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내시경]②영문 책 4권이 주요 소스…잘못 베껴 오류 생기기도

입력 2019-02-13 08:31  

[탐사내시경]②영문 책 4권이 주요 소스…잘못 베껴 오류 생기기도
장별해제와 본문 주해도 대부분 문장·표현까지 일치




※ 편집자주 =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은 2019년 1월 중순에 배철현 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표절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데 이어, 연합뉴스 디자인팀과 협업해 의혹의 실태를 시각적으로 상세히 보여 주는 인터랙티브 그래픽을 준비했습니다.
이 인터랙티브 그래픽은 연합뉴스 사이트에 마련된 특별 페이지(https://www.yna.co.kr/sp/investigative/page-40 [https://www.yna.co.kr/sp/investigative/page-40])에서 페이지를 넘겨 가며 볼 수 있습니다.
배 전 교수의 역주서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와 그 원문으로 추정되는 영어책들의 내용을 문장 단위로 상세히 분석하고 비교 결과를 영한대역 방식으로 제시해, 독자들이 표절 의혹의 실태를 직접 상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PC로 보실 때는 페이지별로 해당 부분에 마우스를 갖다 대시면 되며, 스마트폰으로 보실 때는 해당 부분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연합뉴스 탐사보도팀이 추적·분석한 결과, 배 전 교수의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의 장별 해제와 주해 중 대부분은 영문 책들에서 옮겨 베낀 '번역 표절'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 중 원본으로 쓰인 비중이 특히 높은 영문 책(이하 각각 S, T, A6, G라고 약칭, 표 참조)이 4권 있었고, 그 외 일부분에는 다른 소스도 쓰인 것으로 보인다.

[표] 배철현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의 주요 표절 소스

┌──────────┬────────────┬─────┬──┐
│원저자 또는 편집자 │책 이름 │출판사, 연│약칭│
│││도││
├──────────┼────────────┼─────┼──┤
│Nahum M. Sarna (사르│The JPS Torah Commentary│JPS, 1989 │S │
│나) │ Genesis (JPS 모세오경 │년││
││주해서 창세기편)│ ││
├──────────┼────────────┼─────┼──┤
│M. Aberbach │Targum Onkelos to Genesi│ Ktav Publ│T │
│& B. Grossfeld (아버│s -- A Critical Analysis│ishing Hou││
│바흐와 그로스펠트) │ Together with an Englis│se, Inc., ││
││h Translation of the Tex│1982년││
││t (Based on A. Sperber's│ ││
││ Edition) (타르굼 옹켈로│ ││
││스 창세기) │ ││
├──────────┼────────────┼─────┼──┤
│David Noel Freedman,│The Anchor Bible Diction│Doubleday,│A6 │
│ editor-in-chief│ary, Vol. VI (앵커 바이 │ 1982년 ││
││블 사전, 제VI권)│ ││
├──────────┼────────────┼─────┼──┤
│B. Grossfeld│The Targum Onqelos to Ge│T.&T Clark│G │
│(그로스펠트)│nesis -- Translated, wit│ Ltd., 198││
││h a Critical Introductio│8년 ││
││n, Apparatus, and Notes,│ ││
││ The Aramaic Bible Vol.6│ ││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 ││
└──────────┴────────────┴─────┴──┘


◇ 일치도 90% 이상
연합뉴스는 표절이 얼마나 심각한지 정성적·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두 가지 방식으로 샘플을 택해 검증했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첫째 샘플은 배 전 교수 책 중 40쪽마다 짝수째쪽(40n째 쪽)과 그 맞은편 홀수째쪽(40n+1째 쪽)을 등간격으로 추출한 것이다.
짝수째쪽과 홀수째쪽을 나란히 분석한 것은 배 전 교수 책의 형식적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배 전 교수 책은 역주서이기 때문에 페이지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본문 부분은 아람어(왼쪽 짝수째쪽)-한국어(오른쪽 홀수째쪽) 대역 방식으로 배치돼 있고, 그 아래에 각주 방식으로 배 전 교수가 집필한 역주가 달려 있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둘째 샘플은 배 전 교수 책을 줄(행)으로 나누고 100의 배수가 되는 줄이 속한 문단들을 등간격으로 추출한 것이다.
첫째 샘플과 둘째 샘플 양쪽 모두 각각 90% 이상이 표현이나 문장 단위까지 추적이 가능할 정도로 원본 추정 영어책들과 일치도가 높았다.







