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조남주 "日독자 공감, 비슷한 경험 공유 때문"

입력 2019-02-19 19:29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日독자 공감, 비슷한 경험 공유 때문"
일본어판, 발매 두 달여 만에 8만부 '돌풍'…아마존재팬 아시아 베스트셀러
"책이 던지는 고민 日서도 시작"…번역자 "日독자에 '미투' 가깝게 느끼게 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마도 국가와 환경이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이나 사회 분위기가 있어서 공감해주는 것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이 소설의 조남주 작가가 19일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작품과 한국 사회 여성의 상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조 작가는 이날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기노쿠니야 서점 본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소설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한국과 일본 독자들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독자들의 후기를 보면 '비슷한 경험이 있어 소설에 공감했다'는 의견을 올려주신 분들이 많다"며 "일본에서 보육원에 떨어진 분이 '일본 죽어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도쿄의대의 경우 여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낮춘 입시부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에 올라온 독자 감상 중 '이 소설이 100만부가 팔릴 수 있는 한국의 상황이 부럽다는 취지의 글을 인상적으로 봤다"며 "또 '이런 식의 화두를 던지는 소설이 필요하다'다는 감상도 기억난다. 이 책이 던지는 고민을 일본에서도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서 페미니즘 소설이나 한국 소설로서는 이례적인 인기를 얻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출판사 지쿠마쇼보(筑摩書房)에 따르면 일본어판은 작년 12월 8일 발매 후 두 달여 만에 판매 부수 8만부를 돌파했다. 일본 발간과 동시에 2쇄 중쇄가, 나흘 뒤 다시 3쇄 중쇄가 결정되기도 했다.
현재 일본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재팬의 '아시아 문학'(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문학 출판물 대상)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자들에게서는 이 소설을 둘러싸고 한국 내에서 나온 페미니즘 논쟁이나 한국 사회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주인공을 1982년생으로 설정한 이유, 결말 부분에 대한 작가의 생각 등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조 작가는 "많은 독자분이 본인 얘기라고 생각하고 주변에 문제의식을 나누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소설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설이 한국 내에서 일으킨 반향에 대해 "정당의 대표가 대통령에게 (이 소설을) 선물하고 한국의 미투에서 중요한 인물인 서지현 검사는 성희롱 사건을 폭로하면서 소설의 내용을 인용했다"며 "이후 '82년생 김지영' 법안이 발의되고 서지연 검사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됐던 전 검사장은 실형 선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그동안 제기됐던 미투 운동과 관련한 결과들이 계속 나올 텐데, '82년생 김지영'이 그때마다 계속 언급되면서 사회의 변화와 함께 계속 기억되는 소설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을 상징하는 서른넷 전업주부 김지영 씨의 삶을 통해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 받는 성차별, 고용시장에서 받는 불평등, '독박 육아(혼자만 하는 육아)'를 둘러싼 문제점 등을 사실적인 자료와 함께 보여준다.


조남주 작가는 이날 독자들 앞에서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 등과 함께 소설 내용, 그리고 이 소설이 갖는 사회적 배경 등에 대해 이야기도 나눴다. 행사가 열린 기노쿠니야홀은 일찌감치 400석 전석의 참가 신청이 끝났다.
기자회견에서 자리에 함께한 이 소설의 번역가 사이토 마리코 씨는 "한국 독자들보다 일본의 독자 중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울었다는 사람들이 무척 많은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 연구 중이다"라면서 "짧은 기간에 이렇게 큰 인기를 모은 것은 예상을 넘는 것이다. 이 소설의 가능성이 그만큼 무한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문학을 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 중에는 소설을, 심지어는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이 유독 많다"며 "그만큼 '82년생 김지영'이 잠재력이 있는 독자층을 가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이토 씨는 "인식하지 못하던 경험에 이름을 짓고 목소리를 준 힘 있는 소설"이라며 "(소설이) 독자들에게 할리우드처럼 자신과 먼 곳에 있는 일로 느끼던 미투 운동을 더 가깝게 느끼게 했다"고 강조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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