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작품만" 비판에도 '기세등등' 아트바젤 홍콩

입력 2019-03-28 15:17  

"반짝이는 작품만" 비판에도 '기세등등' 아트바젤 홍콩
아시아 넘어 세계적 위상 아트페어, 27일 프리뷰로 막 올라
가고시안 등 굴지 화랑 점당 수십억 작품 팔아치워…한국 화랑도 총력전
예년보다 초고가·대작은 덜 보여…"특별한 주제 안 보이는 과도기"



(홍콩=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7일 완차이 홍콩컨벤션센터. 오후 1시 넘어서부터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이 줄을 섰다. 한 시간 뒤 문이 열리고 우르르 입장한 이들을 반긴 것은 중국을 상징하는 판다가 그려진 롭 프루이트의 대작 '판다 알레고리'. 잠깐 미소지은 이들은 곧 3만4천㎡ 규모 행사장에 들어찬 36개국 242개 갤러리 부스로 제각기 흩어졌다.
미술품을 사고파는 장터인 아트바젤 홍콩이 이날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닷새간 일정에 돌입했다.
2013년 시작돼 올해 7회째인 아트바젤 홍콩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위상의 아트페어로 안착해감을 보여줬다. 프리뷰 이틀간 행사장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미술기관 관계자와 컬렉터, 예술가, 미술애호가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요 화랑마다 사람들이 작품가를 문의하려고 대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 한 점당 수십억 작품 속속 팔려…"아직 과도기" 평가도
페이스, 리만머핀, 데이비드 즈워너, 리손, 가고시안, 화이트큐브, 하우저앤워스, 페로탱, 스카스테트……. 프리뷰 첫날 찾은 1층 행사장은 구미를 기반으로 하는 굴지 화랑들이 어깨를 맞댄 중앙 블록을 중심으로 성황이었다.
지난해는 개장 2시간 만에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빌럼 더 코닝(빌렘 데 쿠닝)의 그림 한 점이 3천500만 달러(370억 원)에 팔리는 등 초고가 대작이 즐비했지만, 올해는 대체로 가격대가 낮아진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작품이 속속 팔려 나갔다.
독일 신표현주의 선구자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2018년 신작은 가고시안에서 175만 달러(20억 원)에 판매됐다. 하우저앤워스의 아쉴 고르키(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그림은 180만 유로(23억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한국의 한 컬렉터는 "로칸 오닐 부스에 걸린 키키 스미스 작업도 문 연 지 5분 만에 팔렸다"라고 전했다.
스카스테트에 걸린 빌럼 더 코닝의 1985년작 '무제'도 작품값이 1천만 달러(114억 원)에 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올해도 울리 지그를 비롯해 각국 컬렉터가 부스를 누볐다. 다양한 국적의 관람객은 중국 경제력을 등에 업고 급성장한 아트바젤 홍콩이 세계적 위상의 아트페어로 변모해감을 보여줬다. 국내에서는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이 배우 하지원, 최진혁과 함께 페이스, 가고시안 등을 찾아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한류스타 박서준도 목격됐다.
VIP의 쾌적한 관람을 위한 프리뷰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행사장은 내내 혼잡했다. 지난해 관람객 8만여 명을 넘어서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학고재 우정우 실장은 "갤러리마다 일정 수량의 VIP 패스를 신청하는데 이번에 가장 빨리 마감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올해 행사는 근현대 거장부터 동시대 예술가까지 망라했지만, 고유한 색깔이나 주제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회화가 강세를 보였고, 집에 걸기 좋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작품이 많은 것도 눈에 띄었다.
허유림 독립 큐레이터는 "아직 과도기인 것 같다"라면서 "뚜렷한 주제 없이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가와 갤러리가 미는 신진작가가 섞여 있다"라고 분석했다.
라인업이 시장이 선호하는 작가와 작업에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미술관장은 "아트페어가 자본주의적인 행사이긴 하지만, 작가와 갤러리들이 (시장을 의식해) 너무 섹시하고 반짝반짝한 작업만 전략적으로 선보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홍콩을 매년 찾는 한 미술애호가는 제프 쿤스, 앤서니 곰리, 아니시 카푸어, 볼프강 틸만 등 손꼽히는 작가들이 '깜짝' 등장했던 지난해 행사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 한국 화랑도 총력전…이불 '인카운터' 참여도 화제
올해 아트바젤 홍콩에는 한국 기반 갤러리 10곳이 참여해 총력전에 나섰다. 본전시라고 할 수 있는 '갤러리' 부문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제, PKM, 학고재, 아라리오, 원앤제이, 리안 6개 화랑이 참여했다.
국제갤러리는 별도 공간을 통해 선보인 유영국을 비롯해 하종현, 줄리언 오피를 중심으로 성과를 냈다. 민중미술을 앞세운 학고재갤러리에서는 신학철, 강요배 작업이 바로 팔려 나갔다. 높이 3m에 달하는 윤석남의 핑크빛 대형 심장 조형물 '김만덕의 심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도 눈길을 끌었다.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인사이트'에서는 313아트프로젝트(이완), 갤러리바톤(지니 서), 조현화랑(김종학), 우손갤러리(최병소)가 부스를 차려 호응을 얻었다.
아트바젤 홍콩은 갤러리가 세계 유수의 컬렉터·미술기관에 소속 작가들을 한꺼번에 가장 효율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이날 한 한국 화랑에서도 외국 미술관 관계자가 원로작가 작업에 관심을 보였다. 부스비만 1억원씩 드는 데다 체제비와 운송비, 보험료까지 포함하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함에도 한국 갤러리들이 앞다퉈 홍콩으로 향하는 이유다.
이번 아트바젤 홍콩에서는 이불의 '인카운터' 부문 참여도 화제였다. 그는 PKM과 리만머핀, 타대우스 로팍 지원을 얻어 행사장 중앙에 거대한 비행선 '윌링 투 비 벌너러블'(Willing To Be Vulnerable)을 띄웠다.
한국 기반 화랑이 아닌 곳에서도, 한국 작업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리만머핀에 전시된 이불, 서도호 작업 앞에서는 관람객들의 감탄이 이어졌다. 백남준의 미디어아트 작업도 여러 갤러리에 놓였다.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정은영 작가는 아시아아트아카이브(AAA)와 손잡고 행사장 바깥에서 국극 퍼포먼스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아트바젤 홍콩은 31일까지 이어진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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