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교회 독립, 정교회 분열 '불씨'되나…러 교회 강력 반발

입력 2019-01-06 18:38  

우크라 교회 독립, 정교회 분열 '불씨'되나…러 교회 강력 반발
독립 지원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모스크바 총대주교구 대립
"가톨릭-정교회 분리, 종교개혁 후 최대 기독교계 분열" 주장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세계 정교회의 '수장'격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겸 세계총대주교가 정교회 성탄절 하루 전인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자치권(autocephaly)을 승인하는 '토모스'(교회령)를 우크라 교회에 수여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형식상 330여년간 속해있던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획득했다.
지난 2014년 친서방 성향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 집권과 함께 정치적으로 '반러 친서방' 노선을 걷기 시작한 우크라이나가 종교적으로도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것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정교회 여러 분파 소속 성직자들은 지난해 12월 중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가 지원한 종교회의에서 통합된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 창설을 선언하고 예피파니 대주교를 새 교회 수장으로 선출한 바 있다.
이제까지 우크라이나 내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 정교회, 독립적 성격을 띤 키예프 총대주교구 산하 정교회, 자치 정교회 등 3개 분파로 크게 나뉘어 있었다.
이 가운데 키예프 총대주교구 산하 정교회와 자치 정교회가 중심이 돼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창설했다.
기독교 최대 종파인 가톨릭(Catholic)의 구조가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위계조직인 데 비해 동방 정교회(Eastern Orthodox Church)는 그와 달리 자치권을 가진 14개 자치 교회의 연합체로 유지됐다.
14개 독립 교회는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크, 예루살렘 등 고대 초대 교회 총대주교구와, 후대에 총대주교구로 승인받은 러시아·불가리아·세르비아·루마니아·조지아(그루지야) 정교회, 그리고 독립 대주교구인 키프로스·그리스·알바니아·폴란드·체코와 슬로바키아 정교회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이제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공식 승인되면서 15개의 자치 교회 연합체가 됐다.
당초 러시아권의 기독교화는 현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근거지를 두었던 키예프 공국('루시') 통치자 블라디미르 대공이 988년 동방 정교회의 중심지였던 콘스탄티노플 교회로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이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다 15세기부터 모스크바 공국이 러시아권의 정치적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교회의 중심도 모스크바총대주교구로 옮겨갔다.
뒤이어 모스크바는 러시아권뿐 아니라 전 세계 정교회의 정통 계승자를 자처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모스크바 정교회는 1453년 동방 정교회 중심지였던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국가인 오스만 터키에 함락된 이후 '모스크바-제3의 로마' 이론을 주창하며 동방 정교회의 맹주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가톨릭이 지배하는 제1의 로마는 '이단'이 되었고, 제2의 로마인 콘스탄티노플도 이교도(이슬람교도)들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정통 기독교( Orthodox Christianity)의 전통을 잇는 모스크바가 제3의 로마가 됐다는 주장이었다.
모스크바가 콘스탄티노플을 대신해 세계 정교회의 실세로 부상하면서 키예프 정교회도 자연스레 모스크바의 영향권으로 들어갔다.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의 압박을 받던 우크라이나가 페레야슬라프 조약(1654년)을 통해 같은 정교회 국가인 러시아 제국에 복속된 뒤인 1686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는 모스크바 총대주교구의 키예프 대주교구에 대한 관할권을 승인했다.
이후 330여 년을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권에 있었던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와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 시도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독립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다 친서방 성향 포로셴코 정권의 적극적 탈러시아 정책에 힘입어 마침내 종교적 독립을 획득하게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종교적 독립 여정은 정치적 독립 못지않게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콘스탄티노플 정교회의 적극적 지원으로 독립 절차를 마무리했지만 러시아 정교회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콘스탄티노플-모스크바-키예프 정교회 간 갈등은 한층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교회는 이미 지난해 10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가 주교회의(시노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독립 절차를 승인하자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와의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모스크바 총대주교구는 새로 창설된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종교적 정통성을 부인하고 있고, 지금까지 모스크바 총대주교구에 소속돼 있던 우크라이나 내 정교회들도 대부분 새로운 독립 정교회에 동조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 정교회 분리를 둘러싼 갈등이 1054년 로마 교황과 콘스탄티노플 동방정교회 총대주교가 서로 상대 교회를 파문하면서 촉발된 동-서방 교회 분리(가톨릭과 정교회 분리), 1517년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인한 가톨릭과 개신교 분리 이후 최대의 기독교 분열이라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을 지원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는 전통적으로 세계총대주교라는 칭호를 사용하며 '동등한 교회 지도자 중 첫째 자리'(first among equals)로 존중받는다. 각 지역 교회를 독립 교구로 분리하는 권한도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몫이다.
하지만 막강한 교세를 자랑하는 모스크바 총대주교구가 갖는 권위와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모스크바 총대주교구는 약 2억 6천만명 세계 정교회 신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약 1억5천만 명의 신자를 거느리고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교회 독립을 계기로 동방 정교회의 '상징적 맹주'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와 '실세'인 모스크바총대주교구, 독립한 신생 우크라이나 대주교구 사이의 갈등과 분열이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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