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서 나온 연꽃' 성산일출…찬란한 자태 보여주려나

입력 2018-12-30 07:00   수정 2018-12-30 12:49

'용궁서 나온 연꽃' 성산일출…찬란한 자태 보여주려나
30~1일 성산일출축제…정상 일출기원제엔 1천500명 선착순 등정
20년 넘게 구름에 가린 해돋이…기상청 "올해도 보기 쉽지않을듯"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둥그대당실 둥그대당실 (중략) 성산일출봉 해 돋는 구경도 좋고요, 읍내야 사라봉 해지는 구경도 좋구나∼.'

제주민요 오돌또기에 나오는 것처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있는 성산일출봉은 전국에서도 유명한 새해 해맞이 명소다.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과 도민이 성산일출축제를 찾는다.
제주 경관 중 으뜸이라는 '성산일출'(城山日出·성산의 해돋이)의 유래를 알아보자.
◇ 온 세상 비추는 성산일출
성산일출봉은 약 10만년 전 제주의 수많은 분화구 중에서도 특히 바닷속에서 수중 폭발한 화산체다. 수심이 얕은 바닷속 지하에서 올라온 뜨거운 마그마와 물이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분출한 화산재가 원뿔 모양으로 쌓였다.
원래 바다 위로 홀로 떠 있는 화산섬이었지만, 제주도 본섬과의 사이에 오랜 세월 모래와 자갈이 쌓이면서 연결됐다.

제주 동쪽 끝 바다 한가운데 거짓말처럼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마치 옛 성처럼 웅장한 경관을 자랑한다.
약 180m 높이의 산 정상 분화구 능선에 99개의 봉우리가 빙 둘러쳐져 있다.
난공불락의 성채처럼 보인다고 해서 '성산'(城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이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라는 의미에서 뒤에 '일출봉'이란 세 글자가 덧붙여졌다는 후문이다.
성산일출봉의 해돋이는 제주를 거쳐간 목사(牧使)들과 지식인 등 옛 선조들이 여러 문헌을 통해 극찬하고 있다.
조선 숙종 때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익태(1633∼1704)는 '제주십경' 중 하나로, 조선 후기 문인인 오태직(1807∼1851)이라는 인물 또한 제주의 명승지 8곳 중 하나로 성산일출봉을 꼽았다.
조선 헌종 때 제주목사 이원조(1792∼1871)가 뽑은 제주의 명승지 10곳에도 성산일출봉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제주 곳곳의 명승지를 가장 잘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는 조선후기 제주 향토사학자 이한우(1818∼1881)는 영주십경(瀛州十景)의 제1경으로 성산일출을 선택했다. '영주'는 '탐라'와 같이 제주를 일컫는 또 다른 이름이다.

이외에도 300여년 전 제주의 모습을 담은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보물 제652-6호)에는 이러한 성산일출봉 해돋이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조선 숙종 1702년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한 이형상(1653∼1733)이 화공 김남길에게 그리도록 한 40폭짜리 채색 화첩 중 '성산관일'(城山觀日)에는 성산일출봉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면서도 파도치는 바다 한가운데 떠오르는 해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형상은 그의 저서 '남환박물'(南宦博物)에서 "나무를 걸어 사닥다리 길을 만들고 빙빙 돌면서 수백 보를 가니 비로소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이때가 오경(새벽 4시)이었다. … (중략) … 갑자기 동쪽에 빛이 보이더니 바다 빛이 점점 밝아졌다. 한 가닥 부용(연꽃)이 용궁에서 솟아 나와 바다를 뛰어올라 공중에 걸리더니 만상을 다 비추어 세상에 언제 어두운 일 있었느냐는 듯싶었다"며 해돋이의 감동을 표현했다.
그는 이어 "사람 사는 마을이 수십 리밖에 떨어져 있으니 눈 아래 시끄럽거나 더러운 땅의 모습이 없다. 세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신선이 과연 있다면 결단코 이 땅을 버리고 다른 곳에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20년 넘게 구름에 가린 새해 해돋이 이번엔?
성산일출봉은 유독 새해 해돋이와는 인연이 없었다.
성산일출축제가 처음 열린 지난 1994년과 이듬해인 1995년 2년간은 날씨가 맑아 연속해서 붉게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을 볼 수 있었지만 3회째인 1996년부터 2018년까지 20년 넘게 사람들은 일출다운 일출을 보지 못했다.
흐리거나 눈·비가 오는 궂은 날씨 탓이었다.
2015년 을미년(乙未年) 첫날에는 산간지역에 대설경보가 내리는 등 성산일출봉 해안지역에도 많은 눈이 내려 해맞이 행사가 취소되기도 했다. 당시 성산일출축제위원회는 성산일출봉 정상 대신 광장에 설치한 임시 천막에서 일출기원제를 지냈다.

2010년과 2017년에는 각각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축제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다.
올해는 다행히 30일부터 새해 1월 1일까지 3일간 성산일출봉 일대에서 '성산일출, 새 시대의 서막!'이란 테마로 제26회 성산일출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도민과 관광객, 모든 연령층이 함께 소통하고 화합하는 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성산일출봉 정상에서는 기해년(己亥年) 무사안녕을 비는 일출기원제와 해맞이 행사가 진행된다.
단, 새해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인원은 안전상의 이유로 1천500명으로 제한되며, 내년 1월 1일 새벽 6시부터 선착순 등반할 수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내년 1월 2일까지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매우 춥겠다"며 안타깝지만 구름 많은 날이 계속 이어지겠다고 예보하고 있다.
동해안과 그 밖의 지역에서는 높은 구름이 낀 가운데 해돋이를 볼 수 있겠지만, 제주는 대체로 흐려 해돋이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도 거짓말처럼 세밑 한파가 사라지고 모두의 바람대로 맑은 날씨 속에 해수면 위로 이글이글 타오르는 새해 해돋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강경용 축제위원장은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성산일출축제를 취소하면서 이번에 2년만에 선보이는 축제인 만큼 명실공히 전국 우수축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행정과 축제위원회, 읍민 모두가 함께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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