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성격과 시대상까지 읽을 수 있죠"

입력 2019-01-11 07:30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성격과 시대상까지 읽을 수 있죠"
프랑스 유명 미술가 자비에 베이앙, 313아트프로젝트 개인전
미니멀리즘 조각 외 다양한 재료 탐구한 작업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여기 보이는 '나타샤'는 세르비아 출신 30대 여성을 모델로 한 작품입니다. (덴마크 미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과 함께 일하는 분인데, 저와도 직접 친분이 있죠."
10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313아트프로젝트.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긴 '남자' 조각상을 바라보던 취재진은 프랑스 작가 자비에 베이앙(56) 설명에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두 다리를 한껏 벌리고 몸을 앞으로 쑥 내민 자세는 남성의 것이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작동한 것일까.
베이앙은 "남자로 착각한 것은 '나타샤' 자세가 남성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수십 년 전만 해도 여자가 저런 자세로 있으면 사람들이 남자 같다고 지적했겠지만, 요즘에는 아무도 이상하게 안 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나타샤'는 인물을 3차원 스캔한 뒤 그 형상을 기계적으로 찍어낸 조각이다. 제품 생산 공정과 흡사한 작업 과정이다. 이를 통해 눈·코·입을 비롯한 인물 디테일은 제거되고 최소 실루엣만 남는다. 칼로 잘라낸 듯한 단면은 입체파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완성된 조각에서는 "특정 인물 특성부터 그 시대와 문화까지"를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 작가 설명이다. '나타샤'를 통해 현대여성의 태도와 생각, 현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듯이 말이다. 작가는 "사람이 서 있는 자세만으로도 그러한 특성들을 읽어낼 수 있기에 항상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라면서 취재진으로 가득 찬 간담회장을 휘 둘러봤다.



유명인이나 전문 모델이 아닌, 지인이나 우연히 알게 된 낯선 사람을 기용하는 것도 베이앙 특징이다. 실존하는 인물 형상이되, 이렇게 보편성을 획득한 조각은 관람객 또한 자신만의 '모델'을 떠올릴 수 있도록 이끈다.
이날 313아트프로젝트에서 개막한 베이앙 개인전은 인물 조각을 비롯해 신작 20여 점으로 구성됐다.
베이앙은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오브제 자체 질감과 시각 요소를 탐구하는 데 몰입한 작가다. 그는 오래전부터 알루미늄·폴리우레탄·스테인리스 스틸·나무 등 다양한 소재에 도전했다.
이번 전시에도 탄소 막대를 교차 배열한 '레이즈'(Rays) 연작, 스테인리스 스틸 거울을 활용한 '스튜디오 베네치아'(Studio Venezia), 네오프렌과 금속판을 활용한 '고스트 랜드스케이프'(Ghost Landscapes) 등이 설치됐다.
작가는 "탄소는 우리 삶과 함께한 기본 원소라는 점에서 역사성을 띤다"라면서 "나무 또한 살아있는 자재이면서 현대적인 느낌을 내기에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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