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고 피싱] 낚시는 스포츠다…배스의 재발견

입력 2019-03-12 08:01  

[렛츠고 피싱] 낚시는 스포츠다…배스의 재발견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외래어종 배스는 천덕꾸러기다. 40년 이상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해 왔다.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생태계 교란 어종으로 지정돼 퇴치운동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낚시 인구가 크게 늘면서 이런 배스가 스포츠 낚시의 대상어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파워 넘치는 배스 낚시의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애물단지에서 스포츠 피싱의 대상으로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배스 낚시는 결코 쉽지 않다.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미끼를 던지고 얼레(Reel) 감기를 계속해야 한다. 이를 릴링(Reeling)이라고 한다.
배스는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어식(魚食) 어종의 특성상, 움직이는 먹이에만 반응한다.
따라서 끊임없이 미끼를 던지고 감으며 진짜 물고기나 벌레가 움직이는 듯 액션을 취해줘야 한다. 대략 3∼4분에 한 번씩 미끼를 던졌다 감는다. 배스 낚시는 일종의 루어낚시다.
플라스틱이나 메탈 재질로 만든 가짜 미끼(lure)로 액션을 연출해야 한다.
살아있는 지렁이나 구더기, 동식물성 재료를 섞은 떡밥 등을 사용해 찌의 움직임을 보고 고기를 잡아내는 붕어나 잉어 낚시와는 다르다.
붕어나 잉어 낚시는 한 자리에 대를 펴면 낚시를 철수할 때까지 웬만하면 옮기지 않는 붙박이 낚시이기도 하다.
반면 루어낚시는 이쪽에서 안 잡히면 저쪽으로 옮기며 탐색을 해야 한다. 그래서 에너지 소비도 많다.
텐트 속에서 비바람을 피할 수도 없다. 그리고 찌도 없다. 줄에 전해지는 진동을 감지해 챔질해야 한다.



◇ 배스란 물고기는?

배스는 정부가 1973년 해외에서 정식으로 도입한 어류다. 당시 먹을 게 없어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는 국민의 영양을 보충한다는 취지로 들여왔다.
그러나 배스는 얼마 안 가 수중 생태계 최상위층을 형성하게 됐고 이를 넘볼 어류는 없었다.
배스는 식용 어류로도 사랑받지 못했다. 붕어와 잉어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음식 재료로 애용돼 왔지만, 배스는 특유의 향 탓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생존력이 강한 배스는 낚시꾼들이 좋아하는 붕어와 잉어를 잡아먹어 더욱 미움을 받게 됐다.
배스가 맛이 좋았다면 퇴치운동이 벌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배스처럼 어식 어류이면서 토종인 쏘가리가 민물 매운탕 재료 중 가장 고급 어종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 봄이 오는 길목에서 배스를 낚다

프로 배서(basser)이자 '낚시하는 시민연합'을 구성해 활동 중인 김욱 이사와 여성 낚시인 박지숙 씨가 때마침 낚시를 떠난다기에 이들과 동행하기로 했다.
김 이사는 낚시인 스스로 쓰레기를 치우며 환경보호에 힘쓰자는 운동을 벌여오고 있으며, 박씨는 오프로드와 캠핑, 낚시 등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여성이다.
장소는 전북 김제시의 환경사업소 앞 신평천. 김 이사와는 일면식이 있었지만, 박씨와는 처음이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처럼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서 자연과 합일되는 느낌으로 낚시를 하는 것은 낚시인들의 꿈이다.
그러나 여건이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국내 낚시인들은 멋진 필드는 아니더라도, 조과(釣果·낚시로 고기를 낚은 성과)가 보장되는 곳을 찾는다.
김제시 석교1길의 시 환경사업소 앞에 있는 신평천 포인트도 그런 곳 중 하나다.
풍광이 그리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수종말시설에서 나오는 물은 얼지 않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낚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전에 사는 박씨는 지프 랭글러를 몰고 혼자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처음 만났지만 그의 털털한 성격 덕분에 어색함은 없었다.



