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를 향한 지난한 여정…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입력 2019-04-11 11:31  

새 시대를 향한 지난한 여정…연극 '갈릴레이의 생애'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시작부터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속 '갈릴레오, 갈릴레오, 갈릴레오, 피가로'가 울려 퍼진다.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폭발적인 합창으로 막을 올린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는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화려한 무대와 유려한 연출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연극은 우리에게 익숙한 '위대한 과학자 갈릴레이'를 넘어 새로운 진실을 스스로 증명해나가는 '인간 갈릴레이'의 고뇌에 집중한다.
페스트가 도는 중에도 연구 자료를 두고 갈 수 없어 홀로 남겠다고 고집을 부리지만, 고문 기구를 본 것만으로도 종교재판에서 지동설을 철회하는 등 순간의 오기로 고난을 자처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이성을 끝까지 믿지만 한편으로 '장애물을 피하는 데 곡선이 지름길'임을 아는 현명함도 갖췄다.
이번 연극은 갈릴레이의 미식자이자 야심가로서의 모습과 더불어 계산적인 한편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과 끈기를 지닌 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멀게만 느껴졌던 그를 우리와 같은 한 명의 인간으로 조명한다.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펼쳐지는 '갈릴레이의 생애'는 국립극단 이성열 연출이 처음으로 연출한 독일 시인 겸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대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 '오슬로'의 창작진은 이번에도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무대를 선사한다.
두 명의 악사를 중심으로 한 해설과 음악 및 코러스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장면이 부드럽게 넘어가게 한 연출이 세련됐다.
음악 감독 겸 작곡가 장영규와 김선이 맡은 음악은 때론 부드럽게, 때론 폭발적으로 무대를 감싸며 극 전체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갈릴레이가 목성 주변에서 발견한 위성 4개가 돌며 삶의 순환과 겹치게 하는 이태섭의 무대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갈릴레이 역을 맡은 배우 김명수의 열연도 돋보인다.
갈릴레이의 학자로서 진실을 추구하는 모습과 몸의 감각을 중시하며 현실과 타협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노장 이호재를 비롯한 배우 12명도 여러 배역을 소화하며 3시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 동안에도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를 지치지 않고 깔끔하게 소화해 냈다.
어린 안드레아 역을 맡은 이윤우군과 코사모 대공을 맡은 박건령 등 두 아역의 아웅다웅한 케미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했다.
다만 558석 정도로 넓은 공연장에서 음악이 나오는 가운데 마이크 없이 공연하느라 일부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았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낡은 세계와 새로운 세계의 충돌, 그 속에서 지식인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비록 그 길이 마치 겨울처럼 춥고 험난할지라도 언젠가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연극 속에서 반복되는 대사처럼 이번 연극은 진리의 빛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리라는 브레히트의 믿음을 담고 있다.
새 시대의 주역인 어른 안드레아가 국경의 어린 소년에게 "우린 아직 멀었단다, 얘야. 우린 사실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서 있는 거란다"라는 말을 남기면서 이번 연극은 막을 내린다.
비록 현실이 고되고, 지금은 진실이 핍박받을지라도 결국 그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의 희망이 생겼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성열 연출은 "새로운 시대를 향한 지난한 여정이라는 점에서 '오슬로'와 '갈릴레이의 생애'는 동일 선상의 작품"이라며 "작가 특유의 유쾌한 대중성을 살려 활기차고 입체적인 극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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