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법정 선 전두환, 사죄 없이 "왜 이래" 한 마디만(종합2보)

입력 2019-03-11 19:22   수정 2019-03-11 19:28

광주 법정 선 전두환, 사죄 없이 "왜 이래" 한 마디만(종합2보)
기자가 발포 명령 묻자 '버럭'…법정서 신원 확인 후 '꾸벅꾸벅'
"5·18 헬기 사격 없었다"…공소사실 전면 부인 후 시민 항의 속 상경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박철홍 천정인 최평천 기자 =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39년 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섰다.
전씨는 5·18 당시 시민을 향한 발포 명령이나 헬기 사격에 대한 질문을 외면하거나 전면 부인해 법정 안팎에 있던 시민들을 분노케 했다.
전씨 측은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공소사실도 전면 부인했다.
발포 명령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전두환 "이거 왜 이래" / 연합뉴스 (Yonhapnews)


◇ 광주 법정에 선 전두환…법정 들어가기 전 기자 질문에 "왜 이래!"
전씨는 11일 오전 8시 32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광주로 이동했다.
전씨는 내란수괴 등 혐의로 구속되기 직전인 1995년 12월 2일 자택 앞 골목에서 검찰 소환 방침을 정면 반박하는 일명 '골목 성명'을 발표했으나 이날은 아무 말 없이 혼자 걸어 나와 승용차에 올랐다.
연희동 자택 앞에는 '자유 연대' 등 보수 성향 단체 회원 50여명이 집회를 열었으며 전씨가 탄 차가 지나가자 "가면 안 된다"고 외쳤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것으로 알려진 전씨는 이날 낮 12시 34분 광주지법에 도착해 경호원의 부축을 받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전씨는 경호원의 제지를 받던 취재진이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질문하면서 자신의 몸을 살짝 밀치자 "왜 이래"라고 버럭 소리를 치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은 광주지법에서 구인장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전씨가 자진 출석함에 따라 출석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집행하지 않았다.
전씨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함께 온 부인 이순자 여사와 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재판을 받았다.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지만 헤드셋(청각 보조장치)을 쓰고는 생년월일, 주거지 주소, 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질문에 모두 "네 맞습니다" 또는 "네"라고 또박또박 답변했다.
전씨는 이후 재판 내내 직접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변호인의 모두 진술 도중 꾸벅꾸벅 졸다 깨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5·18 헬기 사격 없었다" 혐의 전면 부인
전씨의 공판기일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1시간 15분간 진행됐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전씨 측은 5·18 헬기 사격을 '사실'이 아닌 '쟁점 사안'으로 몰고 가는 전략을 폈다.
헬기 사격은 허위 사실이며 헬기 사격을 주장한 조 신부를 '거짓말쟁이'로 지칭한 행위가 모욕은 될지언정,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검찰은 '2000년대부터 회고록 출간 준비를 시작했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2015년께 초고를 만들었다'는 전씨의 서면 진술을 토대로 전씨가 주도적으로 회고록에 허위 내용을 적시해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썼을 뿐 고의로 허위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니며 5·18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고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정 변호사는 "조비오 신부가 주장한 1980년 5월 21일 오후 2시 전후 광주 불로교 상공에서의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한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 허위 사실로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소사는 없었으며, 있었더라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은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 증거를 토대로 도출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와 지난해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의 '헬기 사격' 결론을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특조위가 헬기 사격에 대한 직접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종전의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며 "헬기 사격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중의 논쟁적 사안이다. 특조위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규명한 것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매몰돼 판단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범죄지 관할을 광주로 본 것은 관할 위반이라며 다시 검토해달라는 의견서도 재판부에 제출했다.
부인 이씨는 별도로 재판 진행에 대한 의견을 담은 편지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 됐다.
다음 재판은 증거 정리를 위한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되며 오는 4월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 광주시민 억장 무너졌지만 성숙한 대응…떠나는 전씨 향해 항의도
시민들은 전씨가 법원에 도착하자 "감옥이나 가라"거나 "구속하라"고 외쳤지만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약속에 따라 계란을 던지는 등 물리적 행동을 자제했다.
진심 어린 사과를 바랐던 기대가 무죄를 주장하는 전씨 측의 법정 태도에 무너지자 분노했다.
법정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일부 방청객은 전씨가 퇴정을 위해 피고인석에서 일어나자 "전두환 살인마"라고 수차례 고함을 쳤다.
법정 밖에서 전씨의 주장을 전해 들은 시민들은 전씨가 탈 것으로 예상하는 차량을 에워쌌다.

전씨 부부는 재판이 끝난 뒤 30분 넘게 청사 내부에서 대기하다가 시민들의 거센 비난과 항의를 받으며 승용차를 타고 법원을 떠났다.
5·18 역사왜곡처벌 광주운동본부,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 구속부상자회, 5·18기념재단 등 5월 단체 회원들은 재판이 끝나자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한번 사죄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광주시민을 무참히 학살한 전씨를 재판정에 세우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참고 기다려왔다"며 "전씨가 재판에 출석해 법의 심판을 받을 것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광주시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용서를 빌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areu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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