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극한충돌로 치달은 '막장국회'…되짚어본 시간대별 상황(종합2보)

입력 2019-04-26 00:22   수정 2019-04-26 09:33

온종일 극한충돌로 치달은 '막장국회'…되짚어본 시간대별 상황(종합2보)
한국, 의원·보좌진 총동원 '실력 저지'…패스트트랙 길목 곳곳 점거
바른미래 채이배 '6시간 감금'에 경찰·소방 출동…'사보임 강행' 충돌
文의장, 33년 만에 국회 경호권 발동…한국, 인간띠 두르고 애국가 '떼창'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이은정 이동환 기자 =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디데이'인 25일 국회는 종일 난리통이었다.
패스트트랙을 실행에 옮기려는 여야 4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열차'가 지나는 길목마다 대치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밤늦도록 계속된 '패스트트랙 전쟁'의 방아쇠는 바른미래당에서 먼저 당겼다.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오전 8시 30분 국회 의사과에 진을 쳤다. 전날에 이어 오신환 의원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사보임계 접수를 막기 위한 인해전술이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보임계를 팩스로 제출했다는 소식에 이들은 한 시간 만인 오전 9시 30분께 문희상 국회의장이 입원 중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부리나케 향했다.
하지만 접견은 거부됐고 그사이 문 의장은 '병상 결재'를 통해 오 의원의 사보임계를 허가했다. 당시 시각은 오전 11시께.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허탈한 표정을 하고 국회로 돌아왔다.

여야 '밤샘 몸싸움' 후 일시해산…멱살 잡고 싸우고 구두 나뒹굴기도 / 연합뉴스 (Yonhapnews)


한국당은 오전 8시 30분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한 데 이어 패스트트랙 지정 의결을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회의장 3곳을 봉쇄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봉쇄된 회의장은 정개특위가 주로 열린 행정안전위 회의실(445호)과 사개특위가 써온 245호, 그리고 220호였다.
한국당은 회의실마다 의원 20∼28명을 보내고 보좌진·당직자도 총동원했다. 이들은 회의장 내 간이의자를 복도로 뺀 뒤 회의장 문 앞에 도열해 출입을 통제했다.
한동안 이들 4곳은 한국당의 전초기지였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마치 게릴라전을 펼치는 야전사령관처럼 구석구석을 돌며 농성 중인 의원들과 보좌진, 당직자들을 독려했다.
한국당은 '실력 저지'를 위한 인력 배치 방안도 마련한 듯했다. 여성·남성, 의원·보좌진 등에 따라 1차·2차 방어선을 짜는 등 몸싸움에 대비한 '전투 대형'을 갖춘 모양새였다.
이는 지난 2012년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 도입으로 자취를 감춘 국회 폭력사태의 전조이기도 했다.
전운은 오후 오 의원의 사보임이 확정되고부터 한껏 달아올랐다.
사개특위 회의가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릴 수 있다는 얘기가 돌자 한국당은 권성동·추경호 의원 등 15명을 긴급 투입했다.
한국당 보좌진협의회는 이때쯤 "국회 본관으로 집결해 달라"는 단체 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국지전도 곳곳에서 펼쳐졌다.
한국당 의원 4명은 사개특위 법안제출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청 7층에 있는 의안과 사무실을 아침부터 점거했다.
특히 국회의사당 건너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실에서는 '감금' 사태까지 발생했다.
한국당 의원 10여명은 오 의원의 사보임 소식이 전해지자 오전 11시께 바른미래당 새 사개특위 위원인 채이배 의원의 사무실에 난입했다. 사개특위 회의 참석을 막기 위해서였다.
채 의원이 112·119에 '감금 신고'를 해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채 의원은 출동한 소방관에게 '의원회관 창문을 뜯고 나가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물러섰고, 채 의원은 4시간 만인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극적으로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채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 앞에 무릎을 꿇는가 하면, 창틀 사이로 고개를 내밀어 기자들과 회견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 6시께 바른미래당이 사개특위 법안발의를 막고 선 권은희 의원마저 사개특위에서 사보임하면서 패스트트랙 열차는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33년 만에 국회 경호권을 발동케 한 육탄전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음이기도 했다.
격분한 한국당 의원들은 보좌진과 함께 국회 의사과 사무실에 진입해 문을 걸어 잠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오후 6시 45분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국회 의안과를 찾았으나, 이를 한국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가로막으면서 또 한 번 격한 충돌을 빚었다.
의안과로 들어가려는 민주당 의원들과 이를 막으려는 한국당 의원들이 얽혀 고성 속 밀고 당기기가 펼쳐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20분간 사무실 진입을 시도하다 한국당의 강력한 저지가 계속되자 법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자리를 떴다. 문 의장은 이에 국회법 143조에 있는 경호권 발동권을 꺼내 들었다. 1986년 이후 첫 경호권 발동이었다.
경호권 발동이 무색하게도 오후 7시 35분께 '2차 충돌'이 시작됐다.

민주당 의원들이 다시 법안제출을 위해 의안과로 접근했고, 한국당은 의원들과 보좌진까지 대거 모여 '실력 행사'를 다시 시작했다.
이에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은 현수막을 가져와 인간띠를 만들며 장막을 쳤다. 애국가를 함께 부르며 "독재정권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윽고 양당 의원과 보좌진, 국회 경호과 직원들까지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뒤섞여 몸싸움을 주고받으면서 7층 의안과 앞은 다시 난장판이 됐다.
멱살잡이와 심한 밀치기에 부상자도 발생했고 급기야 구급차까지 출동했다.



오후 9시 30분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열리기로 예정된 행안위 회의실(445호) 앞은 여야 5당 지도부들이 총출동해 막말과 고성으로 설전을 벌였다.
30분 뒤인 오후 10시. 사개특위 회의장이 2층에서 6층으로 변경됐다는 말이 돌자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과 유 전 대표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 등이 급히 집결, 결과적으로 양측이 공조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오후 11시를 넘겨 다소 소강상태로 흐르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3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을 거듭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헌법파괴 폭력점거 자한당은 물러가라"고 응수했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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