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 중국편 쓴 유홍준 "실크로드 만든 힘은 돈과 종교"

입력 2019-04-24 15:23   수정 2019-04-24 15:37

답사기 중국편 쓴 유홍준 "실크로드 만든 힘은 돈과 종교"
시안∼둔황 여정, 첫 2권에 담아…"중화주의 벗어나려 선택"
"우리나라 문화유산엔 중국과 다른 아름다움 있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미술사학자 '유홍준'이란 이름을 알린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중국편으로 돌아왔다.
북한 지역을 다룬 책을 포함해 국내편 10권, 일본편 4권에 이어 처음으로 중국편 2권이 나왔다. 중국편이 가장 먼저 소개한 문화유산은 시안(西安)에서 둔황(敦煌)에 이르는 실크로드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24일 출판사 창비가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마련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출판 간담회에서 "중국은 즐거운 여행의 놀이터이자 역사와 문화의 학습장"이라며 "실크로드 전체를 6천㎞로 추정할 때 시안에서 둔황까지는 동쪽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크로드라는 무지막지한 길을 뚫은 힘은 돈과 종교였는데, 대상(隊商)은 돈을 벌려고 실크로드를 오갔고 불자는 불경을 얻으려고 길을 떠났다"고 강조한 뒤 "사랑 이야기는 별로 없더라"라며 웃었다.
답사기 중국편 1권 '돈황과 하서주랑: 명사산 명불허전(鳴不虛傳)'은 한과 당이 도읍으로 삼은 시안에서 출발해 허시저우랑(河西走廊·황허 서쪽에 있는 좁고 긴 평지)을 따라 북서쪽으로 이동한다.
이어 마이지산(麥積山) 석굴, 란저우(蘭州), 우웨이(武威), 장예(張掖), 주취안(酒泉)을 통과해 만리장성 서쪽 관문인 자위관(嘉욕<山+谷>關)을 거쳐 둔황에 이른다.
중국편 2권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은 둔황이 품은 다채로운 문화유산을 보여준다. 다퉁(大同) 윈강(雲崗)석굴, 뤄양(洛陽) 룽먼(龍門)석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石窟)로 꼽히는 이른바 '막고굴'(莫高窟)에 집중하면서 위먼관(玉門關)과 양관(陽關)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준다.



중국은 역사가 유구하고 면적도 한반도보다 40배 넓어 문화유산 답사를 할 만한 곳이 매우 많다. 5대 고도(古都)인 베이징, 시안, 뤄양, 난징(南京), 카이펑(開封)에는 역대 왕조가 조성한 궁궐과 왕릉, 정원이 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중국편 답사 첫 장소로 오래된 대도시가 아닌 실크로드를 택했다. 그는 미술사를 강의하면서 막고굴에 대해 수없이 논했지만, 정작 둔황은 작년에 처음으로 갔다.
그는 "둔황은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라는 뜻의 타클라마칸사막 동쪽 끝자락에 있는 실크로드 관문으로, 둔황과 실크로드 방문은 오래된 로망이었다"면서 "책과 TV 프로그램으로 실크로드를 접하면서 그리움과 경외심이 생겼는데, 사막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가보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중화주의 또는 애국주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도 첫 답사지를 둔황과 실크로드로 결정한 이유였다고 강조했다.
"역사도시를 소개하면 중화주의 혹은 사대주의 시각이 강요될 테고, 동북 3성을 다루면 애국주의를 강조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어요. 중국을 동아시아 전체 관점으로 보고 싶었습니다. 실크로드는 동양과 서양의 연결고리이기도 하고, 중국이지만 중국답지 않은 지역이기도 합니다."
실크로드는 제1권 제목에 들어간 사자성어처럼 명불허전이었다고 그는 고백했다. 제2권에서 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막고굴에는 굴 429개가 있는데, '왕오천축국전'을 비롯한 문서와 수많은 불상·불화에 깃든 사연이 매우 흥미롭다. 문화재를 가져가려는 '도보자'(盜寶者)와 유물을 지키려는 수호자도 등장한다. 게다가 사막 특유의 경관도 이국적이고 아름답다.
유 교수는 둔황과 실크로드를 상찬하면서도 무조건적 동경은 지양하자고 했다. 그는 "막고굴을 다 둘러봐도 경주 석굴암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면서 "그들에게 석굴사원 전통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여행하면서 왜소함이나 열등감을 느낀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며 "우리나라는 동아시아에서 당당한 지분을 가진 주주국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카슈가르에 이르는 서역 답사기를 3권으로 펴낸 다음 시선을 중원으로 돌려 시안과 뤄양,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있던 도시들, 수려한 정원이 있는 강남 지방, 단둥(丹東)에서 청더(承德)에 닿는 연행길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간담회를 마치기 전, 2017년 서울편을 낸 뒤 기자들과 만났을 때 질문을 받고는 명쾌하게 답하지 못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인기 비결을 설명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서 작가 감정을 담은 기행문이 아니라 문화유산을 서술한 답사기이고, 미술사에 역사·문학·사상·자연에 관한 이야기를 버무린 점이 베스트셀러 이유라고 들었다"며 "사실을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했고, 낯선 개념을 친절하게 풀어낸 점도 좋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는 그저 여행 가서 재미있게 보고 느낀 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유익한 정보도 주고자 썼을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중국편은 판형이 조금 작아지고, 표지도 바꾸었습니다. 실용서로서 가치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70세이지만, 체감하는 나이는 52세쯤 되는 것 같습니다. 따로 운동하지는 않지만, 답사를 자주 해서 많이 걷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보다 낙천적입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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