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대륙 떠다니는 '녹색빙산' 미스터리 풀리나

입력 2019-03-06 11:18  

남극대륙 떠다니는 '녹색빙산' 미스터리 풀리나
美연구팀 산화철 지목…"산화철이 푸른 얼음 만나면 녹색 띠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빙산은 얼음분자에 의한 빛의 산란으로 순수한 얼음일수록 푸른색을 띠어 '희거나 푸르다'는 것이 통념이 돼왔다.
그러나 남극대륙 주변에는 이런 통념을 깬 녹색으로 된 빙산이 떠다닌다.
녹색빙산은 신비함을 넘어 그 형성과정이 수십년간 미스터리가 돼왔는데,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이 산화철(iron oxide) 성분을 녹색의 원인으로 지목한 연구결과를 내놓아 비밀이 풀릴지 주목된다.
6일 미국지구물리학회(AGU)에 따르면 워싱턴대학 빙하학자 스티븐 워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남극대륙의 바위에서 나온 산화철이 녹색빙산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를 AGU 발행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대양(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Oceans)'에 실었다.
산화철은 남극대륙의 토양과 바위 등에서 발견되는데, 대륙의 빙하가 기반암을 타고 흐르면서 바위를 갈아 빙하분(粉)이라는 암석가루를 만들고, 이 가루 속의 철 성분이 바다 위의 빙붕(氷棚)에 갇혀있다가 녹색빙산을 만든다는 것이다.
빙산은 빙하나 빙붕의 일부가 바다로 떨어져 나오면서 형성된다.
빙하 얼음은 눈이 쌓이고 다져지면서 형성돼 빛을 반사하는 기포(air pocket)를 갖는다. 반면 빙붕 밑에서 바닷물이 얼어 만들어지는 해양 얼음은 기포 없이 빙하 얼음보다 투명하다.



워런 박사가 1988년 호주 탐사팀의 일원으로 남극을 찾아 처음 에메랄드빛의 빙산에 올랐을 때 얼음 안에 기포가 없어 빙하 얼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빙붕 밑 바닷물에 섞여 있던 불순물이 섞여 녹색빙산을 형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처음에는 해양 동식물이 죽은 뒤 분해돼 바닷물에 녹아 있는 작은 입자인 유기탄소(Organic Carbon)가 해양 얼음이 형성될 때 섞여들어간 것으로 봤다. 바닷물에 섞인 유기탄소가 노란색이고 얼음이 푸른색이면 녹색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6년에 이어진 탐사 때 녹색 해양 얼음이나 푸른색 해양 얼음의 유기물 함량이 같은 것으로 밝혀져 유기탄소가 원인일 가능성은 배제됐다.
이후 녹색빙산의 형성과정은 수수께끼에 빠져있다가 몇 년 전 태즈메이니아대학의 해양학자가 남극대륙 동부의 애머리 빙붕 핵에서 철 성분을 찾아내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게 됐다.



빙붕 윗부분의 빙하 얼음보다 바닥에 가까운 해양 얼음에서 500배 가까운 철 성분이 발견된 것이 단서가 됐다. 철이 산화해 녹이 슬면 보통 황토색이나 붉은색, 갈색을 띠는데 얼음의 푸른색과 만나면 녹색을 띠어 녹색빙산의 형성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워런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추가 연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면 녹색빙하가 단순히 호기심이나 신비함의 대상을 넘어 해양 생태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게 된다고 했다.
철은 해양 생태계의 가장 밑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주요 영양원인데, 산화철을 가진 녹색빙산이 바다를 떠다니며 철이 부족한 곳에 철을 실어나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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