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트럼프 국경장벽 건설 연설에 '불간섭 원칙' 표명

입력 2019-01-10 01:37  

멕시코, 트럼프 국경장벽 건설 연설에 '불간섭 원칙' 표명
로페스 오브라도르 "미 내부 정치문제…관여하지 않을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주장에 대해 '불간섭 원칙'을 표명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국경장벽은 미국의 내부 정치문제"라며 "장벽 논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 의회에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편성을 촉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미 선거와 관련된 정치"라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멕시코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와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57억 달러(한화 약 6조3천900억원 상당) 규모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편성해 줄 것을 의회에 거듭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남쪽 국경의 상황은 인도주의적 위기이자 마음의 위기이며 영혼의 위기"라며 "남쪽 국경에서의 통제되지 않는 불법 이민으로 인해 모든 미국민이 상처받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진보 성향의 멕시코 암로 정권은 이전 보수 정권과 달리 불간섭주의 외교 노선을 채택했다. 이는 1930년대 이후 멕시코가 전통적으로 취해온 '에스트라다 독트린'으로 회귀한 것이다. 에스트라다 독트린은 멕시코가 미국의 간섭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외국 정부를 심판하는 것에 반대하는 외교 노선이다.
암로는 또 최근 석유 절도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취해진 송유관 가동 중지로 촉발된 연료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해서도 국민에게 동요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와 국영석유기업 페멕스는 최근 석유 절도범들이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석유를 훔치는 행위 등을 막기 위해 송유관 가동을 중단하고 유조차를 통해 석유를 배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중서부 지역에 있는 주유소에서 배급물량이 달려 소비자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연간 30억 달러(약 3조3천650억원)에 이르는 석유 절도와의 전쟁은 암로 정권이 직면한 첫 시험대로 여겨지고 있다.
암로는 "우리는 국민들에게 범죄자들에 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석유 부족 현상은 곧 사라질 것이다. 자동차 소유자들은 국권을 구하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 공포 심리에 따른 주유를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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