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서 시작된 한국 동계스포츠…평창 넘어 또 다른 100년 준비

입력 2019-02-19 14:36  

한강서 시작된 한국 동계스포츠…평창 넘어 또 다른 100년 준비
폭력·성폭력 사태로 빛바랜 100번째 동계체전
엘리트 체육 재정비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19일 막을 올린 전국 동계체육대회는 올해로 100번째를 맞이한다.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체전 개막을 알리는 개회식이 열렸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온 3천856명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동계체전 100번째 생일을 자축했다.
그러나 쇼트트랙 대표팀 조재범 전 코치의 국가대표 심석희 폭행과 성폭행 의혹으로 촉발된 체육 '미투'(나도 당했다) 고발로 체육계가 큰 충격에 빠지고, 그 여파로 엘리트 스포츠의 근간이 흔들린 터라 대한체육회는 어느 때보다 뼈저린 심정으로 동계체전을 맞이했다.
대한체육회의 전신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0년 창립된 조선체육회는 그해 11월에 열린 제1회 전조선야구대회를 전국체육대회의 기원으로 삼았다.
대한체육회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하는 대한체육회 100년사에 따르면, 조선체육회는 창립 정신을 기리고 전통을 이어받는다는 차원에서 비록 단일 종목이었지만, 전조선야구대회를 첫 번째 전국체육대회로 정했다.
이후 단일 종목이라도 '전조선'(全朝鮮)이라는 말만 붙으면 조선체육회는 전국체전의 하나로 쳤다. 1929년에서야 3개 종목을 통합해 처음으로 종합대회 형식으로 전국체전이 치러졌다.
동계체전의 효시는 1925년 1월 5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강에서 하루 동안 열린 제1회 전조선빙상경기대회다.
조선체육회는 이 대회를 제6회 전국체육대회로 명명했고 대한체육회도 홈페이지에서 이 대회를 첫 번째 동계체전으로 본다.
체육회는 전국체전과 동계체전 횟수를 통일하자는 전국체육대회 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1957년부터 두 대회에 같은 횟수를 사용한다.


물자가 부족해 경기장이라고 불릴만한 시설을 꿈도 꾸기도 어려웠던 시절, 그래도 체육인들은 한강이 얼면 '특설링크'를 만들어 아이스하키, 빙속 경기 등을 치렀다.
얼음은 인공 얼음이 아닌 자연이 빚은 순수 얼음이었다고 한다.
해방 후인 1946년 1월에 열린 제26회 동계체전은 체전으로 불릴만한 첫 대회로 꼽힌다.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은 한강 특설링크에서, 아이스하키는 창경원 연못에서는 각각 열렸다.
빙속 종목에선 남녀 각각 중등부·일반부 선수들이 출전해 18개 세부종목 메달을 놓고 경쟁했다.
아이스하키는 중등부·전문부·일반부 등 3개 부로 나누어 경기를 벌였다.
한강 링크, 서울운동장 링크, 춘천과 인천 등 지방 특설링크에서 열리던 동계체전은 국가대표선수들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의 국제스케이트장이 열린 1972년 제53회 대회부터 일대 전기를 맞는다.


1986년부턴 간판 스키장인 용평 스키장에서 동계체전이 치러졌고, 1990년대 이후엔 서울(태릉·목동링크), 강원도(춘천·용평), 전북(무주) 등 여러 지역에서 종목별 특성에 따라 분산 개최되기도 했다.
전국체전이 우리나라의 하계올림픽 메달 수확에서 엄청난 자양분을 뿌렸듯 동계체전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태극전사들의 성장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김기훈이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한국 최초의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이래 국가대표 선수들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까지 8차례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1개, 은메달 25개, 동메달 14개를 따냈다.
개인과 고장, 소속팀의 명예를 걸고 기량을 겨룬 동계체전은 올림픽 메달을 향한 테스트 무대였다.
하지만, 체육계를 뒤흔든 스포츠 폭력·성폭력 사태는 동계체전 100회를 맞아 엘리트 체육의 전면 혁신을 요구한다.


일부 종목, 특정 지도자의 개인 일탈이 주된 사례이긴 하나 선수 인권을 말살한 채 오로지 성적만을 지향하는 지금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은 더는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파벌과 폭력으로 얼룩진 대한빙상경기연맹과 회장 일가의 조직 사유화로 큰 비판을 받은 대한컬링연맹 등 두 동계스포츠의 중심 종목 단체가 현재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전락한 점은 체육인들의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


체육인들이 이번 사태로 드러난 적폐와 고름을 완벽히 걷어내고 새 판을 짜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희망이 보이고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도 되찾을 수 있다.
100번째 동계체전은 한국 체육의 또 다른 100년을 위한 도약대이자 변화의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100번째 전국체전도 마찬가지다.
cany99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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