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한국 고용창출력…산업구조 변화에 정책 충격 겹쳐

입력 2019-01-27 06:01  

식어가는 한국 고용창출력…산업구조 변화에 정책 충격 겹쳐
반도체 중심 수출액 최고 기록했지만 일자리 창출은 9년 전으로 '도돌이표'
인구구조변화·최저임금·주52시간 등 복합 원인 작용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작년 한국 경제는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2.7% 성장하고 일자리 증가 폭은 9년 만에 최저인 9만7천개에 그쳤다.
과거와 비교해 부진한 두 지표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 엔진이 빠르게 식어가는 점을 알 수 있다.
27일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 자료(속보치)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한국 경제의 작년 '고용 탄성치'(취업자 증가율/실질 GDP 증가율)는 0.136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0.518 이후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같은 수준의 경제 성장을 했을 때 그만큼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 성장한 만큼 일자리 안 늘어…일자리 창출력 낮은 주력 산업
한국의 고용 탄성치가 떨어진 이유는 기본적으로 경제가 성숙하면서 나타나는 산업구조 변화와 관련이 있다.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중심이지만, 산업구조가 고도화하면서 생산성이 높은 자본·기술 집약적인 산업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다.
한국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고용 탄성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년 수출액은 1948년 첫 수출을 시작한 후 최대인 6천55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일자리 창출 상황은 오히려 9년 전으로 뒷걸음쳤다.
노동생산성이 높아 고용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산업인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5분의 1 이상인 1천267억달러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전년 대비 수출액이 크게 증가한 산업인 석유제품(33.5%), 석유화학(12.0%)도 반도체처럼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꼽히기에 활황이라고 해서 고용을 늘릴 유인이 떨어진다.
한은에 따르면 제조업 수출이 10억원 증가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된 고용자 수는 1990년 59.9명에서 2000년 13.1명으로 줄어든 뒤 2014년에는 6.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 인구구조 변화에 일자리 질 중심 정부 정책도 '발목'


하지만 고용 탄성치 하락을 산업구조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2017년 3.1%였던 성장률은 작년 2.7%를 기록했다. 하지만 취업자 증가율은 같은 기간 1.2%에서 0.4%로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고용 탄성치는 분자가 취업자 증감률, 분모가 성장률이다. 작년 고용 탄성치가 크게 하락한 영향은 성장률보다는 고용에서 더 크다는 의미다.
정부는 작년 취업자 증가 폭이 줄어든 원인을 생산가능인구 감소 전환, 온라인화·무인화 확산 등 인구·산업구조 변화에서 찾았다.
작년 인구증가 규모는 22만5천여명으로, 전년보다 약 7만3천명 적은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15∼64세 고용률이 2017년과 같은 66.6%를 기록했다.
즉 전체 인구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자 수도 둔화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고용 탄성치가 떨어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 근로조건 개선 정책도 고용 탄성치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의 질을 높이려는 정부 정책이 비용 측면에서 '충격'을 주면서 소극적인 기업 경영을 초래해 고용의 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년의 경우 산업구조 변화 등 추세적 요인보다는 정부 정책이 고용 탄성치가 떨어지는 데 더 큰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적으로 굳이 가하지 않아도 되는 충격을 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 이대로 두면 고용 창출력 더 떨어질 듯…"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향후 고용 탄성치는 고용과 성장률 모두 부침을 겪으며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로 2.6∼2.7%, 전년 대비 취업자 수 증가 15만명을 각각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 24일 올해 성장률을 직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은 2.6%로 제시했으며, 취업자 수 증가는 14만명으로 예측하는 등 더 어둡게 내다봤다.
한은의 전망이 달성된다면 올해 취업자 증가율은 0.5%, 올해 고용 탄성치는 0.201을 기록하게 된다. 작년보다는 다소 낫지만 여전히 낮다.
올해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고용 탄성치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작년 10월 펴낸 보고서에서 2018∼2022년 취업자 수는 연평균 20만5천여명 증가해 2013∼2017년 연평균 35만4천명보다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기술(IT) 제조업을 제외한 전통 주력 제조업의 고용 창출력 약화, 생산성 낮은 서비스업 중심 고용 증가 한계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고용 탄성치는 2013∼2017년 연평균 0.5에서 2018∼2022년 연평균 0.3으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5년 동안 1% 경제 성장으로 연평균 11만6천명의 취업자 증가가 나타났지만, 그 이후 5년 동안에는 7만5천명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성태윤 교수는 "산업구조 변화 추세는 손을 쓰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정부 정책에 따라 고용 탄성치는 변화할 여지가 있다"며 "정책에 따른 노동비용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기업에 줄 수 있는 정책 움직임에 달려 있다"고 제언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용유발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내수 서비스 산업 육성으로 수요를 창출해 고용을 촉진하고, 다시 생산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고 제시했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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