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귀국한 '김정남 살해 혐의' 여성 보호 나서

입력 2019-03-15 10:05   수정 2019-03-15 10:27

인도네시아, 귀국한 '김정남 살해 혐의' 여성 보호 나서
안전가옥 제공…법치 훼손 논란 휘말린 말레이 입장 의식했을 수도
"베트남인 안 풀어 준 건 인종 탓?"…말레이 국내서도 논란 분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2년여 만에 풀려난 인도네시아인 여성이 안전가옥으로 옮겨져 당국의 보호를 받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수아라닷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13일 밤 반텐 주 스랑 군의 고향 집에 머물던 시티 아이샤(27)를 다시 수도 자카르타로 데리고 왔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온 지 불과 만 하루 만에 다시 행동에 제약이 가해진 셈이다. 시티를 자카르타로 옮기는 데는 외교부 직원 3명과 중무장한 경찰관 5명이 동원됐다.
피르만 아판디 스랑시 경찰서장은 "13일 시티 아이샤가 안전보장과 몇 가지 의문에 대한 확인 문제 때문에 외교부에 소환돼 자카르타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티가 당분간 정부가 제공한 안가에 머물게 될 것이라면서 "언제까지인지는 모른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시점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조처는 세간의 관심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티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가 어떻게 말레이시아로 건너갔는지와 북한인들에게 섭외돼 김정남 암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경위 등을 인도네시아 당국이 직접 확인할 기회가 없었던 만큼 이와 관련한 조사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인도네시아 정부가 "장기간의 외교적 로비"를 통해 시티를 석방했다고 선전하는 바람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는 점을 의식한 조처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시티가 "훈련된 암살자"라고 주장하던 말레이 검찰은 지난 11일 돌연 공소를 취소했고, 재판부는 별도의 무죄선고 없이 그를 즉각 석방했다.
갑작스러운 전개에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는 야소나 라올리 인도네시아 법무인권장관은 최근 토미 토머스 말레이시아 검찰총장이 주고받은 서신을 공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야소나 장관은 서신에서 "시티는 북한 정보요원들에게 속아 도구로 이용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토미 장관은 "언급한 사항들과 함께 양국의 우호 관계를 고려해 시티 아이샤의 공소 절차를 더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음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답했다.
말레이 검찰은 사법부의 권위 훼손을 우려한 듯 시티와 같은 혐의로 기소됐던 베트남인 여성 도안 티 흐엉(31)의 살인 혐의에 대한 공소는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다민족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해묵은 인종 갈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정당인 말레이시아화교연합회(MCA)는 14일 성명을 통해 "모든 이는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면서 "시티는 공소가 취소됐지만, 흐엉은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 우리 국민과의 종족적·종교적 유사성과 선호도 때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네티즌 사이에선 인도네시아가 작년 8월 2억5천만 달러(약 2천850억원) 상당의 초호화요트 '에쿼니머티' 호를 말레이시아에 인도한 것이 시티와 흐엉의 운명이 갈리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나집 라작 전 말레이 총리의 측근인 로 택 조(38)가 갖고 있던 이 배는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빼돌린 공적자금으로 조성된 해외 자산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요청을 받고 작년 2월 발리 인근 해상에서 이 배를 나포했지만, 미국의 인도요청에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말레이시아에 넘겨줬다. 1MDB 비자금 환수를 추진해 온 마하티르 총리는 이를 현 정부의 주요 치적 중 하나로 삼았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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