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경서 원조반입 놓고 충돌…"2명 사망·31명 부상"(종합)

입력 2019-02-24 07:50  

베네수엘라 국경서 원조반입 놓고 충돌…"2명 사망·31명 부상"(종합)
야권, 콜롬비아·브라질서 구호품 반입시도…"사망자 총상으로 숨져"
마두로, 콜롬비아와 단교 선언…美, 추가 제재 경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 등이 제공한 원조 물품의 반입에 반대하는 베네수엘라 정부에 맞서 야권이 23일(현지시간) 물품 반입에 나서면서 콜롬비아와 브라질 접경지역에서 충돌, 최소 2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로이터·AP·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국경과 접한 베네수엘라 남동부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에서 원조 반입을 두고 군과 주민들이 충돌해 최소 2명이 사망했다.
반정부 성향의 인권단체인 포로 페날은 "14세 소년을 포함해 2명이 숨졌고 31명이 다쳤다"며 "사망자들은 총상으로 숨졌고 한명은 머리에 총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구호품 반입 저지를 위해 국경이 폐쇄된 베네수엘라의 브라질 접경지역에서 군과 원주민들의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추가로 인명 피해가 난 것이다.
전날에는 국경으로 이동하는 군 차량 행렬을 막는 원주민을 상대로 군이 고무총탄 등을 발포하면서 원주민 부부 2명이 숨지고 약 20명이 다쳤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콜롬비아 쿠쿠타 창고에서 보관하던 구호품을 실은 트럭을 베네수엘라 접경지역으로 보냈다.
야권은 브라질 북부 국경도시인 파카라이마에 보관하던 구호품도 트럭에 실어 베네수엘라 국경 검문소로 보냈다.
과이도 의장은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 등 일부 남미 국가 대통령과 함께 쿠쿠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인도주의 원조가 지금 당장 생명을 구하기 위해 평화로운 방식으로 베네수엘라로 가고 있다"며 "군은 역사의 옳은 편에 서라"고 촉구했다.
과이도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구호품을 실은 일부 트럭이 브라질 국경을 통과해 베네수엘라로 반입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럭은 베네수엘라 영토에 진입했지만 세관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했다.

베네수엘라 군은 접경도시인 우레냐에 있는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산탄데르 국경다리에 몰려들어 장애물을 치우려고 시도한 야당 의원들과 야권 지지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발포했다.
베네수엘라 제2 국경 도시인 산 안토니오 델 타치라에서도 구호품 운반을 도우려고 국경을 넘으려는 시위대를 군이 최루탄 등을 쏘며 해산하자 시위대는 타이어와 군복을 태우고 돌을 던지는 등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또 우레냐에서 구호품 반입이 원활치 않자 버스를 탈취해 불을 지르기도 했다.
경찰이 식품과 의약품을 싣고 우레냐로 향하던 3대의 트럭에 불을 질러 전소됐다고 베네수엘라 일간 엘 나시오날은 보도했다.
주민들은 불길에 휩싸인 트럭에서 구호품을 앞다퉈 가져갔다.
폭동 진압 장비를 착용한 베네수엘라 군은 이날 동이 트기 전에 시민들에게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을 연결하는 다리에 접근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등 양국을 잇는 3개의 국경다리를 잠정 폐쇄했다.
구호품을 둘러싼 충돌을 앞두고 베네수엘라의 일부 군인이 탈영하거나 정권에서 이탈했다. 콜롬비아 이민당국은 국가수비대 군인과 경찰 등 23명이 탈영해 투항했다고 밝혔다.
이외에 우고 파라 마르티네스 소령은 동영상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거부하고 구호품 반입을 지지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친정부 지지자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집회에서 야권의 원조 반입을 지원한다는 이유를 들어 콜롬비아와의 정치·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콜롬비아 외교관들에게 24시간 이내에 자국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도널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 양키는 집에 가라"면서 "그는 우리에게 부패한 음식을 보냈다. 고맙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작년에 치러진 대선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지난달 23일 임시 대통령 선언을 한 과이도 의장은 선언 한 달째인 이날 구호 물품을 육로와 해상을 통해 반입하겠다며 마두로 정권과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거의 200t에 달하는 원조 물품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반입 차단으로 지난 7일 이후 베네수엘라와 국경이 접한 콜롬비아 쿠쿠타와 브라질 북부, 카리브해의 네덜란드령 쿠라사우 섬 등의 창고에 보관됐다.
과이도 의장을 비롯한 야권은 많은 국민이 식품과 의약품, 기초 생필품 부족 등으로 고통받는 만큼 외국의 원조를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야권은 표면적으로 경제난에 따른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덜기 위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원조를 통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과 군부 이탈을 내심 바라고 있다.
반면 마두로 정권은 인도주의 위기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미국 등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구호 물품 반입을 막고 있다.
마두로 정권은 특히 미국이 각종 제재로 베네수엘라에 300억 달러(약 33조8천억원)가 넘는 손실을 안겨놓고선 소량의 인도주의 원조를 보내는 것은 이중적이며 '정치적인 싸구려 쇼'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미국은 전날 마두로 정권이 원조 반입을 막는다면 한층 가혹한 추가 제재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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