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외교관 잠적, 김정은에 타격"…북미협상 국면 파장 주시

입력 2019-01-05 05:14   수정 2019-01-05 15:08

美언론 "외교관 잠적, 김정은에 타격"…북미협상 국면 파장 주시
"정상국가 이미지에 골칫거리…약점 부각 피하려 세게 대응 안할수도"
'미국 망명 희망' 보도 속 일단 북미협상과 분리대응 관측 무게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 부부가 지난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공관을 이탈해 잠적한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언론과 워싱턴 외교가 등도 그 파장과 이후 전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 대사대리가 미국 망명을 원하고 있고 현재 이탈리아 정보당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 보도가 나온 가운데 미국 정부는 아직 이 사안에 대해 언급을 내놓지 않은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사안은 공교롭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 의사를 재확인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트윗을 통해 "만남을 고대한다"고 화답, 2차 정상회담 추진 등 교착 국면의 중대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시점에 불거졌다.
미 언론들은 이번 일이 작년부터 '은둔'에서 탈피,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며 한국, 미국과 외교를 추구하는 김 위원장으로선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북한 엘리트 출신 고위직의 망명은 서울, 워싱턴과의 외교를 추구하며 '국제적 정치인', '지정학적 플레이어'의 면모를 드러내려고 하는 김정은 입장에선 엄청난 골칫거리일 것"이라며 이 사안이 언론 등의 집중 조명을 받는 것 자체가 두통거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1년간 전례 없는 외교적 손길을 내민 뒤 국제적 지위를 가진 합법적 정상으로서 위상을 다지려던 북한의 김정은에게 굴욕적 일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 외교관들의 망명은 김정은에게 치명적 타격이다. 그의 성격과 외교 정책이 새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라는 탈북자 출신의 강명도 경기대 교수의 발언을 소개했다.
조 대사대리의 행방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현지 언론 발로 미국 망명을 원한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는 이 사안이 북미 협상국면과 어떠한 상관관계를 가질 것인지에 촉각을 세우는 흐름이다. 이번 사안이 자칫 북미협상의 '복병'이 될지에 관한 것이다.
이탈리아 유력 일간인 라 레푸블리카는 조 대사대리가 11월 중순 이탈리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이후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보당국 수장들이 미국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의 신병과 관련해 은밀하게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당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놓고 양측의 조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의 민감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조 대사대리가 미국과 망명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한 사실을 알게 되면 북미협상에도 부정적인 효과가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정보당국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조 대사대리의 이탈과 잠적 사실이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비밀에 부쳤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WSJ은 "파리 주재 북한 대표부 참사관이었던 형 장승호 씨와 전 이집트 주재 대사인 동생 장승길씨 형제가 지난 1997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으며 이탈리아 로마에 있었던 북한 관리가 1998년 2월 가족과 함께 한국행을 한 바 있다"며 그 이후 평양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북미협상이 1998년 3월 재개에 합의할 때까지 교착상태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사안이 북미 대화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보다는 북미가 조 대사대리의 문제와 비핵화 협상을 분리해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북미 정상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전후로 다시 한번 '친서 외교'를 가동, 2차 핵 담판 의지를 분명히 한 상황이어서다.
미국이 이 사안이 북미협상에 돌발변수가 되지 않도록 극도로 신중한 국면 관리에 신경을 썼다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 보도도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대응과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교적 드라이브 와중에 정권의 약점이 부각되는 걸 피하기 위해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에 대해 '인간쓰레기' 등 원색적 비난을 해왔던 것과 달리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가혹한 비판을 자제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답보상태가 이어질 경우 이번 사안을 인권문제와 연계, 북한에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미 조야의 여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일부 나온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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