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지방자치] '인력·건강·용돈 일석삼조'…충북 생산적 일손 봉사

입력 2019-04-08 07:03  

[톡톡 지방자치] '인력·건강·용돈 일석삼조'…충북 생산적 일손 봉사
2016년 시행 후 작년까지 24만3천762명 참가, 올해 13만명 지원 목표
교통비 기부·대학생 홍보대사…봉사자 기업 채용 사례도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영농철이 시작되자 농촌 들녘이 시름에 잠겼다.

퇴비 운반에 농업 부산물 치우기, 씨 뿌리기 등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일손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농사는 다 때가 있기 마련인데 품삯마저 급등하는 추세다. 농사짓기 힘들다는 푸념 섞인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시·군에 도움을 요청하면 급한 불을 끌 수 있어 다행이다. '생산적 일손 봉사 지원 사업' 덕분이다.
충북도는 2016년 11개 시·군과 함께 유휴 노동 인력을 일손이 부족한 생산현장에 투입하는 이 사업을 시작했다.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된 농촌의 부담을 덜어주고 인건비 과다 상승으로 일손을 제때 구하지 못해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돕자는 취지에서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나 기업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나 은퇴자, 저소득층을 연결해 주는 게 이 사업의 핵심 내용이다.
75세 이하의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체계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충북도는 2016년 7월 '생산적 일손 봉사 지원 조례'도 제정했다.
생산적 일손 봉사 참여자들은 하루 4시간 일한 뒤 교통비 명목으로 2만원을 지원받는다. 농민이나 기업이 이 비용을 대는 게 아니라 도와 시·군이 모두 부담한다.
이런 방식으로 생산현장에 일손을 투입하는 광역 자치단체는 17개 시·도 중 충북도가 유일하다.
봉사활동 참여를 희망하는 도민이나 일손이 필요한 농가, 직원이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은 시·군 일자리 관련 부서나 자원봉사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사업 시행 첫해인 2016년 7∼12월 1만1천37곳에 3만3천975명이 나가 일손을 도왔다.
참여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에는 9만7천295명이 4천673곳에 나가 봉사했고, 지난해에는 11만2천492명이 2천877곳에서 일손을 거들었다.
올해에도 벌써 6천138명이 284곳에 나가 봉사했다. 도는 올해 3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13만명의 일손을 보탤 계획이다.
충북도는 이 사업을 '범도민 참여 운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민간사회총연합회,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충북협의회, 충북 자율방재단 연합회, 충북 의용소방대연합회가 충북도와 생산적 일손 봉사 참여 업무협약을 맺었다.
나눔 문화 확산에 앞장서겠다며 '1사 1마을 일손봉사' 협약을 체결한 기관·단체도 64개나 된다.
일이 고되지만 임금이 상대적으로 적어 외국인 근로자들조차 기피하는 농촌에는 생산적 일손 봉사 사업이 '단비'가 되고 있다.

충북신용보증재단 직원 41명은 지난해 10월 고구마를 제때 수확하지 못해 애를 먹던 한 농민의 어려움을 전해 듣고 수확을 도왔다.
힘들게 일한 이들은 2만원씩의 교통비를 전액 사회공헌활동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보다 한 달 전인 작년 9월에는 충북도립대 학생 60여명이 옥천읍 소정리의 농가에 나가 퇴비를 운반하고 비닐을 정리하는 등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일거리를 한꺼번에 처리했다.
국무총리실 직원 120여명도 지난해 10월 자매결연 마을인 충주시 살미면 재오개마을을 찾아 사과와 고구마 수확에 나서는 등 일손을 보탰다.
개인적인 참여에 그치지 않고 뜻있는 친구들을 모아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홍보대사'를 자처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한 대학생은 자신의 블로그에 농민들이 정성껏 키운 농산물이 식탁까지 오르는 과정,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는 학생들이 성의껏 일손을 돕는 내용을 소개하며 생산적 일손 봉사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봉사자 43명이 중소기업 등에 직원으로 채용되기도 했다.
정부도 생산적 일손 봉사 사업의 성과를 인정하고 있다. 이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생산적 일손 봉사 사업은 행정안전부가 2017년 개최한 지방자치단체 열린혁신평가에서 '국민평가 우수과제 5선'으로 선정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봉사자들은 건강을 챙기며 용돈까지 챙길 수 있고 농민이나 중소기업은 일손을 구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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