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진정한 해방 조국을 꿈꿨던 봄날의 항쟁은 처절한 학살의 겨울을 겪으며 막을 내리고 말았지만, 올해도 광장의 회색 콘크리트 바닥 위에는 4·3을 기억하는 꽃이 필 것입니다."
문원섭 제주4·3범국민위원회 문화사업위원장은 3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4·3 추념식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것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추념식은 유족 대표 양경인 씨의 추모시 낭송과 각계 대표의 헌화·분향, 국민의례와 추모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헌화에는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대표로 나섰다.
특히 이날 추념식에는 경찰청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민간 주도 추념식에 경찰 수장이 참석해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 청장은 방명록에 "하루빨리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기를 기원한다"며 "경찰도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민주·인권·민생 경찰이 되겠다"고 적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념사에서 "봄은 왔는데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꽃은 피는데 아직 우리의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며 "오늘의 추념식이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모두의 가슴에 제주의 봄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는 제주 4·3의 봄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광화문 추모공간에는 흐드러지게 핀 동백꽃이 제주도 위로 투사되는 형상의 추모 조형물이 조성됐다.
추념식은 추모곡 '잠들지 않는 남도' 제창과 참석자들의 헌화로 마무리됐다. 오후에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천도재가 이어졌다.
이날부터 5일간 광화문광장에서는 '4370+1, 봄이 왐수다(옵니다)'를 주제로 4·3평화인권주간 행사가 열린다.
범국민위원회 관계자는 "'봄이 왐수다'라는 주제에 아직 오지 않은, 더디지만 조금씩 다가오고 있을 '4·3의 봄'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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