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나라하게 드러난 팀킴의 고통…상금·포상금은 어디로(종합)

입력 2019-02-21 16:54  

적나라하게 드러난 팀킴의 고통…상금·포상금은 어디로(종합)
합동감사반, 김경두 일가의 횡령·조세포탈 정황 파악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대표팀 '팀 킴'(경북체육회)이 지도자 가족에게 받았던 고통이 합동 감사 보고서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경상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국가대표선수 호소문 계기 특정감사' 결과를 2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발표하고, 16쪽 분량의 보고서도 공개했다.
컬링 '팀킴' 못 받은 상금 9천여만원…인권 침해·횡령 등 확인 / 연합뉴스 (Yonhapnews)
팀 킴은 지난해 11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 직무대행, 그의 딸인 김민정 전 경북체육회 여자컬링 감독, 사위인 장반석 전 경북체육회 믹스더블 감독이 자신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호소문을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김경두 전 직무대행에게 폭언을 당하고, 상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팬들이 선수들에게 보내준 우편물을 김 전 감독이 먼저 뜯어봤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합동감사 결과 선수들의 호소는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팀 킴이 은메달 쾌거를 이뤘을 때, 김경두 등 지도자들도 팀 킴의 지원군으로 함께 조명을 받았다.
이들은 '가족 같은 분위기', '팀워크'를 강조한 것이 팀 킴을 키운 비결이라고 강조했지만, 정작 선수들은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선수들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다가 "연예인이냐, 서커스 하나" 등 폭언과 외모 비하 등 인격 모독적인 말에 시달렸다.
지도자 일가는 선수들을 억누르면서 명예를 가져가려고 했다.
이들은 "선수들의 인터뷰를 통제했다"는 주장을 부인했으나, 합동감사반은 "김 전 직무대행에게 감사를 표하고, 경북체육회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강조하라는 등의 내용 통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지도자 일가는 2018년 대한민국체육상 공적조서를 선수와 협의하지 않고 팀 킴의 성과와 노력이 아닌 김 전 직무대행의 성과 중심으로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수억 원에 이르는 금전적 이익도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금과 격려금 등을 관리하던 장 전 감독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사법 조치 권고까지 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필라코리아(5천만원), 의성군청(3천만원), 각종 언론사와 사찰 등에서 지급한 포상금 총 9천386만8천원을 선수들에게 나눠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각종 대회에서 획득한 상금도 개인적으로 나눠 받지 못했다. 상금을 팀 운영비로 사용하기는 했으나, 상금 가운데 3천80만원에 대해서는 횡령 정황이 포착됐다.


체육 단체에서 주는 지원금도 부당하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전지훈련비를 대한컬링경기연맹과 경북체육회에 이중으로 정산하고, 남자팀의 숙박비를 여자팀·믹스더블팀의 국가대표 지원금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또 선수들의 전국체전 훈련비를 개인별로 지급하지 않고 의성컬링센터 사용료로 대체 지급했다. 그런데 경북체육회는 별도로 연 1억5천만원을 의성컬링센터 사용료로 지출하고 있었다. 의성컬링센터는 김경두 전 직무대행이 사유화하고 있던 시설이다.
신세계가 컬링대표팀에 지급한 후원금 중 총 1억9천524만원도 규정을 위반해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김경두 일가가 부당 집행한 2억1천191만원의 지원금을 환수 조치했다.
경북체육회 남녀 컬링 선수들이 외부 강습료로 받은 137만원도 "대한컬링경기연맹에서 환수한다"는 이유로 지도부가 돌려받아 선수들을 속인 일도 있었다.
김민정 전 감독과 김경두 전 직무대행의 아들이자 남자컬링 선수인 김민찬은 정당한 근거 없이 과도한 연봉을 받고 있었다고 감사반은 밝혔다. 또 김 전 직무대행은 김민찬이 올림픽 주전으로 참가하도록 남자팀 지도자를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성컬링센터 사유화 백태도 밝혀졌다. 김 전 직무대행은 한국 최초 컬링장인 의성컬링센터 건립을 이끌었다며 '컬링 개척자'를 자처했지만, 이 시설을 통해 부당한 수익을 취득하는 등 사욕을 채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과 부인의 인건비와 수당, 규정 없는 예산 수령 등으로 2014년 이후 5년간 약 5억900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 그의 측근인 경북컬링협회장 A씨도 본인 인건비 등으로 5년간 약 2억5천300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했다.
이들은 개인적인 경조사비, 선수 격려금, 외국팀 초청비 등 컬링장 운영 목적에 맞지 않는 금액 약 2억2천만원을 부당하게 사용하기도 했다고 감사반은 발표했다.


세금 포탈 정황도 잡혔다. 법인세 신고 과정에서 4억769만원의 매출을 과소 신고하거나, 11억2천8870만원의 컬링센터 사용료에 대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으며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경두 일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감사발표 브리핑을 맡은 강정원 문체부 체육국장 직무대리는 "지도자들은 선수들의 호소문에서 지적된 사항과 감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동감사반은 선수들이 제출한 자료, 경북체육회와 대한컬링경기연맹 자료,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폭언의 빈도나 횟수, 소포가 아닌 편지도 미리 뜯어봤는지 등 일부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는 컬링 지도자 가족이 팀 킴이 받은 상금과 후원금 등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은 나오지 않았다.
강 직무대리는 김경두 직무대행 측이 이의제기를 할 수도 있고, 국세청의 파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도자 가족이 부당 사용한 금액 규모를 특정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국세청에 신고해 관련 내용이 추가적으로 밝혀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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