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위비 압박에 핵공유 전략 회의론 대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과 독일 집권 연정을 이루고 있는 중도좌파 사민당(SPD)이 냉전 시대 이후 지난 수십년간 지속해온 미국의 핵우산 보호 정책에 대한 지지입장을 재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일원인 독일은 2차 대전 이후 충분한 산업 능력에도 불구하고 자체 핵무기 생산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핵 보호를 받고 유사시 미국의 핵 운반에 자국 군용기를 제공하는 등 이른바 핵 공유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거듭된 미국의 나토 동맹에 대한 비판과 최근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이행 중단 선언으로 나토의 결속력이 약화하면서 독일 등 회원국들 사이에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온 기존의 전략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미국은 독일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는 대신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핵반격을 개시하는데 독일 전투기가 동원되는 핵 공유협정을 맺고 있다. 사민당은 이러한 '핵공유의 이점을 포함해 전략, 외교 및 안보정책에 대한 당의 입장을 재평가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INF 이행 중단 선언이 사민당의 핵공유 재검토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그동안 거듭된 나토 동맹 비판과 INF 이행 중단이 유럽 중도좌파 세력들로부터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은 미국과의 핵공유 협정 지지를 고수하고 있으나 연정파트너인 사민당이 반대하고 나설 경우 지난 1955년 독일의 나토 가입 이후 유지돼온 안보체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WSJ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면서 독일 여론이 크게 악화하고 있는 점을 한 배경으로 거론했다.
지난해 퓨리서치가 글로벌 안보포럼인 뮌헨안보회의(MSC) 위촉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문제 제대로 대처하고 있다고 응답한 독일인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35%,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30% 지지율을 나타냈다.
사민당의 핵공유 재검토 위원회 구성은 이미 취약한 메르켈 총리의 연정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유사시 미국의 핵무기를 운반할 신형 전폭기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할 예정이나 사민당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사민당의 랄프 슈테그너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당 지도부 회의 후 "핵공유 협정이 아직 시대 상황에 맞는지 모르겠다"며 사민당이 미국으로부터 F/A-18 전폭기 도입을 지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못 박았다.
미국은 나토 핵 공유협정에 따라 대략 180개의 B61 전술핵무기를 유럽에 배치해 놓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20개가 독일에, 그리고 나머지는 벨기에와 이탈리아, 네덜란드 및 터키 등지에 분산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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