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30주기 맞아 시전집·트리뷰트 시집 출간

입력 2019-02-27 11:16   수정 2019-02-27 17:31

기형도 30주기 맞아 시전집·트리뷰트 시집 출간
기형도 시 모티프로 한 그림책도…추모 심포지엄·낭독의 밤 개최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기형도 시인의 30주기를 맞아 그의 시를 묶은 시 전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다.
문학과지성사는 기형도 시인의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에 실린 시들과 미발표 시 97편 전편을 모으고 '거리의 상상력'을 주제로 목차를 새롭게 구성한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를 내달 출간한다고 27일 밝혔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는 '정거장에서의 충고'와 함께 생전의 시인이 첫 시집의 제목으로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발문에서 "30년이라는 긴 세월은 기형도라는 이름을 잊게 만들기보다는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 힘을 만든 것은 기형도 시 내부의 뜨거운 생명력이며, 기형도라는 이름과 함께 30년을 보냈던 익명의 독자들이다. 기형도 시의 비밀은 세대를 이어가며 오히려 풍부해진다. 깊은 사랑의 경험은 대상의 정체를 파악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비밀을 더 두텁게 하고 그 앞에서 겸손하게 한다. 바라건대 이 시집을 통해 기형도 시의 비밀이 더 두터워지기를"이라고 적었다.
문학과지성사는 또 '입 속의 검은 잎' 발간 30주년을 기념해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젊은 시인 88인이 쓴 88편의 시를 모은 트리뷰트 시집 '어느 푸른 저녁'을 출간한다.
이번 시집은 30년 세월의 힘을 거슬러 여전한 시적 매력과 비밀을 띤 기형도의 시를 모티프 삼아 젊은 시인들이 새로 읽고 써낸 시의 축제이자 더없는 우정의 공간이다.
강성은, 서효인, 신용목, 오은, 이제니, 권민경, 유계영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젊은 시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문학과지성사는 "기형도의 시어와 제목, 분위기를 각자의 언어로 소화해 새로 탄생한 88편의 시들은 기형도 읽기의 진경이자 지금 여기 한국 현대 시단의 가장 젊은 에너지를 느껴보는 벅찬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끝으로 문학과지성사는 기형도 시인과의 특별하고도 따뜻한 추억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그림책 '전문가Ein Experte'를 선보인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김유가 그리고 제작한 이번 그림책은 기형도의 시 '전문가'(專門家)를 모티프로 삼은 32쪽짜리 작은 그림책이다.
기형도의 그로테스크한 동화적 시 세계에 깊게 영향받은 작가가 종이 판화, 에칭, 수채화, 콜라주, 스텐실, 스탬핑 등의 다양한 미술 기법들을 혼합해 새롭게 해석하고 만들어냈다.
기형도의 시를 독일어로 옮기는 데는 크리스티안 바이어 서울대 독문과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문학과지성사는 "기형도의 시는 다양한 장르에 걸친 아티스트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일정한 시공간에 갇힐 수 없는 위대한 언어, 문학의 생명력이 갱신되는 귀한 경험을 또 한 번 치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보이 그룹 '아스트로'는 올해 1월 발표한 새 앨범에 기형도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곡을 싣고 잡지 영상을 직접 촬영했다.
멤버 전원이 기형도의 시 '어느 푸른 저녁'과 같이 저녁을 배경으로 한 무대에서 촬영하고, '어느 푸른 저녁'을 멤버 각각의 목소리로 녹음해 담았다.
이 영상은 내달 보그(보그코리아)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3월 7일에는 기형도 시인을 기억하고 기리는 '기형도 시인 30주기 추모 심포지엄'이 연세대학교 위당관 문과대학 100주년 기념홀에서 열린다.
'신화에서 역사로. 기형도 시의 새로운 이해'를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심포지엄은 현재의 입장에서 기형도 시의 특질과 문학사적 자리를 새롭게 조망해 기형도 시 연구의 새로운 차원을 열고자 하는 자리다.
이날 저녁 7시에는 서울 동교동 '다리 소극장'(청년문화공간JU)에서 '기형도 30주기 낭독의 밤―어느 푸른 저녁' 행사가 개최된다.
이상협 KBS 아나운서의 사회로 이 시대 문학, 연극, 영화, 음악 각계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저마다 기형도의 시를 경유한 이야기와 헌정시를 낭독하고, 독회극과 노래를 선보인다.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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