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새 덴노 맞는 일본의 새 연호는?

입력 2019-01-02 15:14  

올 5월 새 덴노 맞는 일본의 새 연호는?
전 세계서 유일하게 연호 쓰는 현대국가
日 정부, 전문가에 후보 명 제출 의뢰
4월 1일 각의 의결…5월 1일부터 발효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일본 나루히토(德仁·59) 왕세자가 생전 퇴위하는 부친의 뒤를 이어 오는 5월 1일 제126대 일왕으로 즉위할 예정인 가운데 일본의 새 시대를 규정할 연호(年號)가 어떻게 결정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나루히토 왕세자의 아버지인 아키히토(明仁) 현 일왕은 86세가 된 올해 4월 30일까지 재위한 뒤 큰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로 했다.
일본에선 덴노(天皇)로 불리는 일왕의 생전 퇴위는 제119대 고카쿠(光格) 이후 202년 만의 일로, 일본 정부는 새 덴노의 즉위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해 벽두부터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일본 정부가 무엇보다 신경을 쓰는 것은 새 덴노 시대의 이름이라 할 수 있는 연호 제정이다.
일본어로 겐고(げんごう, 元號)라고 하는 연호는 임금이 즉위하는 해에 붙이는 이름을 말한다.
서기 645년 제36대 고토쿠(孝德) 덴노의 다이카 개신(改新) 때 중국에서 이 제도를 처음 들여온 일본은 연호가 시작되는 원년(元年)을 기준으로 삼은 햇수를 공문서 등에서 서기 연도보다 광범위하게 쓰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이전에는 한 덴노의 재위 기간에 천재지변이나 국가적으로 경축할 일이 있을 때 사회분위기를 일신하는 차원에서 연호를 바꾸기도 했다.



실제로 제121대 고메이(孝明) 덴노 시기에는 고카(弘化), 가에이(嘉永), 안세이(安政), 만엔(萬延), 분큐(文久), 겐지(元治), 게이오(慶應) 등 7개의 연호가 차례로 사용됐다.
고메이 덴노가 21년간 재위한 점에 비춰보면 평균 3년에 한 번씩 새 연호를 도입한 셈이다.
그러다가 일본의 근대개혁을 이룬 제122대 메이지(明治) 때부터 '1대(代)의 연호를 하나로 한다'는 일세일원(一世一元) 원칙이 정착되기 시작했고, 이를 반영한 법률인 원호법(げんごうほう, 元號法)이 1979년부터 시행됐다.
현 아키히토 일왕의 헤이세이(平成)는 일본 역사에서 247번째 연호다.
일본 국가통합을 상징하는 덴노는 죽은 뒤에는 생전 이름인 '이미나'(いみな, 諱)가 아닌 연호로 부르게 돼 있다.
태평양 전쟁기의 제124대 덴노의 생전 이름이 히로히토(悠仁)인데, 사후에 그의 원호인 쇼와(昭和)로 더 많이 알려진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일본 정부는 나루히토 새 덴노의 연호를 즉위 한 달 전인 4월 1일 아베 신조 총리 주재의 각료회의에서 확정한 뒤 공표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현 덴노 퇴위 전의 연호 공개는 '일세일원'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새 덴노 즉위 한 달 전 공표 방침을 정한 것은 준비 기간을 둠으로써 갑작스러운 연호 변경에 따른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는 5월 1일 0시를 기해 적용될 새 연호 제정 작업은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학교수 등 전문가 집단에 연호 후보명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해 놓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연호에 대한 일본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일본 언론은 연일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각의 의결 전에 새 연호가 누설돼 보도될 경우 제정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진행하겠고 밝힐 정도로 보안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NHK 보도에 따르면 원호는 중국 고전(古典) 등을 참고해 일본 국민의 이상(理想)에 부합하는 한문 두 글자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크게 6가지를 고려한다.
우선 쓰거나 읽기에 쉬워야 한다. 또 과거에 사용된 적이 없어야 하고, 옛 연호를 다시 쓸 수도 없다.
이전 덴노의 시호(諡號, 사후에 공덕을 칭송해 붙인 이름)도 제외 대상이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더 붙는다.
현 덴노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부터는 영문자로 표기될 때의 머리글자가 어떻게 되는지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전의 메이지(M), 다이세이(T), 쇼와(S) 덴노와 구분하기 위해 H가 영문 머리글자로 표기되는 헤이세이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루히토 새 덴노의 연호로는 M, T, S나 H가 머리글자로 표기될 수 있는 한자어가 배제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본칙(本則) 기준으로 달랑 31자로 이뤄져 일본 법률 가운데 2번째로 짧다는 원호법에 따라 새 연호 제정 작업은 내각을 이끄는 아베 총리가 전반적으로 관장한다.
일본 정부는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2~5개 정도의 연호 후보명을 놓고 각계 전문가와 의회 의장단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전체 각료회의에 올려 확정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아베 총리가 각의에서 결정된 새 연호를 덴노 재가를 받아 공포하면 현재 5월 1일로 예정돼 있는 시행일에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 제121대 덴노(天皇) 이후 일본 연호 변천사

┌───────┬───────┬───────┬──────┬──────┐
│ 대수(代數) │생전 이름(いみ│ 연호(年號) │ 출전 │ 재위 │
│ │な, 諱) │ │││
├───────┼───────┼───────┼──────┼──────┤
│ 121대 │오사히토 │고카(弘化), 가││1846~1867 │
│ │(統仁)│에이(嘉永), 안│││
│ │ │세이(安政), 만│││
│ │※시호 = 고메 │엔(萬延), 분큐│││
│ │이(孝明) │(文久), 겐지( │││
│ │ │元治), 게이오(│││
│ │ │慶應) │││
│ │ │ │││
├───────┼───────┼───────┼──────┼──────┤
│ 122대 │무쓰히토 │ 메이지(明治) │역경(易經)의│1867~1912 │
│ │(睦仁)│ │ 향명이치(嚮││
│ │ │ │明而治) ││
│ │ │ │││
│ │ │ │││
├───────┼───────┼───────┼──────┼──────┤
│ 123대 │요시히토 │ 다이쇼(大正) │역경(易經)의│1912~1926 │
│ │(嘉仁)│ │ 대형이정(大││
│ │ │ │亨以正) ││
├───────┼───────┼───────┼──────┼──────┤
│ 124대 │히로히토 │ 쇼와(昭和) │서경(書經)의│1926~1989.1 │
│ │(裕仁)│ │ 백성소명 협││
│ │ │ │화만방(百姓 ││
│ │ │ │昭明 協和萬 ││
│ │ │ │邦) ││
├───────┼───────┼───────┼──────┼──────┤
│ 125대 │아키히토 │헤이세이(平成)│사기(史記) │1989.1~2019.│
│ │(明仁)│ │오제본기(五 │4 │
│ │ │ │帝本紀)의 ││
│ │ │ │내평외성(內 ││
│ │ │ │平外成) ││
├───────┼───────┼───────┼──────┼──────┤
│ 126대 │나루히토 │ ?│ ? │2019.5~ │
│ │(德仁)│ │││
└───────┴───────┴───────┴──────┴──────┘

[자료=일본 위키피디아]
parks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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