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흡연' 방지법 1년…공동주택 입주민 간접흡연 피해 여전

입력 2019-02-04 09:01  

'층간흡연' 방지법 1년…공동주택 입주민 간접흡연 피해 여전
관리사무소에 조사·중재 맡겼지만 실효성 부족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담배는 제발 건물 밖에서 피워주세요. 살려주세요'
공동주택 세대 내 간접흡연 피해가 발생하면 관리자(관리사무소)가 중재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른바 '층간 흡연'으로 인한 갈등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600여 세대가 거주하는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는 최근 엘리베이터 안팎에 간접흡연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는 글이 여러 건 나붙었다.
한 입주민은 '저는 천식 환자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매일 화장실과 환기구를 통해 담배 냄새가 올라온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매일 새벽 자고 있을 때,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갈 때,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담배 냄새가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집에서 나는 담배 냄새 때문에 우울증이 생기려고 한다. 제발 집에서는 금연 부탁한다"면서 글 말미에 '살려달라'고 적었다.
이 글 외에도 같은 오피스텔에는 비슷한 시기 간접흡연 피해를 호소하면서 건물 바깥에서 담배를 피워달라는 글이 여러 건 게재됐다. 환풍구를 타고 올라오는 담배 냄새 때문에 건강에 위협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층간 흡연에 의한 갈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17년 7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58.7%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만큼 (공동주택 세대 내) 금연을 강제해야 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공동주택 입주자가 간접흡연 피해를 신고하면 경비원이나 관리사무소 직원 등이 흡연 의심 가구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지난해 2월 10일 시행돼 도입 1년이 지났다.
이 법은 간접흡연 피해를 준 입주자는 일정 장소에서 흡연을 중단하라는 관리 주체(관리사무소)의 권고에 협조해야 한다고도 규정한다.
그러나 이 같은 법 조항은 강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관리사무소 직원의 조사 방법 및 권한 범위를 명확하게 담지 않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오피스텔에 간접흡연 피해 호소 글을 붙인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관리사무소에 계속 민원을 넣었지만, 방송을 틀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해서 글을 남긴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해당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직원은 "흡연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세대 안까지 들어가서 (흡연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입주민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관리사무소가 입주민의 세대 내 흡연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안내방송을 하고 안내문을 붙이거나 흡연 의심 세대에 자제해달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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