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양 사건 그후] ①친부·동거녀 학대에 희생된 다섯 살배기

입력 2018-12-29 07:30   수정 2018-12-29 08:25

[고준희양 사건 그후] ①친부·동거녀 학대에 희생된 다섯 살배기
딸 폭행해 숨지게 하고 경찰에 거짓 신고까지


[※ 편집자 주 = 실종된 줄 알았던 고준희양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지 일 년이 흘렀습니다. 친부와 동거녀의 학대에 시달리던 다섯 살배기는 꽃다운 삶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혈육을 죽음으로 내몬 사건의 참혹함에 국민은 함께 슬퍼하고 또 분노했습니다. 준희양처럼 가정과 사회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동들이 해마다 수십명씩 학대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고준희양 사건을 되짚어보고 이와 같은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기획기사 2편을 일괄 송고합니다.]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정경재 기자 = "제발 우리 딸 좀 찾아주세요."
고준희(사망 당시 5세)양 친부인 고모(37)씨와 동거녀 이모(36)씨가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 아중지구대를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 8일.
둘은 "딸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감싸 쥐고 울부짖었다.
경찰은 어딘가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준희양을 찾기 위해 연일 수백명의 수색 인력과 경찰견을 투입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헬기와 고무보트를 띄워 야산과 저수지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실종된 준희양의 흔적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의심은 자연스레 친부와 동거녀로 향했다.
실종 신고가 석연치 않다고 판단한 경찰은 고씨와 이씨를 불러 준희양이 사라진 경위를 캐물었다.
둘은 처음에는 경찰 조사에 협조했으나 준희양의 행적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급기야 '계속 의심하면 경찰서에 오지 않겠다'며 조사를 거부하기까지 했다.
수사를 거듭할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져 갔다.
분명 준희양은 11월에 집을 나갔다고 했는데, 그 해 4월부터 다섯 살배기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종된 시점보다 신고가 7개월가량 늦었던 것이다.
강력범죄를 직감한 경찰의 거듭된 추궁에 친부는 실종 신고 20일 만에 결국 자신이 벌인 '그 일'을 털어놨다.
"제가 산에 묻었습니다."


친부의 실토에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준희양 시신을 수습하고 이씨와 이씨의 어머니 김모(63)씨가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동거녀 고씨는 지난해 4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는 준희양을 매질하고 발로 짓밟아 숨지게 한 뒤 김씨와 함께 군산의 한 야산에 시신을 파묻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이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딸이 최근까지 살아있었던 것처럼 준희양 머리카락을 방안에 뿌린 뒤 한참이 지나서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사망 당시 준희양은 거듭된 폭행에 바닥을 기어 다닐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는데도 친부와 동거녀의 학대는 멈추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전주지검은 고씨와 이씨를 아동학대치사와 시신 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김씨도 시신 유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도 "시신을 묻은 것은 맞지만, 준희양을 죽이지는 않았다"며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건의 주범으로 고씨를, 학대·방임의 적극적인 동조자로 이씨를 지목하고 각각 징역 20년과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시신 매장을 도운 김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초미숙아로 태어나 선천적으로 약한 피해 아동은 조금만 치료를 받았어도 정상적으로 살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친부와 함께 살며 수시로 온몸에 멍이 들었고 머리가 찢어지는 등 심각한 상처를 입어왔지만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부의 학대로 어린 생명은 따뜻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채 인생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하고 처참하게 숨져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안겨줬다"고 부연했다.
이어 "특히 피고인 고씨가 잔인·냉혹하고 반인륜적 죄의 책임을 동거녀에게 전가한 점 등을 고려하면 경종을 울려야 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 세 명은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doo@yna.co.kr ja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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