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수사 전환 신혼부부 실종사건…풀어야 할 의문점들

입력 2019-03-19 15:17   수정 2019-03-19 16:07

공개수사 전환 신혼부부 실종사건…풀어야 할 의문점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2016년 5월 증발하듯 사라진 30대 부부 실종사건을 경찰이 2년 10개월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하면서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부부가 범죄 피해를 당했는지, 스스로 사라졌는지 등 행적에 의문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경찰이 부부실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적해온 유력 용의자인 남편의 전 여자친구를 국내로 송환하는 것마저 무산되며 수사는 막다른 골목에 닿은 상태다.
경찰은 돌파구를 찾고자 실종수사팀 인력을 보강하고 공개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앞으로 풀어야 할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을 되짚어본다.

◇ 의문 1; 증발하듯 사라진 부부
부산 수영구 광안동 모 아파트에 살던 전민근(37)씨와 아내 최성희(36) 씨가 2016년 5월 28일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이들은 결혼 6개월 차 부부였다.
아내 최씨는 27일 오후 11시께 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 귀가했고, 남편은 28일 오전 3시 30분께 집에 오는 것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에 담겼다.
이후 아무도 그들을 본 적이 없다.

가족들은 부부가 전화를 받지 않고 집에도 없자 나흘 뒤인 같은 달 31일 경찰에 실종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신혼집 내부는 가방과 지갑, 노트북, 여권만 없어진 상태였고 지극히 일상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상한 점은 두 사람이 집을 나서는 장면은 아파트에 설치된 22개 CCTV 어디에도 찍혀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CCTV를 피하려면 계단을 이용해야 했고, 나머지 CCTV 등도 사각지대를 이용하면 피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움직이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았고, 내부 사정을 매우 잘 알 때만 가능했다.
경찰은 인근 터미널이나 버스 정류장 등의 CCTV도 확인했지만, 부부의 흔적은 나타났지 않았다.
[부산경찰청 제공]

◇ 의문 2; 남편 휴대전화 전원은 부산에서, 아내 것은 같은 날 서울에서 오프
통신기록을 살펴본 결과 남편의 휴대전화 전원은 5월 28일 오전 부산 기장군에서, 아내의 휴대전화 전원은 같은 날 오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 부근에서 각각 꺼진 게 확인됐지만 그게 전부였다.
두 사람의 휴대전화가 각각 다른 곳에서 꺼진 이유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전혀 드러난 게 없다.
부부는 이후 지금까지 2년 10개월간 휴대전화, 교통카드, 신용카드 등을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다.
부부 모두나 혹은 일방이 범죄 피해를 당했거나, 두 사람이 스스로 잠적했다는 설 등 다양한 가능성은 나오지만, 어느 것 하나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 의문 3; 노르웨이 거주 전 여친의 행적
두 사람의 실종 경위가 불분명한 가운데 경찰은 부부의 실종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는 남편의 전 여자친구 A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추적해왔다.
남편 전씨는 결혼 이후에도 A씨와 계속해 연락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A씨는 두 번째 결혼으로 노르웨이에서 거주하는 상황이었다.
A씨는 전씨에 대한 사랑과 원망을 반복하면서 집착 증세를 보였고, 전씨가 결혼하자 부부를 괴롭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A씨가 부부실종 보름 전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실종 일주일 뒤 현지로 출국한 기록이 확인되기도 했다. 또 한국에서 현금만 사용하는 등 의문스러운 행적도 포착됐다.
수사기관은 2017년 2월 인터폴(국제사법경찰) 적색수배를 내렸고, 그해 8월 A씨를 노르웨이에서 검거했다.
그러자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국내 송환에 불응했다.
노르웨이 법원은 A씨 송환요구 승인 여부에 대해 심리했지만, 지난해 12월 5일 결국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런 사실을 노르웨이 정부는 한 달 뒤인 올해 1월 4일 재판 한국대사관에 전했고, 대사관은 같은 달 14일 법무부에 알렸다.
통보 절차가 지연되면서 수사기관은 노르웨이 법원에 항고할 기회마저 놓쳤다.
수사기관이 한국 관련 현지 소송의 일정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있다가, 항소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비판도 나온다.

◇ 의문 4; 뒤늦은 공개수사 전환
수사가 진척되려면 A씨에 대한 조사는 필수적이다.
A씨 행적은 의심스럽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상태다.
A씨가 국내에서 조사를 받지 않고, 다른 증거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영구 미제사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19일 사건을 2년 10개월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뒤늦은 공개수사 전환을 놓고도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경찰은 "실종된 아내 신상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상태였고, 남편 측에서도 최근 '아들을 찾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와 공개수사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건 초기 남편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이 부분에 대해 경찰은 속 시원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남편 가족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던 같다고만 말한다.
경찰은 담당경찰서인 남부경찰서 실종전담팀 수사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부산경찰청 차원의 수사지도와 수사 지원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부 인상착의를 유심히 살펴보고 작은 기억이라도 아는 데로 제보해 주면 실종자를 찾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로소 공개수사로 전환한 경찰이 미스터리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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