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산불 악몽 끊자] ① 판박이 반복피해…여의도 112배 소실

입력 2019-04-14 07:01  

[동해안산불 악몽 끊자] ① 판박이 반복피해…여의도 112배 소실
1996∼2018년 100㏊ 이상 대형산불 45건 중 23건 동해안에서 발생
생태회복 20∼30년, 토양은 100년…진화 인프라 구축 국비 지원 절실

[※편집자 주 = 최근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등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산림 1천757㏊가 잿더미가 되고 1천 명이 넘는 이재민이 집을 잃었습니다. 산불로 막대한 토사 유출과 생태계 파괴 등 후유증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동해안 대형산불과 관련 그동안 피해 규모와 기상 및 산림특성, 원인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대형산불 예방대책 등을 되짚어보는 기획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춘천=연합뉴스) 임보연 기자 = 강원도 동해안 산불은 났다 하면 기존 산불과 판박이인 '대형산불'로 반복되고 있다.
동해안의 지형적 기상 여건과 자연환경이 화재에 취약하다고는 하지만 주기적인 발생에 '속수무책'이다.
지난 4∼5일 발생한 고성·속초, 강릉·동해, 인제 산불로 임야 1천757ha가 불에 탔다.
사유·공공시설 3천398개소가 피해를 보고 539가구 1천160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집계된 가운데 도내 산불로는 세 번째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같이 해마다 대형산불이 되풀이되다시피 하면서 지난 10년간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이번 산불 피해지인 속초시(1만530㏊) 전체면적의 4분에 1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통계청의 '시도별 산불 발생 현황'을 보면 지난 10년간(2009∼2018년) 도내 산불피해 면적은 2천475㏊에 달한다.
전국 피해면적(6천696.99㏊)의 3분의 1에 이르는 규모이다.
100㏊ 이상, 24시간 지속한 대형산불 발생 빈도와 피해면적은 더 참혹하다.
산림청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18년 전국에서 45건의 대형산불로 3만9천271㏊가 불에 탔다.
도내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28건(62.2%)으로 피해면적은 전국의 85%에 이르는 3만3천376㏊에 달한다.
특히 동해안 대형산불은 23건(51%)으로 전국 발생 건수 절반을 웃돌고, 피해면적은 3만2천409.34㏊로 82.5%를 차지한다.
여의도(290㏊)의 111.8배, 서울 남산(339㏊)의 96.5배, 축구장(0.714㏊) 4만5천391개가 불에 탄 셈이다.
도내 대형산불 28건 중 17건이 4월에 발생한 가운데 13건이 동해안에서 났다.

1996년 고성산불은 4월 23일 고성군 죽왕면에서 발화, 25일까지 3천762㏊를 태웠다. 육군 사격장에서 발생한 불꽃은 강풍을 타고 번져 49가구 14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2000년 4월 7일 발생, 9일간 고성군과 강릉·동해·삼척시를 넘어 경북 울진 원자력발전소까지 위협한 산불은 여의도 면적의 28배에 달하는 2만3천794㏊ 산림을 태우는 등 동해안 전역을 휩쓸었다.
지난해 3월 28일에는 고성군 간성읍 탑동리에서 전선 단락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나 357㏊가 불에 탔다.
또 관동팔경 중 하나인 천년고찰 낙산사를 집어삼키고, 보물 479호 동종(銅鍾)도 흔적도 없이 녹여버린 2005년 양양산불은 이번 산불과 같은 4월 4일 밤에 발생해 973㏊가 불에 타는 등 이번 고성·속초 산불과 닮은꼴을 보였다.
최근 10년간은 2015년과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식목일 전후로 산불이나 축구장 899개 면적에 달하는 642.26㏊가 불에 타 '잔인한 식목일'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처럼 유독 4월 동해안에 대형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은 특유의 지형적 기상 여건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양과 간성 사이 국지적 강풍으로 순간 최대풍속 초속 20∼30m인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양과 강릉 사이 '양강지풍'(襄江之風)이 꼽힌다.
여기에 100∼120m 거리를 훌쩍 건너뛰어 '도깨비불'로 불리는 '비화'(飛火) 현상도 빠른 산불 확산 원인으로 지목됐다.
나뭇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빠르게 지나가는 산불인 '수관화'(樹冠火)와 함께 피해지 수종 90% 이상이 소나무에 편중된 동해안 숲의 특성도 반복되는 대형산불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원인 등에 따라 발생한 동해안 대형산불은 도내 산림에 생채기를 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1996년과 2000년 산불 피해지 생태연구조사결과 발생 5년 후에도 발생유역이 비발생 유역보다 강우 시 유출량이 1.2배 많아 토사 유출 및 붕괴, 바다 유입에 따른 어장 피해 등 2차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이 난 후 복구까지 어류 3년, 개미는 13년, 조류는 19년, 경관 및 식생은 20년, 야생동물은 35년, 토양은 10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는 대형산불 원인으로 꼽히는 국지기상여건은 불변의 자연현상이므로 산림자원 보존과 산불 확산 저지에 인위적인 노력을 강화해 연간 400억원 이상 재원을 투입하고 산불 감시에만 연인원 15만 명 이상 동원하고 있다.
산불 예방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대형산불 발생 시 지휘체계 일원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에 따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동해안산불방지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내년 동해안 6개 시·군에 산불 대응만을 위한 24시간 대기조인 300명 규모의 특수진화대를 창설하기 위해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물 3천ℓ를 싣고 동해안에 상주하면서 출동할 수 있는 헬기 구매비 250억원을 비롯해 동해안을 중심으로 9개 시·군에 산불 장비 보관시설 신축을 위한 국비 33억원도 요청했다.
도 관계자는 14일 "지형, 기상 등을 고려할 때 동해안은 대표적 산불 위험지역으로 매년 반복되다시피 하는 대형산불에 대응하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며 "동해안 특수 재난인 대형산불 초기진화, 주불 확산 방지를 위한 진화·예방 인프라 구축 등에 파격적인 국비 투입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limb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