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피리·돈 조반니…본질에 충실했던 모차르트 2色 오페라

입력 2019-03-31 07:00  

마술피리·돈 조반니…본질에 충실했던 모차르트 2色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롯데콘서트홀 '돈 조반니' 리뷰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모차르트 희극 오페라들은 공연 작품으로 즐겨 선택된다. 귀에 꽂히는 아름다운 선율, 탄력 넘치는 리듬, 이리저리 꼬인 재미있는 줄거리 등 장점이 많으니 공연 수준이 특별히 탁월하지 않아도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누구나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희극 오페라들이 적당한 타협 없이 본질에 충실하게 공연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서울시향, 국립오페라단, 롯데콘서트홀이 공교롭게도 모두 모차르트 작품들을 연주해 '모차르트 특별 주간'이라고까지 불렸던 이번 주의 희극 오페라 공연 두 편은 바로 그 '본질에 충실한' 최고의 예가 되었다.
일찌감치 4회 공연 전석 매진을 기록한 국립오페라단의 '마술피리'는 지난 2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프로덕션의 새롭고 특별한 장점은 대본의 각색과 연출에 있었다. 1791년 빈 초연 때 당대 평민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췄던 에마누엘 쉬카네더의 대본에는 인종주의적, 성차별적인 요소가 많아 현대 관객들을 늘 불편하게 해왔다. 그러나 이 독일어 징슈필(Singspiel·노래와 함께 대사가 들어있는 노래극)의 자막 번역과 대본 각색을 담당한 김기민은 등장인물들이 말로 하는 독일어 대사 부분들을 현대 관객의 정서에 맞게 대폭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도입부 타미노 왕자와 새잡이 파파게노의 대화에서부터 신분 차별에 저항하는 의식이 선명하게 두드러졌고, 원작의 18세기적 유머 감각 역시 21세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음악이 붙어있는) 가사는 수정할 수 없다'는 오페라의 원칙 때문에 아리아 속의 인종주의를 바꿀 수는 없었지만 번역이 이를 최대한 순화했고, 연출가 크리스티안 파데와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 알렉산더 린틀 역시 흑인 경비대장 모노스타토스의 이질적 특성을 피부색의 차이가 아닌 문화의 차이로 바꿔놓았다.


빛과 이성을 상징하는 자라스트로, 어둠과 주술을 상징하는 밤의 여왕처럼 대립적인 인물들도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하지 않은 것도 이번 연출의 새로운 점이다. 군부독재의 수장처럼 분장한 자라스트로는 밤의 여왕과 함께 세속적인 권력의 상징이며, 이 권력자들의 대립을 해소하는 것은 개인적인 사랑의 열망을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열망으로 확장시킨 젊은 주인공들이다. 여성을 배제한 자라스트로 조직의 젊은이들이 서로 떠맡지 않으려고 피하던 우리의 지구(등불 형상의 지구본으로 표현된다)를 파미나와 타미노 커플이 기꺼이 받아드는 것은 소박한 감동의 결말이다.
맛깔스럽고 찰진 연기를 보여준 바리톤 안갑성의 파파게노를 비롯해 모든 출연진이 적역이었고, 빈 출신의 지휘자 토마스 뢰스너가 이끈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리듬감 넘치는 전아한 연주는 모차르트 당대 음악의 매력을 잘 살려줬다. 핑퐁처럼 경쾌하고 주고받는 가수들의 독일어 대사 역시 명료하고 자연스러웠고,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무대 위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관객은 웃고 또 웃었다.


29일 롯데콘서트홀의 '돈 조반니'는 3년간 계속된 고음악의 거장 르네 야콥스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다 폰테 시리즈' 최종편이었다. 전편 '여자는 다 그래'와 '피가로의 결혼'에서 당찬 하녀 데스피나와 수잔나 역으로 맹활약했던 소프라노 임선혜가 이번에는 사랑스러운 매력이 넘치는 시골처녀 체를리나 역으로 돌아와 객석을 행복감으로 채웠다.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지만 올해도 출연진 모두가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몸을 던져 달리고 구르며 열연한 세미스테이지 스타일이었다.
이번 '돈 조반니'는 지난 3년간의 '다 폰테 시리즈' 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야콥스와 함께 성장해온 가수들, 그리고 그와 오랜 세월 예술적 영감을 공유해온 오케스트라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호흡했다. 완벽에 가까운 앙상블의 힘, 언어적·음악적 명료함이 관객을 3시간 내내 몰입시켰다. 넘치는 유머 감각으로 종종 객석을 폭소로 이끈 자막 번역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해 '피가로의 결혼'의 피가로 역으로 호평받은 캐나다의 베이스바리톤 로버트 글리도우가 이번에는 레포렐로 역을 맡아 여유만만한 연기와 파워 넘치는 가창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사로잡았다. 돈나 안나, 돈나 엘비라, 돈 오타비오, 마제토에 이르기까지 누구 하나 매혹적이지 않은 가수가 없었다. 2006년 인스브루크 고음악 페스티벌의 '돈 조반니' 공연에서 26세의 젊은 나이로 타이틀롤을 맡았던 바리톤 요하네스 바이서는 한층 성숙한 돈 조반니로 서울 무대에 섰다. 당시에도 임선혜와 함께 열연을 펼쳤다.
공연 후 만난 임선혜는 "요하네스와 저는 야콥스 선생님과 함께 수많은 오페라, 오라토리오들을 공연하며 성장했다. 저희 모두 초기보다는 훨씬 능동적으로 음악을 대하고, 야콥스 선생님도 갈수록 저희를 더욱 믿고 맡겨준다"는 소감을 전했다.


rosina@chol.com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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