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인가, 비약인가…대가야 토제방울 그림 해석 논쟁

입력 2019-03-20 16:09  

사실인가, 비약인가…대가야 토제방울 그림 해석 논쟁
조사단 "가야 건국설화" 주장에도 다르게 볼 여지 있어
"개별 그림에 대해 치밀한 사실 검증부터 해야"



(고령=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5세기 후반 대가야 어린아이 무덤에서 출토한 토제방울 그림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경북 고령군과 대동문화재연구원(원장 조영현)이 20일 대가야박물관에서 공개한 토제방울은 지름이 약 5㎝로, 호두보다 조금 더 컸다. 붉은색 천 위에 놓인 방울에는 희미한 선을 새겼는데, 육안상 거북 등껍데기 모양이 확실하게 보였다.
대가야 지배계층 무덤이 모인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탐방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토제방울에 대해 연구원은 삼국유사 '가락국기'(駕洛國記)에 등장하는 수로왕 건국설화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연구실장은 토제방울 사면에 있는 그림을 6개로 분류한 뒤 산봉우리로 짐작되는 남성 성기, 거북 등껍데기, 관을 쓴 남자, 춤을 추는 여자,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 하늘에서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자루라고 해석했다.
조사단은 토제방울을 가야 건국설화와 연결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된 그림이 거북 등껍데기라고 강조했다. 가락국기에 나오는 노래인 구지가(龜旨歌) 가사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라. 만일 내밀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가 연상된다는 것이다.
배 실장은 "거북 머리는 신과 하늘을 상징하고, 거북은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동물로 알려졌다"면서 "거북을 보고 가락국기 내용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을 쓴 사람에 대해서는 "얼굴은 없고 위에 뫼 산(山)자만 있는데, 대가야 수장층 무덤에서 출토한 금동관 장식과 흡사하다"며 "가장 큰 논쟁거리가 될 만한 그림은 하늘을 우러러보는 사람으로, 말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펜던트처럼 보이는 그림에 대해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루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가야 건국설화에서 자루가 자줏빛 줄에 매달려 내려와 땅에 닿고, 이 자루 안에 담긴 알이 수로왕과 가야 왕들이 됐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배 실장은 "자루 속에 금빛 상자와 알이 있듯, 토제방울 속에도 자그마한 구슬이 있다"면서 "알에서 시조가 탄생했다는 난생(卵生) 설화가 구지봉이 있는 김해 금관가야뿐만 아니라 대가야에도 존재했다"고 역설했다.



조사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현장을 둘러본 자문위원들은 엇갈린 견해를 나타냈지만, 해석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했다.
김세기 대구한의대 명예교수는 "가야 연맹체 중 전기에 주도권을 쥔 금관가야의 건국설화가 가야 전체에 퍼졌음을 알려주는 자료"라면서 조사단 의견을 지지했다.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는 "조사단 분석보다 합리적인 해석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면서도 '거북·개구리·말 같은 동물을 새긴 아이용 노리개일 수도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희준 경북대 명예교수는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보다 개별 그림에 대한 치밀한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며 "그림 한두 개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면 전체 의미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건국설화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는데, 수로왕 이야기도 언제 완성됐는지 알 수가 없다"며 "100년 전에 일어난 3·1운동에 대해서도 역사적 해석이 다양한데, 당대에 퍼진 가야 건국설화가 문헌에 기록된 가락국기와 일치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늘을 우러러보는 그림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대가야에는 산신 정견모주와 천신 이비가지 사이에 낳은 아들 중 첫째 뇌질주일이 대가야왕이고, 둘째 뇌질청예가 금관가야왕이라는 또 다른 건국설화가 전래하는 상황이어서 가락국기 건국설화와의 정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고대에는 특정한 줄거리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예가 드물다는 의견도 있어 학계에서 추가 연구가 진행돼야 그림의 실체가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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