배 전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서론의 '타르굼의 종류'는 Anchor Bible Dictionary에서 간추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간추렸다기보다 베껴 온 것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배 전 교수 책의 40-41쪽 '차명 요나단(Pseudo-Jonathan) 타르굼' 부분은 앵커 바이블 사전 제VI권(이하 약칭 A6)의 차명 요나단 설명(pp.322-323)에 나오는 문장들의 번역으로 100% 채워져 있었다.





원저자의 내용뿐 아니라 양식까지 노골적으로 베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배 전 교수 책 중 '마소라 본문과 타르굼 옹켈로스와의 차이'와 '랍비 문헌들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57-60쪽은 내용은 물론이고 비교 방식과 구성까지도 그로스펠트의 책(이하 약칭 G) pp.12-15를 따랐다.





◇ 잘못 베낀 부분도
베끼다가 잘못 베낀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배 전 교수 책의 59쪽에는 '신명 28,3'을 언급하는 곳이 있다. 성경의 신명기 28장 3절에서 히브리어 성경의 표준 텍스트인 마소라 사본(MT)에는 '꼬리'라고 되어 있는 부분이 있으나, 아람어로 된 타르굼 옹켈로스(TO)에는 해당 부분이 '약한'이라고 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명기 28장 3절에 '꼬리'나 '약한'과 같거나 비슷한 단어가 나오지 않으며, 이런 표현이 나오는 곳은 신명기 28장 13절이다. 영문 책의 '13'을 배 전 교수가 '3'으로 잘못 베낀 것으로 보인다.
또 배 전 교수의 책 121쪽에는 "성서 아람어에서도 건물의 완성(TO 창세 6,16; 탈출 9,18; 민수 21,27; 에즈 4,12.13.16; 5,3.9.11; 6,14)을 의미하며"라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성경을 찾아 보면, 여기 언급된 곳 중 '성서 아람어'에 해당하는 부분은 에즈라서에 나오는 구절뿐이다.
배 전 교수 책의 93쪽에 나오는 '1225km'는 사르나 주해서(S)에 올바르게 나오는 '225km'를 잘못 옮긴 것이다. S에는 '140 miles (225km)'로 표시되어 있는데, 배 전 교수가 왼쪽 괄호 '('와 숫자 '1'을 혼동해서 잘못 베낀 것으로 추정된다.
'비평장치'(Critical Apparatus) 부분인 441쪽에는 줄바꿈이 뒤죽박죽이 된 사례도 있었다.
원문으로 추정되는 영문 책들에는 이런 부분들이 올바르게 되어 있다.





◇ 문장·표현까지 일치
배 전 교수의 책 중 장별 해제와 본문 역주 중 대부분은 구성과 내용뿐만 아니라 문장과 표현의 세부까지 S, T, G 등 영문 책들과 일치한다.
예를 들어 배 전 교수 책에서 '창조 이야기'의 소단원 중 "3.'우리와 닮은 꼴/피로, 우리의 형상으로 인간을 만들자'"(80-81쪽)는 S의 pp.11-12에서 가져온 것이다.
배 전 교수 책은 본문에 각주로 달린 주해를 포함해 거의 모든 부분이 이런 방식의 '번역 표절'로 구성되어 있다.
상세한 실태는 [탐사 내시경] 그래픽(https://www.yna.co.kr/sp/investigative/page-40 [https://www.yna.co.kr/sp/investigative/page-40])에서 페이지를 넘겨 가며 독자가 직접 영한대역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임화섭 오예진 김예나 기자)
solatido@yna.co.kr, ohyes@yna.co.kr,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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