◇ 만만치 않은 봄 배스 낚시

아침 일찍 서둘렀지만 수온이 갑자기 떨어져 오전엔 낚시가 불가능했다.
차 안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오후가 돼 날씨가 조금 풀린 뒤 슬슬 낚시를 시작했지만, 단 한 번 입질을 받는 데 그쳤다.
그러나 프로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김 이사는 긴가민가한 미세한 입질을 알아채고 끌어올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배스가 '바늘털이'를 하며 그만 줄이 끊어져 버렸다.
낚시 용어로 물고기가 입에 꿰인 바늘을 털어내기 위해 물 위에서 몸을 흔드는 것을 바늘털이라고 한다.
겨울이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봄기운이 아무리 빨리 올라오는 전라도 지역이긴 하지만, 너무 서둘렀던 것이다.
날은 이미 어둑해졌고, '조과 0'을 기록하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첫날 실패한 일행은 마음이 급해졌다. 적극적으로 낚시가 되는 곳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조과가 있었다던 고흥 지역은 소식이 전무했고 광주 인근인 장성에서 조과 소식이 입수됐다.
고흥군으로 향하던 중 보성IC에서 진로를 틀었다. 다시 올라가는 데는 2시간이 더 걸렸다. 점심을 먹고 갑작스레 장성 쪽 숙소도 수소문하는 바람에 시간은 오후로 치달았다.
시골의 작은 저수지들은 내비게이션으로 잘 검색이 되지 않는다.
전남 장성군 남면 마령리의 백운저수지도 주민들에게 수소문한 끝에야 찾을 수 있었다.
저수지가 있는 마령리는 서쪽으로는 판사등산이, 북쪽과 동쪽으로 병풍산과 무등산이 각각 자리 잡고 있는 전형적인 분지다.
그래서 한겨울에도 강한 바람이 불지 않고 비교적 따스하다.
그러나 낚시는 또 다른 문제다. 초봄이 다가오긴 했지만 아직 수온은 많이 찼다. 한두 번 미세한 입질을 받았지만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처음 오는 필드였기에 이곳저곳을 탐색했지만, 조과는 올리지 못했다.
높은 수온에서 물고기들이 활발히 움직일 때는 강력한 입질이 있지만, 지금처럼 저수온기에는 물고기들도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에너지 손실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는 둥 마는 둥 하는 것이다.



◇ 마침내 나온 봄 배스

그날은 그렇게 흘러갔다. 단 몇 번 입질을 받았을 뿐이다.
깜짝 놀라 릴링을 하고 보면 어린이 손바닥만한 블루길이 나온다.
너무도 작은 크기의 블루길이 자기 몸통만한 미끼를 먹겠다고 덤비는 것이 놀라웠다.
이 저수지에는 또 다른 외래어종인 블루길이 배스와 함께 서식하고 있었다.
박지숙 씨도 이어 입질을 받고 챔질을 했지만, 잡고 보니 또 블루길이다.
말은 안 했지만 모두 초조해하고 있었다. '이러다 한 마리도 못 잡는 것은 아닐까'
그러던 중 낚시 동호인들이 옆으로 다가와 인사를 한다. 현지 낚시인들이었다.
그들은 김 이사를 보자 반색을 했다.
"아니 마왕님 아닙니까? 기념 촬영 같이해도 될까요?"
김 이사는 자주 출연하는 낚시 TV에서 '마왕 김욱'으로 알려졌다.
30년 가까이 루어낚시를 한 김 이사는 낚시인들에게는 연예인 같은 존재다.
승부는 그다음 날부터였다. 다음날 낮 수온이 조금씩 오르자 미세하게 입질 강도가 높아졌다.
역시 먼저 물고기를 잡아낸 것은 김 이사였다. 그는 물고기들이 어떤 미끼에 반응하는지를 체크해 일행들에게 전파했다.
"오전부터 웜(Worm·벌레 모양의 인조미끼)에는 전혀 반응이 없어요. 금속제 미끼로 바꿔 다세요."
그의 말이 적중한 것일까.



