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안 풀릴 땐 '구통쫘 작명쇼'로 오세요

입력 2019-03-13 16:45  

인생이 안 풀릴 땐 '구통쫘 작명쇼'로 오세요
은평 사비나미술관 기획전 '나나랜드' 개막
김미루·구혜영·천경우 등 '나다움' 찾는 다양한 작업 소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자, 파워 버튼 올렸습니다. 첫 번째 당첨 볼은!"
투명한 구 안에 자리한 색색깔 플라스틱 공이 마구 요동치더니 일순간 멈췄다. 웅성웅성하던 취재진도 숨죽인 채 앞을 응시했다. 구혜영, 아니 구통쫘 작가가 꺼낸 공에는 자음 '키읔'이 쓰여 있었다. 기계를 여러 차례 더 작동해 최종적으로 만든 이름은 'ㅋ+ㅚ+ㄱ'.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 사주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어요. 내가 그래서 안 풀리나 싶기도 하고. 하하하." 작가가 작년 9월 로또 추첨 기계를 사다가 '셀프 행운 제작기'라고 명명한 뒤, 개명에 나선 이유다. 한글 자음 19개, 모음 21개가 각각 적힌 공을 무작위 추첨해 조합한 이름이 '통쫘'였다.
은평구 진관동 사비나미술관에서 가면 누구나 구혜영(통쫘) 작가가 펼치는 '작명쇼'에 참가할 수 있다. 우연성과 즉흥성이 지배하는 작명을 시도하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고정된 것으로 여겨온 이름이란 대상을 곱씹어보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다.
작가는 13일 "통쫘라고 소개하면 상대가 못 들은 척하거나, 설마 하는 표정을 짓거나, 되묻기도 하는데 제각각인 반응을 관찰하는 일이 흥미롭다"라면서 "이름 같은 대상도 이렇게 달리 생각하게 이끌고 자극하는 것이 예술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비나미술관에서 개막한 기획전 '나나랜드: 나답게 산다' 화두는 '나다움'이다. 미술관은 올해 트렌드로 '나나랜드'(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는 대신 나 개인의 특수성과 독자성을 기준으로 삼는 것)를 제시한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협력해 전시를 짰다.
총 21명(팀)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조각 등 60여점이 나왔다.
전시장에서는 나 자신과 마주하고,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나를 찾고, 혼자로서의 삶을 모색하는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2인조 쁘레카(신재은·최진연)가 2016년부터 진행한 '1인 가구 사진관' 프로젝트는 급증하는 1인 가구의 오늘을 전한다. 김미루 사진 '사헬, 말리, 사하라'는 일체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자신만의 시·공간으로 노래방을 선보인 고재욱 '다이 포'도 흥미롭다.
마지막 주제인 젠더 뉴트럴과 바디 포지티브는 기존 관습, 경계를 지우려는 작업을 갈무리했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새로운 젠더의 신체 이미지를 제시한 김준 작업이 그 좋은 예다.
'나나랜드'는 7월 7일까지. 같은 기간 미술관에서는 조던 매터 사진전도 열린다. 매터는 트램펄린이나 와이어, 안전장치 없이 도약하는 무용수의 신체 움직임을 순간 포착해온 작가다. 사진 26점과 메이킹 필름을 감상할 수 있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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