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사지 동삼층석탑' 보물 누락 기원은 일제강점기

입력 2019-01-27 11:58  

'성주사지 동삼층석탑' 보물 누락 기원은 일제강점기
1917년 자료 '등록원고'부터 오류…100여년만에 보물 지정 예고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충남 보령 성주산 기슭 성주사(聖住寺)는 건축물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유서 깊은 절이다.
백제 법왕(재위 599∼600) 때 창건해 오합사(烏合寺)라고 부르다 신라 낭혜화상이 847년 무렵 중창했으나, 조선 후기에 폐사됐다고 전한다. 신라 사찰 치고는 드물게 평지에 자리한다.
경내에는 남쪽부터 석등, 오층석탑, 금당, 삼층석탑 3기, 강당 순으로 탑과 건물을 배치했고, 북서쪽에는 국보 제8호 낭혜화상탑비가 있다.
이처럼 금당 앞뒤에 석탑 4기를 세운 사례는 국내에 거의 없다. 다만 통일신라시대 후기에 제작한 삼층석탑 3기는 다른 곳에 있다가 고려시대 후기나 조선시대에 현재 위치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문화재위원회는 '보령 성주사지 동(東) 삼층석탑'의 보물 지정을 검토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현지 조사자 3명이 모두 지정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보고서를 보완한 뒤에 재심의하기로 했다.
문화재위원들은 성주사지 오층석탑은 보물 제19호, 중앙 삼층석탑과 서(西) 삼층석탑은 각각 보물 제20호와 제47호로 지정됐음에도 동 삼층석탑만 과거에 보물 지정에서 빠진 이유를 궁금해했다.
동 삼층석탑은 다른 삼층석탑 2기와 형태가 유사해 제작 시기나 주체가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27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오층석탑·중앙 삼층석탑·서 삼층석탑은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됐으나, 동 삼층석탑은 그보다 10년이 늦은 1973년에야 충남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조사위원들이 정리한 보고서를 보면 동 삼층석탑의 보물 누락 기원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고적조사위원회가 작성한 '등록원고'(登錄原稿)를 바탕으로 문화재 지정 대상과 명칭을 정했다.
1917년 3월 회의에서 논의된 등록원고는 성주사지와 관련해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 '낭혜화상백월보광탑', '오층석탑', '오층석탑'에 관해 서술했는데, 특이하게도 '오층석탑'을 2건 기록했다.
보고서는 "고적조사위원회가 성주사지를 조사하는 과정 혹은 조선총독부가 '등록원고'를 쓰는 과정에서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고적조사위원회는 오류를 바로잡아 '낭혜화상백월보광탑비'는 그대로 유지하고, '낭혜화상백월보광탑'은 '오층석탑'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등록원고의 '오층석탑' 2건은 각각 '중앙 삼층석탑'과 '서 삼층석탑'으로 개칭했다. 이 문화재 4건은 보물 제57∼60호가 됐다.
보고서는 "성주사지에는 석탑이 4기나 돼 당시 이에 대한 이해가 분명하지 않았고, 사찰에는 탑이 1기 또는 2기가 건립된다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낭혜화상탑비가 존재하기 때문에 석탑 4기 중 하나를 낭혜화상탑으로 상정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즉 낭혜화상탑은 파손됐는데도 일제강점기 조사자들이 금당 앞 오층석탑을 낭혜화상탑으로 잘못 인식하고, 석탑이 4기임에도 3기로 계산하면서 동 삼층석탑이 보물 지정에서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1910년대 시작된 이 같은 오류는 일제가 1933년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을 시행하면서도 지속했다.
보존령으로 보물 지정 번호가 재정비되면서 낭혜화상탑비는 제30호, 오층석탑과 중앙 삼층석탑은 제31호와 제32호가 됐다. 서 삼층석탑은 제62호로 지정됐다.



100여 년 전 홀로 보물 지정에서 누락된 동 삼층석탑은 해방 이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뒤에도 보물이 되지 않았다. 옆에 선 두 삼층석탑과 비교해 예술성과 조형미가 뒤지지 않고, 중앙 삼층석탑보다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인데도 계속 보물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보고서는 "국가에서 만든 문화재 관련 기록 어디에서도 성주사지 동 삼층석탑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문화재청도 지난 25일 동 삼층석탑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발표하면서 보물 지정이 늦어진 사유를 제시하지 않았다.
체계적이지 않은 문화재 조사에서 비롯된 실수를 바로잡는 데 한 세기 가까이 걸렸지만, 그 이유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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