오후 1시께 그가 30㎝급의 배스 한 마리를 잡았다.
입질이 한번 터지자 옆에 박지숙 씨에게도 배스 한 마리가 또 걸렸다.
그런데 이 녀석은 김 이사가 잡은 것보다 훨씬 컸다. 힘차게 배스를 릴링해 물가로 끌어낸 박씨는 문전 처리가 약간 미숙했다. 배스는 마지막까지 끌려오다 수초 속에 머리를 박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자칫하면 고기를 놓칠 지경이었다.
김 이사가 뜰채를 꺼내 수초 속에서 몇 분을 실랑이하다 마침내 건져낼 수 있었다. 꺼내놓고 줄자로 재 보니 40㎝가 넘었다. 그녀는 4개월 만에 잡아낸 거라며 펄쩍펄쩍 뛰었다.

◇ 굶는 배스, 살찐 잉어



김 이사는 배스를 잡자마자 입을 벌려 작은 숟가락을 넣고 이리저리 저었다.
배스는 몸체보다 입이 과도하게 큰 신체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숟가락을 넣어 먹은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배스가 어떤 먹이에 반응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해외 프로 낚시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김 이사가 배스 입을 휘휘 저었지만 어떤 것도 나오지 않았다. 굶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민물고기 가운데 최상위층 포식자로 알려진 배스의 현주소인 듯 보였다. 백수의 왕이지만 굶기를 밥 먹듯 한다는 사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로부터 30여 분이 지난 뒤, 옆에서 낚시하던 다른 현지 낚시인의 낚싯대가 심하게 휘었다.
얼핏 봐도 웬만한 물고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만만치가 않았다.
이건 배스가 아니었다. 과도하게 릴링을 해서 고기를 끌어들이려 한다면 낚싯줄이 끊어줄 수도 있다.
10여 분을 씨름한 끝에 마침내 물고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잉어였다.
코앞으로 다가온 잉어를 끄집어내기도 쉽지 않았다. 무게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김 이사가 가져온 뜰채로 건지려 했더니 머리밖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컸다.
천신만고 끝에 집어낸 잉어는 어린애만 한 크기였다.



잉어는 원래 루어낚시 대상어는 아니지만, 바늘이 잉어 몸뚱아리에 걸려 나온 것이다.
수없이 던지고 감기를 계속하는 루어낚시 특성상 이런 '교통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줄자로 재 보니 길이가 92㎝였다. 끌어내는 데 힘든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배스는 굶고 있었는데 이렇게 큰 잉어가 올라오는 것이 이상했다.
낚시인들은 배스가 있는 곳에는 먹이가 되는 붕어와 잉어들이 생존을 위해 급격히 몸을 키운다고 했다.
옆에 있던 한 지역 낚시인은 "그래서 저수지에 배스를 일부러 이식하는 붕어낚시인도 있다"고 말한다. 자연의 섭리란 참 놀라운 것이었다.



◇ 진짜 대어는 쓰레기

마침내 대미를 장식한 잉어를 끝으로 모든 낚시가 끝났다. 그러나 진짜 대어(大魚)가 남았다.
바로 저수지 주변에 널려있는 쓰레기다.
현장에서 김 이사가 먼저 비닐봉지를 들고 줍기 시작하자, 주변 낚시인들이 알아서 따라왔다.
루어낚시계에서 유명인사인 김 이사는 낚시하는 시민연합을 동호인들과 구성하고 '낚시인 스스로 쓰레기를 줄이자'는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이 운동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동참하는 낚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10여 분가량 쉬지 않고 주워야 할 만큼 쓰레기는 많았다. 상당량은 낚시인이 버린 쓰레기였고, 생활 쓰레기도 눈에 띄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아직 남아 있는 농약병이었다.
김 이사는 "일부 낚시인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 때문에 전체 낚시인들이 욕을 먹는다"며 안타까워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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