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유적지를 가다] ⑫군산 '만세운동 성지' 구암동산

입력 2019-02-24 06:00  

[3·1운동 유적지를 가다] ⑫군산 '만세운동 성지' 구암동산
호남 '도화선' 된 군산 3·5만세운동…한강 이남 첫 독립 만세
영명학교·멜본딘여학교 학생·예수병원 직원 주축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100년 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처음 울려 퍼진 '대한독립 만세~'의 목소리가 나흘 뒤 전북 군산에서 다시 터져 나왔다.
군산의 영명학교와 멜본딘여학교 학생과 교사, 예수병원 직원, 구암교회 신도가 주축이었다. 시민 1천여명이 태극기를 흔들고 독립을 열망하며 거리로 떨쳐 나섰다.
이는 3·1 운동 후 한강 이남에서 벌어진 첫 만세 시위로 역사에 기록된 '군산 3·5 만세운동'이다.
3·5 만세운동은 유관순 열사가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거사를 주도했던 4월 1일보다 많이 앞선다.
애초 3·5만세운동일은 1919년 3월 5일이 아닌 장날인 3월 6일(음력 2월 5일)로 예정됐었다.
서울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학생 김병수는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이갑성 지사로부터 독립선언문 200여장을 받아 2월 26일 고향인 군산에 내려왔다.
김병수는 자신이 나온 군산 영명학교 은사인 이두열, 박연세, 이준영 등과 이틀 뒤 만나 서울 독립운동 상황을 은밀히 알렸다.
그러면서 "군산에서 독립 만세 시위를 전개하자"며 영명학교 기숙사 다락방에서 함께 독립선언서 3천500장을 인쇄했다.
그리고 인쇄한 독립선언서를 태극기 수백장과 함께 현 군산시 구암동 구암동산 내 영명학교와 멜본딘여학교 학생, 구암예수병원 직원, 기독교 신도 등에게 돌렸다.
김병수 등은 군산 서래장날인 3월 6일 대대적인 만세운동을 계획했다. 한강 이남과 삼남 지방에서 최초의 만세운동을 준비한 것이다.



그러나 거사 하루 전날 일본 경찰이 눈치채고 이두열, 박연세, 고석주 등 교사들을 연행해갔다.
만세운동이 자칫 무산될 처지에 놓였지만, 학생과 교사들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동료 교사 김윤실과 학생 대표들이 긴급 회동해 '오늘 시위를 벌이자'고 결의하고 행동에 나섰다.
학생 양기철, 전세종, 김영후 등이 앞장섰고 멜본딘여학교 학생들이 합세했다.
학생들은 독립 만세를 힘차게 부르며 구암동산을 거쳐 시내로 진입했다.
소식을 듣고 구암교회 신도, 예수병원 직원, 보통학교(초등학교) 학생들까지 달려와 만세를 외쳤다.
시위대가 시내를 지나면서 그 규모가 500여명으로 불고 시민들까지 합세해 군산경찰서 앞에서는 참가자가 1천여명을 넘었다. 당시 군산 인구 1만3천600명 중 한국인이 6천581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국인 5명 중 1명이 만세운동에 동참한 셈이다.
3·5만세운동으로 학생, 종교인, 시민 등 90명이 검거되고 63명이 구속돼 갖은 고문과 모진 옥고를 치렀다.
시민들은 3월 31일 구속된 사람들이 재판을 받기 위해 포승줄에 묶인 채 법정에 들어서자 일제히 일어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쳐 용기를 북돋웠다.
그러는 동안에도 군산에서는 공립 보통학교 방화 항일운동, 옥구·대야·임피장터 만세운동 등 총 28차례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만세에 참여한 연인원은 3만여명으로, 군산지역 한국인 1명이 4∼5차례 참석한 셈이다.
이 같은 항일항쟁에서 사망자 53명, 실종자 72명, 부상자 195명이 나왔다.
군산 3·5만세운동은 이후 전주, 정읍 태인, 임실 오수, 익산, 김제 만경, 광주, 목포 등 다른 호남지방 항일활동으로 이어졌다.



군산 3·5만세운동의 중심에는 영명학교와 구암동산이 있었다.
영명학교는 미국인 선교사 전킨이 1902년 구암동산에 3층 규모로 설립했다.
독립선언서를 받아온 김병수가 영명학교 졸업생이고, 대규모 만세 시위를 계획하고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준비한 학생과 교사들도 영명학교 소속이었다.
이런 이유로 영명학교는 일제에 의해 특별과와 고등과가 중단됐다. 결국, 영명학교는 1940년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자진 폐교했다.
영명학교가 있던 곳은 현 군산시 구암동 구암동산이다.
구암동산은 영명학교와 멜본딘여학교 학생과 예수병원 사무원, 구암교회 신도, 군산시민이 독립 만세를 일으킨 중심지다.
이들 학교와 병원은 미국 선교사들이 세운 곳이어서 군산선교스테이션으로 불린다.
현재는 이들 건물과 선교스테이션은 흔적마저 없는 상태며, 영명학교 터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군산시는 3·5만세운동을 기념하고 호국정신을 높이기 위해 2016년 9월 구암동산을 '3·1운동 역사공원'으로 조성해다.
공원에 이르는 세풍아파트∼구암동산 진입로 구간에 3·5 만세운동길을 개설해 군산역사 이야기를 담은 벽화와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벽화에는 3·5만세운동, 영명학교 전경, 태극기, 일제의 군산 수탈 장면 등을 그렸다.
역사공원 내에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도 열었다.
기념관은 3·5 만세운동을 이끈 영명학교를 재현해 3층 규모로 만들었다.
1층 추모 기록실은 3·5만세운동과 항일독립운동 역사를 기억하고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공간, 2층 역사재현실은 그날의 함성과 나라 사랑 정신을 느끼는 공간으로 꾸몄다.
3층 체험교육실에서는 태극기 만들기, 만세운동 전파하기, 독립군 기념촬영 등을 체험한다.
공원 왼편 옛 구암교회 건물은 3·1운동 역사영상관으로 꾸며, 군산지역 항일운동과 3·5만세운동 영화를 상영한다.



군산시는 역사공원에 3·5만세운동을 주제로 한 담장, 벽화, 포토존을 설치하고 담쟁이와 태극기 터널, 태극기 무궁화 마당 등도 만든다.
시는 올해 구암동산 성역화 사업, 3·1운동 기념관과 기념탑 건립, 만세운동 조형물 설치 등도 마쳐 항일항쟁 역사 도시의 이미지를 높일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3·1운동 역사공원 일대는 영명학교와 구암교회 등이 있던 곳으로 3·5만세운동, 옥구 농민항쟁, 임피 만세운동 등을 기억하는 역사교육 현장"이라며 항일항쟁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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