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법, 의회에 과이도 의장 면책특권 박탈요청

입력 2019-04-02 07:46   수정 2019-04-02 07:55

베네수엘라 대법, 의회에 과이도 의장 면책특권 박탈요청
대법 "출국금지 조치 어겨"…체포 위한 사전 정지작업 나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며 정권 퇴진 운동을 이끌어온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체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
친정부 성향의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1일(현지시간) 제헌의회에 과이도 국회의장에 대한 면책 특권 박탈을 요청했다고 AFP·A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마이켈 모레노 대법원장은 "과이도 의장이 대법원의 출국금지 조치를 어겼다"며 "국회의원으로서 과이도에게 부여된 면책권 박탈을 제헌의회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모레노 대법원장은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다.
제헌의회는 대법원의 요청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54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제헌의회는 우파 야권이 장악한 의회를 무력화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무소불위의 친위 기구라는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2017년 8월에 출범했다.
대법원의 이번 요청은 마두로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과이도 의장의 기소에 대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마두로 정권은 지난 1월 23일 스스로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뒤 미국의 지지 아래 정권 존립을 위협하는 과이도 의장을 압박하기 위해 그간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미국은 과이도 의장을 비롯해 가족과 측근의 신변 안전에 이상이 생긴다면 즉각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마두로 정권은 이를 의식한 듯 초기에는 과이도 의장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과이도 의장을 정조준하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말 과이도 의장을 상대로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으며 검찰은 과이도 의장이 폭력을 선동하고 불법 자금을 받는 등 헌법을 위반하는 중범죄를 저질렀다며 수사를 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이도 의장은 지난 2월 말 대법원의 출국 금지 명령을 무시한 채 인도주의 원조 물품 반입을 위해 콜롬비아로 넘어간 뒤 자신을 지지하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여러 국가를 순방하고 지난달 초에 귀국했다. 당시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의 체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미국의 경고를 의식한 듯 실제로는 체포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대규모 정전 사태의 배후로 미국과 과이도 의장을 지목하고 전력 시설의 고의적 파괴행위(사보타주)와 관련된 혐의로 과이도 의장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정보 당국은 지난달 21일 새벽 반정부 테러 계획에 가담한 혐의로 과이도 의장의 비서실장이자 핵심 측근인 로베르토 마레로를 자택에서 체포했다.
감사원은 같은 달 28일 회계 기록 부정 혐의를 이유로 과이도 의장이 15년간 선출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자격을 박탈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석 달 넘게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지난 1월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은 작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 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 미국 등 서방 50여개 국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재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내정간섭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 등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군부의 확고한 지지를 토대로 "미국이 꼭두각시 과이도를 앞세워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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