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교황 베네딕토 16세 "가톨릭 아동성학대 위기에 68혁명 영향"

입력 2019-04-11 22:06  

前교황 베네딕토 16세 "가톨릭 아동성학대 위기에 68혁명 영향"
"교회 내부의 조직적인 범죄와 은폐 책임 다른 데로 돌리려는 것" 비판 나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가톨릭 교회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는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위기가 50년 전 프랑스에서 시작돼 유럽을 넘어 전 세계의 변혁 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68혁명'과 서구 사회의 점증하는 세속주의 탓이라고 명예교황 베네딕토 16세(91)가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 언론에 따르면 스스로 퇴위를 선택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교회들에 배포되는 한 월간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원고를 기고했다.



베네딕토 16세는 기고문에서 "1968년 혁명이 추구하고자 한 자유 가운데에는 더 이상 어떤 규범도 인정하지 않는 전면적 성적인 자유도 포함돼 있었다"며 "이 결과 소아성애가 허용될 수 있는, 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딕토 16세는 "1960년부터 1980년까지 20년 동안 성과 관련된 기존의 규범이 완전히 붕괴하고, 새로운 기준이 들어섰다"고 개탄, 가톨릭 교회 내에서 사제들이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한 행위 역시 68혁명의 부산물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베네딕토 16세는 또한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성교육이 실시되고, 대중매체에 나체 광고 등이 일상화되는 등 도덕 관념이 느슨해진 것도 소아성애가 퍼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울러 "1960년대를 휩쓴 전례 없는 급진주의 이후 여러 신학교 내에서 동성애자들의 파벌이 형성돼 신학교의 분위기가 공개적으로, 크게 바뀌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교회내 소아성애가) 이 정도로 악화한 것의 궁극적인 원인은 신의 부재 때문"이라며 유럽연합(EU) 협약에 하느님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려는 시도가 좌절된 것 등 서구의 세속화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이번 기고문에 서구 주요 국가의 가톨릭 교회에 대한 신뢰성을 좀먹고 있는 사제들에 의한 아동 성 학대 책임을 교회로부터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의 메리마운드대학의 신학 교수인 브라이언 플래너건은 로이터에 "베네딕토 16세의 글에 곤혹감을 느낀다"며 "교회 내 아동 학대의 이유를 68혁명과 도덕주의 신학의 붕괴 등에서 찾는 것은 교회 내부의 조직적인 아동 학대와 은폐에 대해 잘못 설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오는 16일 92번째 생일을 맞는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2월에 고령을 이유로 가톨릭 역사상 약 600년 만에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현재 교황청 경내의 한 수도원에서 대중과 거의 접촉 없이 은둔하다시피 조용히 생활하고 있어, 논란을 초래한 이 같은 글의 기고는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사제들이 저지른 아동 성 학대의 대처를 담당하는 책임 부서인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을 지낸 베네딕토 16세는 2002년 미국 보스턴 대교구를 뒤흔든 아동 성 학대 은폐 파문으로 골머리를 앓은 데 이어 교황 재임 기간에도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크고 작은 비판에 처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