 생각은 낮에 타종하나 밤에 타종하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본 전국의 사찰에서 섣달 그믐 심야에 울리기 시작하는 제야의 종은 해가 바뀐 1월1일 오전 2-3시까지 계속되기도 한다. 종을 108번 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불교의 가르침에서 인간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108번뇌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는 설이 유력하다.
신자 고령화로 심야 타종행사 참가자가 줄어들자 다이타쿠지 처럼 시간을 앞당겨 낮에 제야의 종 타종을 하는 사찰이 늘고 있다.
군마(群馬)현 기류(桐生)시의 호토쿠지(??寺)는 어린이와 고령자의 참배를 늘리기 위해 2015년부터 오전 10시-저녁에 걸쳐 종을 친다.
음식을 파는 임시점포를 설치하거나 분장한 현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등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궁리도 하고 있다. 심야에 타종할 때는 참배자 대부분이 젊은이들이었으나 낮 시간으로 바꾼 후 세대가 넓어져 1천여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가네코 에이슈(金子英宗. 52) 주지는 "사찰은 주민의 소통의 장이니 남녀노소가 모두 모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소음규제법은 공장과 건설현장에서 나는 소음을 규제대상으로 한다. 소음문제종합연구소의 하시모토 노리히사(橋本典久) 대표는 27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제야의 종은 법의 규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해로 간주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이쇼(大正)대학의 데라다 요시히로(寺田喜朗) 교수는 "신자가 줄고 지역주민의 절에 대한 배려도 엷어져 사찰행사도 변화 필요에 내몰리고 있다"면서 고층 맨션이 많은 지역에서는 최근 "종소리가 시끄럽다", "아이가 한밤중에 깬다"는 등의 클레임이 제기돼 절 주지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데라다 교수는 "제야의 종은 라디오 보급으로 확산한 세계 대전 후에 생긴 문화로 불교의 역사에서 보면 일천하기 때문에 굳이 심야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