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보증금 받을 수 있을지…' 전셋값 급락 울산, 역전세난 심화

입력 2019-02-12 09:23   수정 2019-02-12 10:31

[현장 In] '보증금 받을 수 있을지…' 전셋값 급락 울산, 역전세난 심화
2년 전보다 13.6% 떨어져 하락률 전국 1위…보증금 못 돌려주는 사례 속출
부동산 경기 이끌었던 혁신도시도 계약 연장때 수천만원 환불…세입자는 부담 줄어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전셋값 하락 폭이 전국에서 가장 큰 울산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두드러지고 있다.
집주인이 계약 만기 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이 돈을 못 받은 세입자는 새로운 집으로 이주하지 못한 채 돈줄과 발이 묶이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조선업 침체 등 경기 부진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데다, 북구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역경제가 당장 반전을 이뤄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역전세난이 당분간 지속하고, 그 여파가 점점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반대로 새로 전셋집을 구하거나 계약을 연장하는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내려가 어느 때보다도 부담이 줄었다.
◇ 전세 계약 만기에도 보증금 반환 감감무소식
울산시 동구에 거주했던 A(33)씨는 지난해 1월 "계약 만기에 따라 집을 빼겠다"고 집주인에게 알렸다.
빌라에 살았던 A씨는 전세보증금 1억원을 돌려받으면, 남구에 점 찍어둔 새로운 집으로 이주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다"며 보증금을 주지 않았다. 전셋값 하락을 반영해 보증금을 낮추기라도 해야 할 텐데, 집주인은 "보증금을 낮추면 부족한 돈을 충당할 여력이 없다"며 1억원을 고수했다.
결국 그렇게 수개월이 흘렀고, 다급해진 A씨는 변호사까지 선임해 대응한 끝에 올해 1월에야 보증금을 되돌려받았다.
꼬박 1년이 늦어지면서 애초 계획했던 집 계약은 물 건너갔고, 변호사 선임 비용 500만원을 날리는 등 피해가 적지 않았다.
북구에 사는 B(40)씨도 요즘 초조하다.
송정택지개발지구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은 그는 5월 말 입주를 앞두고, 현재 전세로 사는 아파트 주인에게 집을 빼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그러나 2년 전 자신이 냈던 보증금 1억1천500만원보다 3천500만원이 빠진 8천만원에 집을 내놔도 새로운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집주인은 최근 7천만원으로 가격을 더 낮춰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B씨는 "2년 전 1억 6천만원이었던 아파트 매매가격이 현재 1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전셋값을 낮춰도 세입자 구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면서 "새 아파트 입주까지 아직 시간은 좀 있지만, 혹시나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면 중도금 납부조차 어렵게 되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밝혔다.


◇ 전셋값 하락 폭, 전국 평균의 5배…계약 연장 때 수천만원 돌려받기도
연합뉴스가 한국감정원의 월간 주택가격 통계를 토대로 올해 1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을 분석한 결과, 울산 전셋값은 2년 전(2017년 1월)보다 13.63% 떨어져 전국에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전국 평균 하락 폭(-2.67%)보다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신규 아파트 물량이 대거 쏟아진 북구가 20.8%나 떨어졌고, 조선업 부진을 겪는 동구도 19.42% 하락했다. 이어 남구(-10.34%), 중구(-10.33%), 울주군(-8.95%) 순이었다.
아파트에 단독·다가구주택을 포함한 주택종합 전셋값 등락 폭 역시 울산은 -10.48%를 기록해 전국 평균치(-1.42%)보다 현저히 높았다.
당연히 울산에서 역전세난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현상이 됐다.
12일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구 혁신도시조차 최근 집값 하락과 함께 전셋값이 5천∼7천만원가량 떨어졌다.
5∼6년 전만 해도 활발한 거래와 집값 고공행진으로 "(아파트 가격이)내리는 법을 잊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만, 수년간 경기 침체와 신규 입주 물량 누적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소유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울산지부 부지부장은 "전용면적 84㎡(33평형)짜리 한 아파트는 2년 전 전셋값이 3억3천만원에 달했는데, 지금은 2억7천만원으로 떨어졌다"면서 "혁신도시 입주 아파트도 전체 상황이 비슷해서 요즘 전세 재계약을 하는 세입자들은 (가격 하락분인)5천∼7천만원을 집주인에게서 돌려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집을 빼려는 세입자들은 돈을 제때 받지 못해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셋값 부담을 덜고 주택 선택의 폭도 넓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 역전세난은 조선업 경기 위축 등으로 근로자와 인구가 줄어 전세 수요가 감소한 반면, 북구 송정지구를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는 등 주택 공급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구지역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이달까지 5천여 가구의 입주 물량이 쏟아졌는데, 올해에만 6천 가구가량이 추가로 풀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입주 물량 증가로 전세시장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전세금반환보증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역전세와 깡통전세(집값 하락으로 집을 팔아도 보증금에 모자란 현상)가 금융시스템을 위협하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집값·전셋값 하락이 가파른 지역을 중심으로 실태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심형석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는 "지역별로 부동산 공급이 고르게 증가하면 그나마 영향이 적을 텐데, 울산은 북구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역전세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전세 수요는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앞으로 북구에 세입자들이 몰릴 것이고, 그러면 이들을 떠나보낸 다른 지역 전셋값이 연쇄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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