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협약 비준' 대타협 물 건너가나…경영계 기존 입장 고수

입력 2019-03-26 15:55  

'ILO 협약 비준' 대타협 물 건너가나…경영계 기존 입장 고수
경총, 한-EU 무역분쟁 우려에 "과장되고 선동적인 추측" 일축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합의가 경영계의 반대로 결국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경영계 대표로 참여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6일 입장문에서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또 미룰 경우 유럽연합(EU)과 무역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근거가 미약할 뿐 아니라 과장되고 선동적인 추측에 가깝다"며 일축했다.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해온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노·사 양측의 합의를 촉구하며 EU와의 무역분쟁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에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EU는 작년 12월 한국이 이 조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분쟁 해결 절차의 첫 단계인 정부간 협의를 요청했다.
EU는 한국이 다음 달 9일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경총은 입장문에서 "분쟁 해결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에 회부되는 경우에도 양 당사국이 패널 보고서 이행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수준으로 규정돼 있다"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한-EU FTA의 경우 순수 노동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일반 무역 관련 규정과는 별개로 경제적 또는 상업적 분쟁 해결 절차가 본질적으로 작동되지 않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의 입장문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의 막판 합의를 시도할 노사관계 개선위원회 전체회의를 불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이를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경총이 전체회의에서 합의를 거부하기 위한 수순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총은 한국이 전문가 패널에 회부되면 '노동기본권 후진국'이라는 국제적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실상 우리나라 노·사 문제에서 국가 브랜드에 가장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강성 노조에 의한 대립적·투쟁적 노·사 관계"라고 반박했다.


경영계는 대립과 갈등에 치우친 국내 노·사 관계 특성을 고려할 때 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면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작년 11월 노동자 단결권 강화를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권고안을 발표한 데 이어 경영계 요구에 따라 단체교섭·쟁의행위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공익위원들은 파업에 대응한 대체근로 허용과 같은 일부 경영계 요구안이 ILO 핵심협약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도 침해할 수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오는 28일 전체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논의 결과를 그대로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정치적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대립적인 국내 노·사 관계를 이유로 국제 기준인 ILO 핵심협약 비준을 반대하는 경영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ILO 회원국으로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노동 기준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한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오랜 공약을 실현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ILO 핵심협약 비준과는 별도로 협력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할 방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한데도 현재의 대립적인 노·사 관계를 이유로 국제노동기준의 수용을 거부하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전망이 어두워지자 노동계에서는 '선(先) 비준 후(後)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 방침인 '선 입법 후 비준'의 순서를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국제노동기준에 맞게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다는 로드맵의 실현이 불투명해진 만큼, 정치적 결단으로 ILO 핵심협약부터 비준하고 이에 맞춰 노동관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ILO 핵심협약을 우선 비준하라"고 촉구했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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