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배웅 받으며 떠나는 '대쪽' 윤준병 서울시 부시장

입력 2019-05-01 08:00  

따뜻한 배웅 받으며 떠나는 '대쪽' 윤준병 서울시 부시장
36년 공무원 생활 마감…"후배들 원칙 지키며 용기 있게 나아가길"
"행정 경험 살려 정치·사회 발전에 기여하고파"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청렴, 강직, 대쪽, 성실, 온화, 순박….'
36년 공직생활 동안 이런 수식어를 달고 다닌 윤준병(58)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4월의 마지막 날 퇴임했다. 동료와 후배들은 따뜻한 박수로 새 출발을 응원했다.
퇴임 직전 만난 그는 "긴 시간을 뒤로하고 서울시 공무원 가족들에게 과분한 사랑과 박수를 받으며 공직을 마감할 수 있어 진심으로 고맙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1983년 행시에 합격한 윤 부시장은 서울시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인구 1천만 특별시'의 성장을 함께 했다. 산업지원과장, 도시교통본부장, 상수도사업본부장,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행정1부시장을 맡았다. 거주자 우선 주차제와 서울 5대 권역별 산업지도를 기획했고 아파트단지 내 서울형 어린이집 의무화 등을 추진했다.
서울시의 대표적인 교통전문가로 교통카드 사업,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보행친화도시 서울비전, 9호선 재구조화, 교통공사 통합, '메피아'(서울메트로 마피아) 척결 등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팩트체크'를 통해 강단 있게 대처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윤 부시장은 "제가 근무했던 서울시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채용비리를 저지르거나 용인할 정도로 허술하지 않다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도시교통본부장으로서 서울교통공사 안전시스템 강화 대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 내막을 비교적 자세히 알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공격 중에는 허위이거나 과장된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서울시와 시 공무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의도의 정치공세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공직생활 내내 '잘못된 것은 바로잡는다'는 원칙을 신조로 삼았다. 2010년 관악구 부구청장 시절에는 감사가 부당하다며 감사원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학교 다닐 때 사회에 나간 쟁쟁한 선배들을 보면 못된 짓은 다 했어요. '왜 그러냐'고 물으면 '사회 나가보면 안다'고 하더군요. 사회에 적응한다는 논리로 자기합리화하거나, 출세를 위해 중요한 가치를 등지고 변신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내가 사회에 나가면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공직자로서의 양심을 지키며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원칙과 소신 때문에 '불이익'을 보는 일도 있었다. 윗사람에게도 바른말을 하다 보니 어려움도 겪었다. 4년 동안 '귀양살이' 비슷한 생활도 했다.
그는 "자신을 버릴 용기가 있으면 원칙과 소신을 지킬 때 발생하는 불이익쯤은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에는 엄격하지만 후배들에게는 온화하고 너그러워 신망이 두텁다는 평이 많았다. 그는 "후배들의 허물을 덮고 품는 건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지 않냐"며 겸연쩍게 웃었다.
서울시를 떠난 윤 부시장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린다. 두 차례 고사한 끝에 고향인 전북 정읍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윤 부시장은 서울시를 '친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딸들이 시집을 가면서 친정 생각에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과 같은 심정"이라며 "나는 시집을 가지만 늘 친정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어려울 때는 친정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원순 시장님의 배려로 나름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부시장까지 했다"며 "후배들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복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과 소신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기를, 자긍심과 용기를 잃지 않고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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