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산불 악몽 끊자] ② "봄철 화약고" 났다 하면 대형산불

입력 2019-04-14 07:01  

[동해안산불 악몽 끊자] ② "봄철 화약고" 났다 하면 대형산불
건조한 기후·양간지풍·침엽수림 등 산불환경인자 3요소 갖춰
"불씨만 닿아도 활활"…확산 속도 26배 빠르고·침엽수는 지속력 증가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봄철 동해안 산불은 났다 하면 대형산불로 이어지기 일쑤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서고동저(西高東低)의 지형적 특성에 따른 건조한 날씨와 양강지풍(襄江之風) 또는 양간지풍(襄杆之風)으로 대표되는 강풍, 인화력이 강하고 내화성이 약한 소나무 단순림은 동해안 대형산불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산불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지형·기상·연료(수종)' 등 산불환경인자 3요소를 모두 갖춘 셈이다.
이처럼 화약고나 다름없는 동해안 산림에 작은 불씨라도 던져지면 도화선에 불이 붙어 뇌관이 폭발하듯이 걷잡을 수 없는 대형산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건조한 기후·지형적 특징…"불씨만 닿아도 뇌관 터지듯 활활"
났다 하면 대형산불로 이어지는 동해안 산불의 특징은 통계 수치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
13일 산림청에 따르면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2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산불(100㏊ 이상·24시간 이상)은 45건으로 총 3만9천271㏊의 산림이 탔다.
여의도 면적(290㏊) 135배가 넘는 광활한 면적의 산림이 잿더미가 된 셈이다.
이 중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28건으로 3만3천376㏊가 소실됐다.
전체 산림 피해의 85%는 강원에서 발생했다. 그만큼 강원은 대형산불의 최대 피해지이자, 산불이 대형화할 가능성이 크고 요건도 모두 갖추고 있다.
우선 서쪽으로 태백산맥이 버티고 동쪽으로 바다를 품은 동해안은 봄철 '푄 현상'으로 고온 건조한 기후를 보인다.
푄은 원래 스위스에서 알프스산맥을 넘어 불어오는 고온건조한 바람을 일컬었지만, 이제는 바람이 높은 산을 넘으며 뜨겁고 건조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서풍 계열이 태백산맥을 넘어 하산(下山)하면서 온도가 상승, 산 아래 동해안은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분다.
이로 인해 동해안은 눈이나 비가 내려도 대지가 금방 건조해진다. 태백산맥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가파른 지형 조건은 물기를 오래 저장하지 못해 산불에 취약하다.
게다가 가파른 지형은 평지보다 산불의 확산 속도가 3배 이상 빠르다.

◇ 양간지풍의 위력…산불 급속 확산·'도깨비불' 비화(飛火) 현상
가뜩이나 건조하고 가파른 지형인 동해안에서 산불 발생 시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봄철 태풍급 강풍으로 불리는' 양간지풍 또는 양간지풍'이다.
고온 건조한 특성이 있는 데다 속도도 빨라 산불을 급속도로 확산시킨다.
2005년 천년고찰 낙산사를 불태운 양양산불이 났을 때 최대순간풍속은 32㎧까지 관측됐다.
특히 1천757㏊의 산림을 집어삼킨 지난 4일 동해안 산불 당시 미시령의 최대순간풍속은 35.6㎧였다.
이 바람은 봄철 '남고 북서'(남쪽 고기압·북쪽 저기압)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서풍 기류가 형성될 때 자주 발생한다.
국립기상연구소 분석결과 양간지풍은 상층 대기가 불안정한 역전층이 강하게 형성될수록, 경사가 심할수록, 공기가 차가워지는 야간일수록 바람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산불 진화의 핵심인 진화 헬기를 무력하게 만들고, 산불진화대의 접근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양간지풍의 위력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상세히 소개되고 있다. 그만큼 봄철 동해안 특유의 기상 현상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양간지풍은 산불 확산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도 일으킨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실험 결과 산불이 났을 때 바람이 불면 확산 속도가 26배 이상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화는 마치 '도깨비불'처럼 수십∼수백m 건너까지 불씨를 옮기는 까닭에 산불 진화에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히기도 한다.
이번 동해안 산불도 강풍을 타고 최초 발화지점에서 7.7㎞가량 떨어진 해안가까지 확산하는데 90여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동해안 경관 위한 침엽수림…산불 땐 잘 타고 지속력 늘려
결국 동해안은 지형·기후 특성상 작은 불씨만으로도 대형산불로 번질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셈이다.
여기다 동해안 산림의 주종을 이루는 침엽수림은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과 함께 산불의 지속 시간도 늘린다.
침엽수림은 활엽수림보다 산불 기간 수관 층에 입이 존재하고 연소성이 높은 정유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소 실험에서도 활엽수보다 침엽수가 산불이 오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이나 과거 대형산불의 경우 동해안의 '지형적 특성·건조한 기후·소나무 단순림'이라는 3요소가 모두 맞아 떨어져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동해안 지역의 지형적 특징과 편서풍의 영향으로 인한 기후적 특성은 사실상 변화할 수 없는 요소인 만큼 치산·조림 정책으로 산불의 대형화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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