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감시자' 허민 의장, 전방위로 영향력 확대한다

입력 2019-03-17 07:03  

'히어로즈 감시자' 허민 의장, 전방위로 영향력 확대한다
감사위원회 설치 추진…투명 경영 고삐 세게 쥔다
자기 사람을 사내이사로 넣는 등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허민(43)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원더홀딩스 대표이사)이 구단 경영 정상화를 명분으로 다방면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연합뉴스 취재 결과, 그가 의장으로 있는 히어로즈 이사회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을 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4월부터 감사 선임과 관련, 주주 간 다툼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이사회는 해결책으로 이사회가 주도하는 감사위원회 설치를 제시했다.
감사위원회 설치의 또 다른 이유로는 감사가 주주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서 제대로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는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다. 주주들이 뽑는 감사가 아니라 외부 견제 세력인 사외이사로 감사위원회를 채워 독립성을 확보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사회는 우선 감사위원 2명으로 사외이사인 허 의장과 김종백 미국 변호사를 확정했다.
감사위원회 설치 안건이 주총에서 통과할 경우 허 의장은 사외이사, 즉 외부 감시자라는 제한적인 역할에서 이제는 구단 경영 실무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수시로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감사위원의 자격을 얻게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사회는 이번 주총에서 하송 사외이사를 사내이사로 변경하는 안건도 함께 올렸다.
하송 사외이사는 현재 소셜커머스 '위메프' 부사장이다. '위메프'의 최대주주가 바로 허 의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원더홀딩스다.
허 의장과는 서울대 친구이자 기업 경영은 물론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에서 허 의장이 구단주, 하송 사외이사가 단장을 맡는 등 야구단 경영에서도 같은 길을 걸어왔다.
허 의장이 이처럼 자기 사람을 히어로즈 구단 사내이사로 넣는다는 것은 구단 경영에 깊숙하게 관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허 의장은 외부에서 또 다른 인사를 데려와 구단 요직에 앉힐 예정이다.
허 의장 측은 이를 놓고 히어로즈 구단 경영의 정상화와 투명한 경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허 의장이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과정에서 히어로즈 구단 인수 의사를 밝힌 점을 바탕으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허 의장은 2010년 위메프를 창업해 이름을 알렸다. 2011∼2014년에는 고양 원더스 구단주로 변신했다.
사업을 하던 중에도 2009년 미국으로 건너가 전설적인 너클볼러 필 니크로에게 너클볼을 배우고, 미국 독립리그에 선수로 도전하는 등 넘치는 야구 사랑으로 야구팬들에게는 '야구광'으로 통한다.
히어로즈 구단이 허 의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게 된 배경은 지난해 12월 21일 KBO에 '경영 및 운영관리 개선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이 있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재창단 형식으로 리그에 참여한 히어로즈 구단은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되면서 구단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또한 2009년부터 2018년 1월까지 선수 트레이드를 하면서 이면 계약을 통해 131억원이라는 '뒷돈'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KBO는 히어로즈 구단 측에 경영 및 운영관리 개선안을 요구했다. 이에 히어로즈 구단은 허 의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이사회 의장직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또한 허 의장 외에 사외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3명씩, 동수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허 의장은 당시 이를 수락하며 "히어로즈 구단은 대한민국에서 모기업이 없는 유일한 야구 전문기업으로서 존재가치가 뚜렷한 구단"이라며 "여러 현안이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허 의장의 거침없는 행보가 영구 실격 처분에도 여전히 이장석 전 대표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여겨지는 히어로즈 구단에 변화의 물결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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